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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쌈지농부 아트디렉터 이진경 씨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하나가 지면 다른 하나가 피는 들꽃처럼 다양한 것이 곧 건강한 것이라고, 화가 이진경 씨는 말합니다. 마치 새마을 계몽 운동이라도 하듯 ‘개나리상회’를 결성해 동료 작가와 호흡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이 중요하다고요. 홍천 내촌마을에서 헤이리를 오가며 열심히 행동하는 실천가, 쌈지 농부의 아트 디렉터 이진경 씨를 만났습니다.


강원도 홍천, 소박한 흙집에 자리 잡은 화가 이진경 씨의 작업실은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지난 10년간 삶의 흔적이 진하게 밴 이 공간에서 그는 슥슥 그림을 그리고 책도 읽고 충분히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얀 티셔츠에 큼직하게 영문 로고가 장식된 티셔츠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한글은 촌스럽고 외국어는 왠지 멋져 보이던 덜 영근 시절이었다. 그런 생각이 팽배하던 즈음 인사동 쌈지길이 등장하자 적잖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들어서면 마치 시골 장터에 와 있는 듯했고,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또박또박 써 내려간 손글씨가 현대적 건물의 낮과 밤을 점령하고 있었다. ‘착하게 살자’ ‘고맙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등 ‘바른 생활’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 수수한 글씨의 주인공은 쌈지 아트 디렉터로 더 잘 알려진 화가 이진경 씨다.

쌈지길의 아트 디렉터를 맡으며 화가라는 정체성보다 ‘쌈지’가 먼저 오버랩되는 그는 한글 서체를 예술 세계로 끌어 올린 장본인이다.

인쇄물과 컴퓨터를 끼고 사는 요즘, 틀에 박히거나 딱딱한 디자인에 길든 현대인은 멋 부리지 않은 이 글씨체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아마도 오래된 간판이나 시장 가판대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볼 때 느끼는 반가움과 비슷한 것이리라.진경 씨가 쌈지의 아트 디렉터로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지난해 위기를 겪은 쌈지가 헤이리로 터전을 옮기면서 해야 할 일은 더욱 복잡다단해졌다. CI, 인쇄물, 표지판, 인테리어, 풀이나 나무 심기,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등 그야말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

생각과 태도가 ‘시각’을 결정짓는다
87학번, 무언가 일하는데 기본이 된 것은 서양화였다. 이진경 씨는 서양화를 전공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촉망받던 젊은 작가였다(2000년 도쿄 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세계 일곱 명의 젊은 아티스트로 단체전을 열기도 했는데 당시 함께했던 중국, 대만 신예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그런 그가 창조적인 작업을 멈추고 기업의 ‘아트 디렉터’로 외도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이야기는 포천 작업실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화가였던 이진경은 12년 동안 작업하던 아틀리에가 한 줌의 재가 되는 사고를 겪는다. 돈을 벌지 못해도 작업을 할 수 있어 행복했고 어쩌다 그림 하나 팔면 그 돈으로 몽땅 물감을 사던 시절이었다. 한 5년 정도는 원 없이 그리겠다 싶을 정도로 물감을 많이 사서 쟁여두었는데, 그런 집에 불이 난 것이다. 그 후 홍천에 새로운 작업실을 짓느라 또 빚을 졌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쌈지길’에서 아트 디렉터 일을 맡게 됐다. 고백하건대 그 기간은 힘든 시기였다. 열병이 났다. 도움을 주지 않은 지인들에 대한 서운함은 아니었다. 단지 계속 작업을 하며 전시하는 동료들에 대한 부러움이 컸다.

(왼쪽) 무엇과 내가 단둘이 있는 별빛 같은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이진경 씨. 오랫만에 홍천에 내려와 자연을 즐기고 있다.


1 최소의 비용으로 소박하게 지은 흙집. 다락방은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이다.
2 색동천으로 리폼한 소파, 집을 짓고 남은 목재를 재활용한 테이블이 따뜻 한 공간을 완성한다.
3 강원도에서 나는 먹을거리로 순식간에 차려낸 자연 밥상.


