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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_남한산성]산길 따라 쌓인 눈꽃이 절경을 이루는 남한산성의 별미 참살이 탁주와 효종갱
뽀드득뽀드득 쌓인 눈을 밟는 기분이 상쾌한, 도심 속 걷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남한산성에 다녀왔다. 아픈 역사만큼 품고 있는 이야기도 많은 남한산성엔 임금이 머물던 행궁과 지휘관이 올라서서 군대를 지휘하던 수어장대 등의 문화 유적부터 인조 임금의 수라상에 오른 닭백숙, 최초의 배달 음식인 효종갱 등 음식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게다가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 막걸리로 꼽히는 ‘참살이 탁주’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 참살이 탁주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남한산성 소주문화원’을 연 강환 구 원장이 들려주는 남한산성의 술과 음식 이야기.

온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1월의 어느 날,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서울 중심부에서 차로 약 40분쯤 가면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에 자리한 남한산성이 나온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외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국방의 보루이던 이곳은 그 위용과 치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 유적지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답사 목적보다 당일치기 걷기 여행지로 자주 찾는다. 특히 겨울에 눈이라도 올라치면 눈꽃을 감상하며 걷는 즐거움이 제법 크다.

친환경 무농약 햅쌀로 빚은 참살이 탁주
이 남한산성 입구에 있는 아담한 한옥 모양의 건물. ‘남한산성 소주 문화원’이란 현판을 단 이곳은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석필 옹과 전수자인 강환구 원장이 우리나라 전통 막걸리이자 남한산성 고유의 술인 남한산성 소주와 참살이 탁주를 지켜내기 위해 세운 곳이다. 1층 전시실엔 옛날 선조들이 술을 빚을 때 쓰던 각종 도구와 주전자, 술잔, 자료가 잘 정돈되어 있다.
“남한산성 소주는 조선조 14대 임금인 선조 때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던 술입니다. 부친께서 전통주 중 유일하게 재래식 엿인 조청을 사용해 특별한 맛은 물론, 숙취가 없고 향취가 매우 좋습니다.”  남한산성 소주문화원 내부를 소개하던 강환구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이자 강석필 옹의 맏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우리 술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왼쪽) 친환경 무농약 햅쌀로 빚어 맛이 부드럽고 순한 참살이탁주.

“처음엔 아버지께서 남한산성 소주만 빚으셨어요. 그런데 조금 더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술을 개발하자고 하시더군요. 400년 전통의 술도가를 이끄셨던 아버지는 국립 한경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오랜 연구 끝에 ‘참살이 탁주’를 선보이셨어요. 100% 국내산 친환경 무농약 쌀로 빚은 참살이 탁주는 묵은쌀이 아닌 매해 수확한 햅쌀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깊은 맛이 납니다.”


1 남한산성 소주문화원의 강환구 원장.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석필 옹의 맏아들로 아버지를 이어 전통 그대로의 우리 술 맛을 지키고 우리 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2 남한산성소주문화원 지하에 마련된 숙성실, 옆방엔 막걸리 체험관이 있다.


참살이 탁주 병을 보면서 참 낯익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막걸리 술도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 등장한 바로 그 막걸리다. 그 후로 막걸리 전문점에서 몇 차례 맛을 보았는데, 막걸리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부드럽고 농도도 너무 무겁지 않아 가볍게 즐기기에 꽤 좋았던 기억이 났다.
“네, 맞아요. 참살이 탁주는 신진대사를 돕는 다양한 물질을 함유해 숙취가 없습니다. 특히 탄산의 생성을 최대한 방지해 마시는 중 불쾌한 트림이 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막걸리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숙성한 뒤 바로 마시는 생막걸리와 고온에서 살균한 살균 막걸리로 나뉜다. 생막걸리의 경우 맛과 향이 살아 있어 마시기에 좋지만 유통기한이 짧다. 반면 살균 막걸리는 향미가 떨어지는 대신 수개월에서 1년까지 유통이 가능하다.

“비교 연구를 해보진 않았지만 막걸리는 본래 살균하지 않는 술입니다. 그래야 맛과 영양까지 모두 보전할 수 있어요. 참살이 탁주의 경우 비타민 B군과 필수아미노산, 노화 방지 물질을 함유하며, 효모와 소화효소,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에 좋을 뿐 아니라 몸속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도록 도와줍니다. 국립 한경대학교의 친환경농축산연구센터(GRRC)에서는 ‘참살이 탁주’가 운지버섯에서 추출한 크레스틴(PSK)이라는 물질보다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역사 속 이야기가 담긴 남한산성의 음식

전시관과 기념품 판매점, 지하에 숙성실과 체험실을 갖춘 남한산성 소주문화원에서는 술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다. 꼬들꼬들하게 지은 고두밥을 식혀 누룩으로 버무린 다음, 물을 붓고 고루 섞어 병에 넣는다. 체험이 끝난 뒤에는 본인이 담근 막걸리를 플라스틱 병에 담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 입장료는 없고 체험비는 1만 8천 원이다. 그리고 1층 바깥에 마련한 테라스에서는 남한산성 고유의 문화가 담긴 음식도 맛볼 수 있다.


