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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전원일기- 인터뷰]20여 년간 귀농 인재 양성해온 도법 스님 돈이 더 귀할까? 밥이 더 귀할까?
2004년 탁발 순례를 통해 ‘생명평화’라는 낯선 단어를 일상의 언어로 끌어올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 스님은 일찍이 귀농학교를 설립해 지금까지 귀농 인재 양성과 후원에 지극 정성을 기울여왔다. 인터뷰를 위해 남원 실상사 내 선방 ‘목탁 木鐸’을 찾았다.


실상사 내 연못가에 선 도법 스님. “연꽃이 아름답지? 연꽃이 뭘 먹고 꽃을 피웠는지 뿌리내린 데 한번 가봐. 시궁창이야. 연꽃의 아름다움을 알려면 연못이 어떤 데인가를 알아야 해.”

누군가 나에게 “돈 10조 원을 줄 테니까 네 생명을 내게 줘.”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신이 나서 “응, 좋아!”라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내 생명이 사그라지고 없는데 억만금이 생긴다 한들 무슨 소용 있을까 싶어 도리질을 치게 된다. 도법 스님과의 인터뷰는 돈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이는 극히 드물지요. 어떤 사람이 귀농하여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보시는지요? “자기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눈뜬 사람이지.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내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최고 가치가 무엇인지 짚어보는 것이 성공적인 귀농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다음 단추 끼워봐야 말짱 헛일이여.”
생명의 가치에 눈뜨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이득을 줄까요? “생명 가치에 눈뜬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단순 소박한 삶이라고 할 수 있어. 단순 소박한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바람직한 삶이라는 철학과 신념으로 살아가면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나와. 첫째, 자연 생태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둘째, 사회 양극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 단순 소박한 삶이란 게 어떤 것인고 하면 자연과 잘 어울리는 삶, 이웃과 잘 어울리는 삶, 상대와 잘 어울리는 삶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이걸 스스로 잘 정리해봐.”
행복과 평화를 찾아 귀농을 하는 이도 많습니다. “행복의 조건이 더 큰 집, 더 좋은 집을 추구하는 데 있다면 그 귀농은 의미가 없고 성공할 수도 없어. 우리가 귀농을 하는 건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인데, 인간의 창조 행위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농사야. 가장 거룩한 행위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지. 왜냐고? 먹어야 철학도 하고, 과학도 하고, 사랑도 하잖아. 먹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런데 실제 삶을 보면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평가와 대접을 안 해줘. 그게 문제지. 토론해보면 시인도, 농부도, 정치인도 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는데 그중 누구도 ‘나는 농부로 살겠다’고 안 해. 그러니까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 거짓말이잖아. 이 사회가 온통 거짓말투성이야.”


1 요즘엔 스님을 찾는 데가 많아 농사를 짓지 못하는 도법 스님. 그래도 먼 데서 손님이 찾아오면 환대하고 차를 내주며 다구를 씻는다.
2 실상사의 오래된 화장실.


농부를 귀하게 대접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무지함에서 깨어나야지. 부처보다 더 근본적으로 거룩한 게 밥이야. 밥 안 먹고 국회의원 할 수 있어? 그러면 당연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조건인 자연, 농촌, 농업, 농민과 자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대접하는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 되어야지.”
갈수록 먹을거리와 식품 안전성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건강 식단과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명이 안전할 수 없고 건강할 수 없는데 평화롭고, 행복하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이 가능할까? 아름답고 행복한 삶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생명의 안전성과 건강성에 있지. 그리고 생명의 안전성과 건강성이 담보된 식단을 실제 품위 있는 식단이라 할 수 있을 테고.”
어떤 밥상이 품위 있는 밥상일까요? “나와 우리 식구의 생명이 안전2하고 건강할 수 있는 식단을 꾸리는 거겠지.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유기농이나 좀 더 자연적인 농산물을 사용해야 되겠지.”
유기농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니까 빈자의 소외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가난한 사람이 믿는 구석이 뭐겄어? 가난한 사람이 믿고 의지할 데는 어디겄어? 건강이지. 그래야 벌어먹을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러니 가난한 사람일수록 술값 아끼고 담뱃값 줄여서 유기농 식품을 먹도록 해야지. 술과 담배는 몸에 도움이 안 돼. 다른 걸 줄여서라도 생명과 건강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투자해야 해. 그러므로 오히려 가난할수록 식단을 더 품위 있게 차려야겄지. 가난한 사람은 돈도 없고, 권력도 없으니 자기 건강을 믿어야잖아.”

건강을 생각하는 ‘인드라망 꾸러미’
인드라망 귀농학교 출신 귀농자를 비롯해 강원도 횡성 지역 소농 공동체에서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제철 안전 먹을거리를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직거래 농산물 상품. 매주 수요일 산지에서 농산물을 발송하고 소비자는 매주 목요일 농산물을 받을 수 있다. 한 꾸러미에 유정란 10알, 손두부 1모, 제철 농산물 4~5가지, 밑반찬 1가지가 들어 있다. 총 매출의 70%가 생산자에게 환원되며, 이를 통해 전통적인 소량 다품종 농사가 활성화될 수 있다. 꾸러미 가격은 회당 2만 5천 원. 부정기 회원의 경우 월요일까지 선입금 주문하면 그 주 목요일에 받을 수 있다.
문의 02-576-1886, budcoop@budcoop.com

 

김선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