“서른두 살 땐가? 금호미술관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 동료 작가 최정화 씨한테 ‘돈은 나중에 그림 팔아서 갚을 테니 브로슈어 하나 제작해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쌈지’라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가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그때 천호균 대표가 생면부지인 저에게 쌈지 카탈로그를 만들어보라 했어요. 누군가에게 처음 일이란 걸 받아서 해본 거예요. 더구나 ‘디자인’의 ‘ㄷ’ 자도 모를 때였죠. 근데 자신감이 지나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첫 인연이에요. 그리고 몇 년 후 홍천 집을 지으면서 제가 또 일을 달라고 졸랐지요.”

천호균 대표는 오래전부터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에 앞장서왔다. 일반적으로 사업을 하는 이유는 이윤 창출이 목적인데 천호균 대표는 그건 두 번째고 즐거운 일, 재미난 일, 의미 있는 일이 있으면 그냥 ‘한다’. 이진경 씨는 천 대표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로고에서 시작해 일이 너무 많아 입술이 터지고 갈라지는데 그것 또한 쌈지의 시간이 아닌 자신의 시간이라 생각하고 즐겼다는 그는 2007년 쌈지와 계약이 만료된 후 홍천에서 개인전 <앞산 展>을 연다. 그리고 쌈지의 지원으로 영국 유학 길에 오른다.


(왼쪽) 초창기 작 업은 단추, 패브릭 등을 회화에 접목해 다소 화려한 것이 많았다.
(오른쪽) 쓰다 남은 물감이 자유롭게 1 놓여진 작업실 풍경.


지난 2007년, 독립 영화 감독 김지현 씨가 1년 동안 이진경 씨와 홍천에서 생활하며 그의 삶을 기록한 동명 영화 <앞산 展>에는 그가 포천 집을 추억하며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문득 ‘아, 나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불탄 집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는 갖다 버린 물건들을 다시 주워다 씻어 말린 다음 그것들로 작품을 만들었다. 바로 ‘불 탄 천’ 연작이다. 타다 남은 책들은 겹겹이 배접되어 ‘첩첩산’을 그리는 화판이 되고, 천 조각으로 색동 공을 만들기도 했다.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던 라면과 과자. 그 봉지로 만든 꽃을 붙여 그림을 완성했다. 영화에서 이진경 씨는 이런 말을 한다. “누가 그러는데 내 작업은 똥이 없는 작업이래. 완전 연소되는 작업인거지.” 그리고 그렇게 쌓인 ‘똥이 없는 작업이 좋은 작업’ ‘꽃이 아닌게 어디 있으랴’ 같은 작가로서 확립한 윤리는 쌈지 농부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는 데 중요한 거름이 된다.

‘트러블메이커’로 사는 법
“2004년 벤처 농업 전시 때 아트 디렉팅을 맡았어요. 토종꿀, 매실즙, 인삼 가루… 모두 품질은 좋은데 포장이 화려해 다 똑같아 보이는 거예요. 언젠가는 패키지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농산품이야말로 디자인을 최소화하고 상품 자체를 돋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요.”

그는 요즘 된장, 고추장, 참깨, 들깨 등의 패키지 디자인을 한다. 쌈지는 지난해부터 인사동 쌈지길과 별개 노선을 걸으며 ‘쌈지 농부’라는 이름으로 헤이리에 터를 일궜는데 그 모토는 바로 ‘농사는 예술이다’. 건강한 땅, 건강한 먹을거리, 건강한 정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첫 번째 사업으로 지난해 생태 가게 ‘지렁이다’를 오픈했다. 이곳에선 우리 흙에서 난 정직한 먹을거리와 한 땀 한 땀 손맛이 묻어나는 핸드크래프트 아이템을 전시, 판매한다. 전시 공간과 일곱 명의 작가가 디자인한 게스트 룸이 딸린 생태 문화 공간 ‘논밭예술학교’에서는 자연 요리 교실, 생태 강연, 막걸리 교실이 열린다. 그리고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과 작업을 직접 볼 수 있고 공방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예술 공간 ‘작가공방일하자’까지. 모두 쌈지 농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이진경 씨가 디렉팅을 맡아 디자인부터 작가 모집, CI, 전시&강연 프로그램을 결정한다. 이런 여러 가지 사업을 하지만 이진경 씨가 가장 열심히 두 손 걷어붙이는 일은 리 사이클링, 생태 디자인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모든 기성품의 ‘재고’를 재사용하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재고 그릇 다시 보기. “여주에 가면 소비 사이클에 뒤처져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그릇 재고가 많아요. 소비가 많을수록 리사이클링 재료는 점점 풍부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리사이클링과 러시아의 리사이클링은 재활용의 질이 달라요. 유럽의 리사이클링은 디자인, 일종의 코드로 작용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러시아의 재활용이에요. 배고파서 밥 먹는 것과 같이, 필요에 의해 만드는 재활용이니까요. 결핍은 때론 좋은 양분이 됩니다.”

