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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_함양] 150년 전통의 죽염종가 인산가 김윤세 대표 원기를 살리고 몸을 정화시키는 죽염의 힘
삼봉산은 영산 靈山이다. 많은 사람이 아픈 몸을 추스르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려 찾아드는 아버지의 품 안이다. 제 병은 제 힘으로 고칠 수 있고, 병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약이 있다는 신의방 新醫方을 제시한 인산 김일훈 선생을 기리는 인산문화원에서 만난 죽염과 마늘, 전통 장류에는 깊이 있는 음식 철학과 몸을 살리는 지혜가 담겨 있다.

(왼쪽) 김윤세, 유호순 씨 부부는 등산과 산책이 생활의 일부분이다. 평소에도 암벽 등반은 부부가 같이, 빙벽 등반은 김윤세 대표만 즐긴다.
(오른쪽) 밭마늘을 구워 죽염에 찍어 먹는 ‘죽염마늘요법’은 인산 김일훈 선생이 제시한 인산의학 최고의 핵심 처방이다.


경남 함양군 죽림리 삼봉산 중턱을 찾으면 원시림 한복판에 들어앉은 듯 아늑한 심신 휴양지인 인산연수원을 만날 수 있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인산 김일훈 선생이 난치병 환자들을 돌보며 생애 마지막 의술을 펼친 곳이며, 그의 둘째 아들이자 제자이기도 한 김윤세 대표가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인산의학을 이어나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늦은 저녁,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서는데 가늘게 내리는 비를 좀 맞았다고 그새 오싹 한기가 든다. 엄동 추위는 아니어도 뼛속까지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한기. 저녁을 거른 채 기다리고 있던 김윤세 대표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뚝배기를 마주하고 앉았다. 늦어도 상관없으니 도착하는 대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는 전화를 미리 받은 터다. 함양군 특산으로 꼽히는 머루와인을 곁들인 밥상.
두부를 넣지 않은 대신 감자와 호박, 청홍고추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에 밥을 비벼 먹었다. 시장하기도 했지만 제법 간이 센 된장찌개가 입에 달다. 꿀맛이다. 콩나물과 시금치는 들기름으로 무쳤다. 갖은 양념을 넣은 새우젓도 한 종지. 맨밥에 한 젓가락 올려 먹으니 달다. 이 집 음식은 죄 입에 달다. 고소하고 짭짤하게 입에 착 붙는 맛.

절절 끓는 황토 방에 허리를 지지는 맛
식사를 끝내자마자 죽염 반 스푼을 넣어 짭짤한 맛이 나는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들고 나섰다. 인산연수원의 별미로 통하는 죽염커피다. 밤길을 걸어 언덕 아래에 있는 인산 황토 집에 닿았다.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목재와 황토 벽돌만으로 지은 건물들이다. 영호당과 홍인당, 수인당, 보인당, 숭인당 등 총 5채에 방은 모두 20개. 서울에서 새벽에 출발하지 않고 느지막이 오후에 출발한 것도 기실은 황토 방에서 묵는 하룻밤이 욕심났기 때문이다. 여름휴가철에는 2개월 전, 평소에는 1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만큼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데 주말에는 1년 내내 모든 방이 들어찬단다. 새벽녘에 제대로 지지라는 김윤세 대표의 밤 인사를 뒤로하고 들어선 황토 방은 이미 훈훈하다. 방에 딸린 욕실도 마찬가지. 아담한 방 가운데 요를 깔고 누워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당겨 덮고 눈을 감았다.
새벽이 되니 아니나 다를까 방바닥이 절절 끓는다. 잠결에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면서도 온몸 마디마디가 나른하게 풀어지는 맛에 눈을 감고 혼곤한 잠을 마저 청했다. 황토 집에서 묵는 맛은 첫새벽에 제대로 알 수 있다. 땀을 흠씬 내고 일어나 방문을 열었을 때 싸하게 코끝을 찔러오는 청명한 공기를 마시는 것. 아침 안개가 자욱한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한 후 가뿐해진 몸으로 아침 밥상을 대하며 김윤세 대표의 인산 섭생법을 들었다. 황태를 듬뿍 넣어 끓인 미역국이 시원하게 입맛을 당긴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죽염을 듬뿍 묻혀 양치를 합니다. 양치라는 미명하에 죽염을 두 숟가락 정도 먹는 것이지요. 생수에 죽염을 10% 정도의 농도로 탄 물을 눈에 넣으면 처음엔 따가워도 곧 편안해집니다. 시력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는 데 그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어요. 그런 다음 커피 대신 따끈한 간장차를 한 잔 마십니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몸 안에 있는 냉기가 빠지지요. 아침 식사를 한 후에는 잘 구운 마늘을 죽염에 찍어 먹습니다.”
마늘을 죽염에 찍어 먹는 것은 인산 김일훈 선생이 제시한 인산의학 최고의 핵심 처방이다. 인산의학에서는 모든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 방법을 쓰는데 건강한 사람이라면 하루에 5통 정도,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세에 따라 10~20통을 먹는다고 한다. 마늘을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쪽만 내어 뚝배기나 프라이팬에 올려 가스 불로 구운 다음 껍질을 벗겨 죽염에 찍어 먹는 것이다. 매운맛이 가셔서 고역스럽지는 않다. 아침나절에 섭취하는 죽염 양만 어림잡아도 몇 숟가락은 될 것이다.
“인산 건강법의 핵심은 순리에 맞게 삶을 영위하는 것이지요. 자연식 위주의 식생활, 몸을 움직이는 노동과 운동, 긍정적 사고방식이 제일 중요합니다. 식생활의 경우, 요즘 사람들은 짜게 먹으면 만병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는데 잘 따져보면 그것만큼 허점이 많은 얘기도 없어요. 소금 성분은 눈물 한 방울에도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소변이나 땀을 통해서도 끊임없이 배출되지요. 당연히 음식을 통해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지금 먹으면 간이 딱 맞다 싶은 음식도 등산을 한 후에 먹으면 싱겁게 느껴집니다. 그럴 땐 소금을 더 넣어 먹는 게 맞아요. 그게 순리죠. 단, 염화나트륨만 분리해낸 정제염이 아닌 무기질이 풍부한 소금을 먹어야 해요. 아홉 번 구워 독성을 빼고 무기질 함량을 높인 죽염이야말로 되도록 많이 먹어야 하는 소금이고요.”

