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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_ 안동] 버섯의 달인 류충현 씨가 내놓는 상황버섯식초와 하회탈빵 농업명장이 만들면 빵과 식초도 보약
류충현 씨는 1995년 국내 최초로 상황버섯 인공 재배에 성공한 버섯의 달인이다. 하지만 버섯밭보다는 실험실에 더 오래 머무르는 괴짜 달인. 병에 걸려야 찾는 ‘영약’이 아닌 건강할 때 즐겨 먹는 ‘식품’이라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왼쪽)
상황버섯 인공 재배를 성공해 농림수산부 지정 신지식농업인과 경상북도 농업명장에 지정된 류충현 약용버섯의 류충현 대표.
(오른쪽) 참나무 원목에 균주를 배양해 재배하는 상황버섯. 4년을 잘 키우면 약성이 최고조에 이르는 명품으로 탄생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하지만 그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빨간불이 들어오고 나서야 부랴부랴 몸에 좋다는 약을 챙기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며 다부진 결심을 해본다. 그러나 컨디션이 제자리를 찾는다 싶으면 어느새 슬그머니 불성실한 식습관, 게으른 생활 습관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때늦은 효심의 발로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자식들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이리저리 수소문해보고 좋다는 약재는 모두 구해와 정성껏 달여보지만 정작 부모님께 권하는 자리에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영문도 모른 채 자식들이 따라주는 정체불명의 ‘물’을 마실 때면 ‘내가 중병에라도 걸렸나?’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약용 버섯이 그렇죠. 암 환자 같은 난치병이나 불치병 환자에게나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홍삼처럼 평소 꾸준히 먹는 것이 좋은데 가족 중에 누가 아파봐야 비로소 눈길이 가나 봐요.”

