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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전원일기- 귀농 지침서]한 권으로 읽는 농촌 일기 책 안의 귀농본색 歸農本色
지금 귀농이나 귀촌을 꿈꾼다면 ‘선배님’들의 좌충우돌 귀농기를 먼저 섭렵할 것. 몸으로 부딪치고 가슴으로 느낀 농촌 생활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으니 시행착오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에세이, 일기, 동화, 만화까지 골라 읽는 재미도 있다!

<텃밭에서 발견한 충만한 삶>(알린 번스타인, 디자인하우스) 잇따라 세 아이를 잃고 좌절 속에 지내던 여성 알린 번스타인이 시골로 들어가 포도밭을 가꾸며 내면의 평화를 회복해가는 스무 해의 기록이 담겼다. 싹을 틔운 토마토 줄기에서 환희를 맛보고, 지렁이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그에게 땅은 영적인 스승과 다름없다. “전체를 바라볼 것, 중심에서 뻗어 나온 탁 트인 독단적인 가지를 선택할 것, 중용의 묘미를 잊지 말 것.” 이렇게 땅과 자연의 가르침이야말로 귀농이 주는 가장 귀한 선물이 아닐까.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정청라 글/김중석 그림, 토토북) 산청의 황매산 기슭으로 귀농한 서울 아가씨 정청라 씨가 자신의 첫해 벼농사 과정을 그림 동화로 꾸몄다. ‘진짜 농부’가 되려고 농약도 안 치고 기계도 안 쓰면서 벼농사를 지은 1년 동안의 좌충우돌이 담겨 있다. 볍씨가 모가 되고, 모가 벼가 되고, 벼가 쌀이 되어 ‘밥’으로 사람을 이롭게 하기까지 1년간 흘린 땀이 글과 그림에 스며 있다. 이 ‘농가월령가’를 따라 부르다 보면 ‘밥’은 ‘고마움’과 동의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어른이 봐도 좋은 그림 동화책.

<이장이 된 교수, 전원 일기를 쓰다>(강수돌, 지성사)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교수로 부임해 학교 근처 시골에 귀틀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살다 이장 노릇까지 하게 된 강수돌 씨의 시골 생활 일기. 그는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살림살이 경제’를 고민하고,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진짜 살림살이’는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연에서 나온 것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자연 만물은 스스로 제 살길을 열어나간다. 자연스러운 것이 모든 일의 해법이 아닐까”라는 그의 말속에 모든 해답이 담겨 있다.

<전원의 쾌락>(다마무라 도요오, 뮤진트리) 화가이자 에세이스트, ‘프로 전원생활자’인 저자가 일본 잡지 <가정화보>에 연재한 에세이를 엮었다. 신슈 지역 해발 850m의 언덕에 집을 짓고 초보 농사꾼으로 산 열두 달의 삶이 담겨 있다. 이 부부는 3500평 농원에서 도시와 전원을 잇는 ‘징검다리 삶’을 사는데, 자신들이 기른 작물을 도시인에게 판매하고 전원생활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문화상품까지 만들어낸다. 그 안에서 이들은 ‘일과 놀이 사이의 지극한 행복’을 찾아낸다. 저자가 추천하는 요리 레시피도 담았다.

<삽 한 자루 달랑 들고>(장진영, 행복한 만화가게) 만화가 장진영 씨가 강화도에서 직접 농사짓고 이웃과 부대끼며, 또 정부 정책에 분노하며 산 ‘귀농기’를 만화로 그렸다. 꿈속의 전원생활이 아니라 땀내, 흙내 풍기며 일하는 농민의 삶을 수묵화풍 만화로 끈끈하게, 때론 담담하게 그려냈다.

<어진이의 농장 일기>(신혜원,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대상작으로, 주말농장에 간 아이가 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는 이야기를 그림 동화로 풀어냈다. 땅을 갈아엎고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꽃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을 신혜원 작가만의 정겨운 그림으로 담았다. 모종하는 법, 무·배추 갈무리법 등 농사에 필요한 상식도 쉽게 설명해놓았으니 가족과 함께 귀농을 꿈꾼다면 아이에게 이 책을 꼭 보여줄 것. 땅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기: 앙성댁 강분석의 봉화 산골 이야기>(강분석, 푸르메) 사십 평생을 서울내기로 살다 자연과의 소통을 꿈꾸며 귀농한 13년 차 농사꾼의 행복 에세이. 다랑논을 만들어 벼농사를 짓고 살면서 그 호락호락하지 않는 농촌 생활을 낮고 순한 마음으로 즐기는 그만의 ‘행복해지기 비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삶이란 결코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살아야 할 신비”라는 글귀에는 밑줄을 죽죽 긋게 될 듯.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 달력 제철 밥상>(장영란, 들녘) 무주 산골에서 자급자족 농사를 꾸리며 살아가는 장영란 씨가 절기에 맞춰 쓴 농가월령기이자 요리 에세이. 자연 달력에 맞춰 재배한 농산물과 산나물로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해 먹고, 절기마다 피고 지는 꽃을 보며 기뻐하는 ‘자족’의 삶이 담겨 있다. 제철 재료로 차린 무공해 건강 식탁 정보도 알차다. 사진은 장영란 씨와 그의 남편인 김광화 씨가 찍고, 그림은 딸 정현이가 그렸다. 산골살이를 진실로 즐기는 이 가족의 ‘자유’와 ‘맛’으로 책 속은 진수성찬!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