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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품은 12인의 제주찬가]제주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홍창모 씨가 꼽은 제주의 '보물 창고'

두맹이 골목
제주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고향을 찾는다. 제주 사람이지만 객지 사람보다 제주에 갈 일이 더 없는 셈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제주 땅을 밟을 때마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제주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넓어지고, 휘황찬란한 각종 테마파크는 왜 그렇게 생겨나는지. 제주의 정서를 간직한 풍경이 하나하나 소멸돼 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리다.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대수난을 겪고 있는 제주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동네 중 하나가 동초등학교 맞은편 두맹이 골목이다. 공공 미술 사업의 일환으로 오래된 골목 벽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읽었을 법한 만화를 벽화로 그려 놓은 풍경이 운치 있다.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과 집집마다 정성스레 꾸민 마당과 대문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찾아가는 길 화북 방면으로 가는 100번 버스를 타고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10~15분 정도 소요된다. 평일 막차는 오후 10시 30분.

해미안 ‘관광’객이 제주에서 탕에 들어앉아 목욕이나 하고 있을 일은 없겠지만 ‘해미안’이라면 한번쯤 경험할 만하다. 제주시 외곽 외도동에 위치한 목욕탕으로 제주 사람조차 잘 모르는 이곳은 온천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시설이 좋고 운치가 있다. 녹차 탕, 사우나실 등 내부 시설은 일반 목욕탕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야외 온천탕이 백미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바다를 내려다보는 맛은, 특히 눈 내리는 겨울에 최고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에서 이호 해수욕장 방면으로 1132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이호 검문소를 지나 외도초등학교 맞은편에 있다. 문의 064-713-2001 운영 시간 오전 6시~오후 9시

탐라 게스트 하우스 역대 대통령이 제주도에 내려올 때마다 별장으로 사용한 탐라 게스트 하우스는 제5공화국 시절에 지어진 후 1997년부터 도지사 관사로 사용되다 2004년 민간에 개방되었다. 병솔 꽃나무와 피라칸사 나무가 붉고 하얀 꽃을 활짝 피우는 앞마당을 지나 뒤뜰에 가면 이곳을 다녀간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1층 연회장에는 그 시절의 화려함을 대변하듯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인다. 2층으로 올라가면 고급 호텔 방을 연상시키는 숙소와 집무실로 쓰던 사무실이 있다. 대통령이 편한 카디건 차림으로 수십 명의 경호원을 뒤로한 채 산책을 즐겼을 법한 건물 밖 오솔길도 걷기에 좋은 코스다. 숙박은 할 수 없고 관람만 가능하다.
찾아가는 길 신제주초등학교 위쪽 KCTV 방송국 앞 사거리에서 연북로를 따라 법원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오른편 민오름 가는 길 입구가 있다. 그 입구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야원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를 벗어나 제주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고 싶을 때, 내비게이션에 ‘야원’이라고 입력하고 ‘안내 시작’ 버튼을 눌러라. 야원은 제주 전통 초가를 개조해 만든 찻집으로 제주 시골의 오래된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초가집의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좌식 테이블이 정겹게 놓여 있고, 감각적으로 진열한 도자기와 찻사발, 고운 한복감이 먼저 눈길을 잡아끈다. 넓은 마루 위에 앉으면 커다란 통 유리창 밖으로 작은 연못이 바라다보여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도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 구수한 황차가 일품인 한가로운 찻집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누리는 것도 일상의 작은 기쁨이 될 것이다.
찾아가는 길 제주시에서 97번 도로를 타고 표선 방면으로 가다 조천 사거리와 남조로 검문소를 지나 오른쪽 길가. 문의 064-782-4522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30분 글과 사진 홍창모제주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홍창모 씨가 꼽은제주의 ‘보물 창고’홍창모 디자인 회사 ‘사우스 South’ 실장이자 제주 출신으로, 솔직하고 익살스러운 제주 여행기 <제주 여행법>을 출간했다. <서울의 보물창고> <효자동 레시피> <스타카토 라디오>등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북 디자인도  그의 작품이다.
정세영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