버섯계의 신지식인이 된 과수원집 아들
1995년에 국내 최초로참나무 원목을 이용한 상황버섯 인공 재배에 성공해 유명해진 류충현 씨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버섯 농사꾼이다. 상황버섯과 노루궁뎅이버섯, 동충하초버섯 등을 재배하는 기술도 탁월하지만 독특한 가공식품을 끊임없이 내놓는 열정으로 더 유명해 4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이미 농림수산식품부 선정 신지식농업인, 경상북도 농업명장 등 수상 경력이 즐비하다.
“어려서부터 돼지 키우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논농사,밭농사에 정미소까지 운영하는 집의 외아들이라 어려서부터 일복은 제대로 타고 났는데, 하필 살던 동네가 안동 임화댐 수몰 지역이 되는 바람에 그 좋아하는 돼지 키우는 일을 못 하게 된 거죠. 댐 가까이에서 축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제대하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새 터전으로 마련한 산 전체에 사과나무를 심어놓고 아들을 기다리고 있더란다. 그렇게 과수원집 아들이 되었는데 정작 그의 눈길을 끈 것은 버섯이었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안동 인근에서는 길안면의 사과가 유명해 과수 기술을 배우러 들렀다는데 거기서 느타리 농사를 알게 된 것. 비닐하우스를 어설프게 지어놓고 볏짚에 느타리버섯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버섯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느타리 농사는 부업으로나 하는 겨울 한철 일이었어요. 그런데 돼지 다음으로 재미있는 게 버섯이더라고요. 종균 회사에서 느타리 종균을 가져다주면 그걸 배양해 농사를 짓는데 우연히 상황버섯 균을 얻게 되었어요. 버섯 재배에 관한 책을 보면서 실험해봤는데 상황버섯 인공 재배에 성공한 거죠. 참나무 원목을 비닐에 싸서 찜솥에 삶아 멸균시킨 후 상황버섯 종균을 접종하고 몇 번의 소독 과정을 거쳤더니 성공 확률이 높아지더라고요.”
상황버섯은 비닐하우스에 즐비하게 심어놓은 원목의 양분을 먹고 산다. 모든 버섯이 다 그렇지만 배양하기 전에 오염되면 푸른곰팡이가 슬어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불량품은 초기에 버리므로 하우스 안에는 건강한 버섯만 남게 마련이다. 농약을 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황버섯은 쓴맛이 도는 영지버섯과 달리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달이면 보리차처럼 마실 수 있어 아기에게도 먹일 수 있다고. 페트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1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을 만큼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이 즐기는 상황버섯 제품이 꿈
류충현 씨가 상황버섯으로 유명해진 건 역설적이게도 ‘암에 걸려야 비로소 찾는’ 사람들의 인식 덕분이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아픈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들도 눈길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처음에는 건강원에서 개소주나 흑염소 농축액을 만드는 데 쓰는 솥을 사다가 상황버섯을 달여 농축액을 만들었어요. 실험을 해본 거죠. 그 이후에 파우치 기계도 들여놓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자비로 일본 도쿄 건강식품 박람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어요. 5년간 정부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참가했는데 그러는 동안 눈이 많이 뜨였죠. 내 제품 좋으니 무조건 사라고 외쳐봤자 사람들은 눈길도 주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는데 디자인 감각,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뜬 것이죠. ”
그 당시 일본에서는 한창 식초 붐이 일고 있었다. 신기한 것, 새로운 것을 대하면 실험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라 사방을 수소문해 경상북도 청송 옹기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무조건 들여놓아 식초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섯 배양 균사체를 넣은 식초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했는데 도무지 같은 맛을 낼 수가 있어야죠. 어떨 때는 초 맛이 구수하고, 어떨 때는 시고. 종잡을 수가 없어서 실험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초산의 활성화 방법에 문제가 있더라고요. 옹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거죠. 초산 발효기를 어렵게 구해 실험해보니 제대로 된 식초 맛이 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추, 딸기, 머루, 녹차, 마 등 온갖 식초를 다 만들어보았어요. 식초가 늘어나다 보니 저장 탱크가 있어야 하기에 자꾸 사들였죠. 처음에는 1톤 규모 탱크를 스무 개가 넘게 사들였는데 그걸로 모자라 2.5톤 탱크도 몇 개, 나중에는 3톤 탱크도 서른 개…. 파는 건 안중에도 없이 무조건 사서 보관하기만 했어요.”
그 모든 것이 지금에야 커다란 재산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슬슬 두려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비로소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이제 그만 만들고 팔기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것.

(왼쪽) 농약이나 비료를 줄 필요가 없는 농사지만 이끼나 잡초를 솎아내는 김매기만은 거를 수가 없다.