(왼쪽) 헤이리 논밭예술학교의 게스트 룸. 이진경 씨가 디자인한 ‘풀벌레방’은 황토 온돌집이 콘셉트로 홍천 집처럼 불을 지피는 아궁이가 있다. 쌈지 농부에 예약, 신 청하면 누구나 묵을 수 있다.


1 재고 그릇에 손글씨를 입혀 리사이클링한 그릇. 필름지를 입혀 다시 굽는 방식이다.
2 담양에서 구입한 대나무 생활용품.

3 홍천에 내려가는 날은 가장 먼저 편지함을 가득 채운 우편물을 확인한다.
4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엉겅퀴 꽃.

5 정원을 사이에 둔 이웃, 이진경 작가와 쌈지 농부 천호균 대표.
6 논밭예술학교, 풀벌레 소리, 소금 창고, 설계 시공 등 쌈지 농부에서 하는 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

그는 브랜드마다 쌓여 있는 재고 그릇에 손글씨와 그림으로 생태, 환경 메시지를 담는다. 그릇, 티셔츠 등 디자인하기 쉬운 것들을 싸게 사거나 브랜드의 후원을 받아 업사이클링하는 일을 구체화할 생각이다. “제 별명이 경기도 일대 ‘왕’ 트러블메이커예요. 계속 일만 벌인다고요. 즐거운 일을 하면 쉬지 못해도 재미있잖아요. 지난주에는 담양에, 어제는 부안에 갔다 왔어요. 농촌 곳곳에 퍼져 있는 작가들과 연계해 폐교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4대강 사업으로 점점 사라지는 자연을 기록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이 모든 것이 수익이 나는 사업은 아니다. 이진경 씨는 사장님이 하지 말라는 일-작가들의 커뮤니티를 위해 작가 공방에 살롱, 공용 부엌을 만드는 등-을 하기 위해 홍천 작업실에 있는 그림을 내다 팔기도 한다. 고립되어 있는 것들을 하나로 모아 현대인의 공허함을 채워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흙살림과 협업해 문을 연 ‘농부로부터’는 우리 토종 물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물건을 만드는 곳은 지역사회, 작은 마을이다. 지역은 좋은 물건을 생산하고 있지만 정체되기 쉽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우다 보면 ‘생기’가 오갈 수 있다. 꼭 장인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 공예의 ‘예’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생필품, 평범한 것의 쓰임새를 알리는 것.

도시인은 공허하고 시골은 맥 빠져 하는 것들을 하나로 모아 채워주는 일이 중요하다. 더불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해 대규모로, 대량생산을 하니 광우병, 구제역 등이 발생하는 거예요. 소, 말, 오리를 조금씩 키우면 병에 걸리지 않아요. 풀들도 다양하게 있으면 병충해가 없고요.” 작가들의 커뮤니티 ‘개나리상회’, 제3 세계의 질 좋은 생필품을 소개하는 ‘다 지구다’ ‘업사이클링 어스 upcycling earth’도 그런 활동의 일환이다.그가 또 손을 뻗친 일 중 하나가 전라도 진안 지역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인 ‘문전성시’ 프로그램이다. 재래시장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장인의 노하우가 있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의 밀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형 마트로 단일화되는 것은 더더욱 좋지 않은 방식이다. 다양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벽화만 그린다고 끝인가. 작은 가게를 더 멋지게 만드는 일은 아티스트가 하고,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은 그들 스스로 일궈야 한다. 함께 우는 것이 아닌 싸울 힘을 보태는 것, 그것이 이진경 씨가 생각하는 작가의 윤리다.