3 전시실에 보관중인 술주전자.
4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인 ‘새벽을 깨우는 국’이란 뜻의 ‘효종갱 曉鍾羹’. 해장국으로 남한산성에서 서울까지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전복과 새우, 버섯, 고기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탕으로 미리 주문한 후 맛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 음식으로 꼽히는 효종갱으로 ‘새벽종이 울릴 때 서울에서 받아먹는 국’이란 뜻의 음식이다. 효종갱은 남한산성에서 소갈비, 전복, 해삼, 배춧속, 콩나물, 표고버섯 등을 넣고 하루 종일 끓여낸 해장국으로 그 맛이 좋아 서울까지 배달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당시 양반집 하인들이 효종갱이 식지 않도록 음 식을 담은 항아리를 솜이불로 싼 다음 강을 건너고, 서너 시간 걸어가 양반의 아침상에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5 남한산성 서민들의 음식이었던 토장국. 쇠뼈 국물에 각종 야채를 넣고 끓여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6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음식인 닭백숙.


효종갱이 양반들의 해장국이었다면, 서민들은 ‘뜨끈이’라고 부른 토장국을 먹었다. 소뼈를 우린 국물에 된장을 풀고 무를 넣어 오랜 시간 끓인 다음 파와 쇠고기 수육을 넣어 먹었으며, 조선시대 후기에는 된장 대신 고추장을 넣어 맵게 끓여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도 남한산성 인근 사람들은 생일날 미역국 대신 이 토장국을 먹는 등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닭백숙은 인조 임금이 남한산성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받은 수라상에 오른 음식으로, 소주문화원 한편에 그때의 수라상을 그대로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이 효종갱ㆍ토장국ㆍ닭백숙 모두 남한산성 소주문화원에서 맛볼 수 있는데, 효종갱과 닭백숙은 미리 예약한 후 가는 것이 좋다.


겨울에 더 아름다운 남한산성 둘러보기
남한산성 소주문화원을 둘러보고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한 뒤,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효종갱을 주문해놓고 남한산성 걷기에 나섰다. 눈길을 밟으며 한 시간가량 걸어 올라가니 견고하게 쌓은 성벽이 산의 지형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져 뻗어나간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에 이 남한산성을 ‘백제 온조왕 13년에 쌓았다’는 기록이있다. <삼국사기> 등 일부 기록에는 통일신라시대에 축성했다고도 전해진다. 산길이지만 그리 험하거나 높지 않은데, 이곳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수어장대와 행궁이다. 수어장대는 인조 2년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축성한 곳이다. 동서남북에 4개를 지었으나 모두 소실되고 유일하게 지금까지 남은 것이 수어장대다. 남한산성에 있는 건축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에 오르면 서울 남산부터 인천 앞바다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래로 내려오면 산성 로터리 인근에서 최근 복원한 행궁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임금이 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으로, 일제강점기에 방치되어 허물어진 것을 작년에 복원했다. 아직 미완성이기 때문에 2월 말까지 정해진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남한산성 역사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남한산성의 역사부터 구한말 수어장대 모습, 남한산성 전체 모형과 병자호란 당시 항전 기록화 등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왼쪽)
눈 쌓인 남한산성 성곽길. 걷는 내내 눈 밟는 소리, 설경 속 산 아래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생막걸리 이것이 궁금하다
막걸리가 가장 맛있는 때는 언제일까? 생막걸리는 살아 있는 효모가 왕 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병에 든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발효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묘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생막걸리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제조 후 3~10일 사이이며, 그전에는 맛이 가벼운 반면 그 이후에는 산도가 높아져 톡 쏘는 맛을 낸다.
막걸리를 특별히 맛있게 먹는 법이 있을까? 여름에는 영하 1~3℃가 좋으며, 겨울철에는 3~5℃가 적당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맑은 술을 좋아하는 경우 막걸리의 웃물만 따라서 마실 수도 있지만, 사실 막걸리의 침전물은 쌀의 성분과 다량의 효모가 들어 있는 영양의 보고이므로 막걸리를 잘 흔들어 마실 것을 추천한다.
어떤 막걸리를 골라야 잘 고른 것일까? 막걸리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원료’. 특히 쌀 막걸리의 경우 원료인 쌀의 품질에 따라 막걸리가 갖고 있는 특유의 효능을 나타내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과 같은 막걸리 열풍이 불기 전, 우리나라 시중에 유통되는 거의 모든 막걸리는 수입 밀가루 또는 수입 쌀로 빚은 거라 마신 뒤 두통과 같은 숙취가 발생 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산 질 좋은 쌀을 사용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우수한 맛과 품질을 갖춘 막걸리가 등장하고 있어 이제는 부담 없이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집에서도 맛있게 막걸리를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막걸리는 구입 즉시 냉장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중 김치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안정적인 발효가 이루어져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개월이 지나도 김치처럼 맛있게 마실 수 있다.
자료 제공 참살이 탁주(1577-3425)



취재 협조 남한산성 소주문화원(031-741-2100)

글 이화선 기자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