식초는 원 없이 만들어봤지만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버섯 균사체를 밥에도 넣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반찬 만들 때 활용해도 좋을 텐데…. 그럼 빵은?’ 국내에서 최초로 인공 재배에 성공하고 보니 국내에서 품질이 제일 좋은 버섯, 약리 효과가 뛰어난 버섯을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생기더란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4년산 상황버섯 재배법. 국내에 유통되는 상황버섯은 대개가 1~2년산이다. 그 이상 재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6년근 인삼이 사포닌 함량에서나 약리 효과에서나 최고의 약성을 나타내듯, 상황버섯 역시 재배 기간이 늘어날수록 약리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 참나무 원목을 2천 본 정도 심을 수 있어요. 최고 품질의 상황버섯은 그중에서도 10~20%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는데 집중해서 관리하면 40% 정도는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죠. 4년 정도 잘 키워놓으면 제가 봐도 탐나요. 모양도 좋지만 약성도 제대로 된 명품으로 탄생하는 것이죠. ”
잘 재배한 상황버섯은 반달 접시 모양의 고유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건조시키면 버섯 한 개에 무게가 200g까지 나갈 만큼 두꺼워진다고. 가을에 강수량이 줄면 버섯 자체의 수분도 줄어들고 겨울에 기온이 내려가면 언 상태에서 성장이 멈춘다. 봄이 되면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온도 차이가 큰 상태에서 자연 생장한 것이라야 약리 효과가 높다고. 1kg이 들어가는 한 박스에 최상급 제품을 넣으면 버섯 다섯 개가 들어간다고. 이 정도 양이면 재탕과 삼탕을 반복해가며 끓여서 환자가 약 두 달 정도 복용할 수 있는 양이란다. 건강한 사람이 보리차처럼 끓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수시로 마신다면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 복용할 수 있다.
류충현 씨가 내놓는 상황버섯 가공식품은 정말 다양하다. 제품의 본질은 바꾸지 않으면서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들. 상황버섯 균사체와 현미로 만든 ‘상황버섯밥’이라는 분말 제품은 밥할 때 한 숟가락만 넣으면 금빛으로 먹음직스러운 밥이 된다고. 밥솥 주위나 뚜껑에 버섯 균사체가 붙을 수 있는데 밥하기 2~3시간 전 분말을 물에 개어두었다가 섞으면 깔끔하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도 넣는다. 밀가루 반죽에 넣어 부침개를 만들어도 좋다. 약리 효과는 그대로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1 한창 자라기 시작한 노루궁뎅이버섯. 완전하게 자란 제품을 건조시켜놓으면 노루궁뎅이와 똑같은 모양을 갖는 버섯이다.
2 톱밥을 이용해 인공 재배하는 노루궁뎅이버섯. 
3 상황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만든 천연 발효 식초인 버섯미인
4 상황버섯 추출물과 홍삼을 섞어 만든 농축액인 상황버섯 진액. 
5 상황버섯 균사체로 만든 상황버섯밥.


아홉 가지 표정이 살아 있는 안동 명물 하회탈빵
최근에는 하회탈 모양의 빵을 만들어 흔히 말하는 ‘대박’을 쳤다. 안동의 상징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회탈의 아홉 가지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 빵인데 양반・각시・ 선비・ 백정・이매・할미・중・초랭이・부네 탈 등 비슷한 듯 다르게 생긴 탈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맛을 보면 호두과자 같기도 하지만, 일반 팥소 대신 복분자를 넣은 복분자 빵과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커스터드 빵으로 맛에도 변화를 주었다고. 소 재료를 봐야 알 수 있는 송편처럼 하회탈빵 역시 골라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흔히 먹는 간식과 무엇이 다르랴 싶어도 만드는 과정을 보면 그 정성과 들어가는 재료의 약성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선 상황버섯을 잘게 쪼갠 후 추출 주머니에 넣어요. 여기에 황금, 원지, 석창포, 감초 같은 약재를 섞어 끓이면서 24시간 동안 약용 성분을 추출하지요. 현미를 이용해 만든 상황버섯 현미 균사체를 곱게 갈아서 혼합해 다시 만 하루를 숙성시킨 다음 밀가루와 찰보리를 넣고 혼합해 반죽한 다음 복분자나 커스터드 크림을 넣고 구워내죠. ”
독특한 것은 과정 중에 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상황버섯 추출액으로 반죽하기 때문이다. 방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5일 정도. 대부분 택배를 통해 판매하는데 오래 두고 먹으려면 냉장고나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먹을 때 살짝 데우면 된다.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도록 작게 포장해 내놓는데, 박스 포장에 어찌나 신경을 썼는지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고. 정교한 표정을 살리기 위해 류충현 씨가 직접 석고 틀에 하회탈 모양을 깎아서 디자인해 만들었단다. 안동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 중 요즘 가장 눈길을 끈다.

(왼쪽) 하회탈의 아홉가지 모양을 본 떠 만든 하회탈빵. 안동의 새로운 명물이다.

story shop 류충현 약용 버섯에서 생산하는 상황버섯 제품들은 364쪽 ‘행복이 가득한 쇼핑’에서 판매합니다. 문의 080-030-1200, happyhome.storyshop.kr

* ‘건강의 고향을 찾아서’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자이며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으로 재직 중인 농업경제학자 민승규 박사와 함께 기획・구성한 기사입니다.


이명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