어린 시절부터 먹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하는 이진경 씨. 헤이리 논밭예술학교에는 밥, 떡, 간장, 초고추장 등 먹을거리 시리즈가 가득 걸려 있다. 그뿐이랴. 헤이리는 가는 곳마다 사방이 그의 글씨, 흔적이다. 작가로서 ‘희소성의 원칙’에 반하는 데 대한 염려도 있을터. “누군가는 두부 마을 간판과 고급 가구점의 간판은 같을 수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제 그림이 청담동 갤러리에 있어야 가치 있는 건가요? 또 식당에는 그림이 걸리면 안 되나요? 우리의 미감을 자극하는 것은 결국 일상이에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햇살, 이 계절에 맡을 수 있는 풀 냄새, 이맘때쯤 재래 시장에서 느끼는 시끌벅적한 생기는 모두에게 평등한 것들이죠.”

다시 작가로, 홍천에서의 3막
“쌈지 농부는 ‘천천히 걷자’ ‘조금 다른 기준에서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요. 제 자신 또한 과연 그렇게 살고 있나 생각해봤어요. 바쁘게 생태 강의를 준비하느라 정작 나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은 아닐까? 한 친구는 일에 모든 것을 다 쏟는 것 또한 탐욕이라 하더군요. 모두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고요.”

아궁이에 불 지피고 따끈한 구들장에 누웠을 때, 연기 냄새가 살짝 올라오고 귓가에서 풀벌레 소리가 나는 밤이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이진경 씨. 그래서 내친 김에 촬영을 핑계삼아 홍천을 찾았다. 한 달에 한 번 찾는 홍천 집(이진경 작가는 현재 ‘레지던스’라는 이름으로 헤이리 천호균 대표 앞집에 살고 있다)은 떨어져 있어 더 애틋하다. 가장 고통스러웠을 때 간절한 마음으로 지은 집이고 한지 벽지를 바르는 등 공간 하나하나에 그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는 삶의 흔적이 진하게 밴 이 공간에서 슥슥 그림을 손보고, 익숙한 솜씨로 나물을 가득 넣어 솥밥을 짓는다.

(왼쪽) 생태 공간 ‘지렁이다’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건강한 생각이 담긴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낡고 오래된 것에서 발견하는 디자인, 순수한 자연에 대한 존경심, 한 땀 한 땀 채운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3층에 우리 술 막걸리집 ‘ 세발자전거’를 오픈했다.

눈으로만 칭찬받는 디자인 요리가 아닌 입안에서 인정받는 진짜 요리. 음식이란 감각의 총체이므로 예술가가 당연히 가까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끔 후배들한테 재료 썰기를 시켜보고 ‘작업하지 마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전체 상황을 읽고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잘 운용해야 하거든요. 딱딱한 친구들이 있어요. 마음을 다하지 않는 거예요. 다하고 안 하고의 기준은 신나게 노는 것과 비슷해요. 완전 연소되는 것.”

사실 그는 작업에 대해 아직 완전 연소했다고 말할 수 없다.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혹자는 ‘용이 되려다 이무기가 된 비운의 샛별’이라고 냉혹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 이 진경은 반대로 아직 때가 오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림을 그린다 했을 때 엄마는 “가난을 벗 삼아야 하는데, 평생 정신을 바르게 세우고 살 자신 있느냐”고 물었다. 이제 그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작업을 하는 미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루한 것을 견디는 힘 아닌가. 그렇다면 그가 몰입하고 싶은 작업은 어떤 것일까. “포천 작업실에 살 때였어요. 엄마가 반찬이 없을수록 쌀이 맛있어야 한다며 일반미를 사주고 가셨어요. 친구들은 주로 과자나 음료수를 들고 놀러 오죠. 쌀을 사오는 사람은 엄마뿐이잖아요. 들여다보는 관점이 다른 거예요.”

그가 ‘완전 연소할 때까지’ 그리고 싶은 그림은 바로 ‘엄마가 차려 주는 밥’처럼 시선이 따뜻한 작품이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