인산연수원에 머물며 섭생 치유, 지리산 산행, 건강 강좌를 경험하는 심신 치유 프로그램은 예약이 필수다.

천일염과 대나무, 소나무, 황토의 약성을 모아 완성한 죽염
인산의학이라고도 부르는 김윤세 대표의 모든 섭생법은 아버지 김일훈 선생에게서 전수받은 것이다. 인산 仁山은 김일훈 선생의 호. 어릴 때 이름은 운룡 雲龍이라고 한다.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모두 유학자이자 의학자인 집안에서 1909년 태어난 김일훈 선생은 네 살 때 어깨너머로 한글을 떼고 옥편을 모두 외워 한자마저 독학했다고. 일곱 살에 하늘에 걸린 오색 무지개를 보며 스스로 우주 공간과 지상 만물 속에 무한한 약성 藥性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여덟 살이 되던 해에는 독사에 물려 죽게 된 사람에게 마른 명태 다섯 마리를 푹 고아서 그 국물을 먹게 해 살려냈다고 하는데 ‘명태, 즉 북어는 몸 안에 수정수기 水精水氣가 강하므로 독사의 강한 화독 火毒을 눌러주는 최상의 해독약이 된다’는 것이 어린 운룡의 답이었다고. 집안에서는 대대로 소금을 구워 만든 약소금으로 건강을 지켰는데, 아홉 살 되던 해에 소금을 구울 때 아홉 번 반복해서 구워야 하고 아홉 번째 구울 때는 송진과 관솔 등으로 화력을 돋우어 소금을 용해시켜야만 제대로 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할아버지에게 설명함으로써 죽염의 원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배움이 아닌 직관과 선천적 깨달음을 통해 나온 처방들을 발전시킨 것이 전설의 명의로 불리는 운룡의 인산의학이다. 열여섯 살 되던 해에 만주로 들어가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체포되어 1년 6개월 복역한 끝에 탈출해 20여 년을 백두산, 묘향산 등에 숨어 지냈다. 그동안 자연물의 약리 작용을 연구하고 가는 곳마다 인술을 펴 수많은 사람을 살려내며 인산의학을 발전시켜나갔다. 현대인이 겪는 난치병은 대부분 음식물과 땀구멍을 통해 들어와 체내에 축적되는 독성 물질이 원인이므로 독성 물질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자연 치유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인산의학의 핵심이다. 병의 원인이 있는 곳에 치료제도 있기에 가난한 환자를 위해 값이 싸면서도 효과적인 처방만을 썼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공부한 김윤세 대표는 불교신문사 기자로 재직하던 1986년, 아버지의 구술을 기록한 의학 이론을 정리해 <신약 神藥>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후 경남 함양 삼봉산으로 내려가 터를 잡고 죽염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식품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구현해나가고 있다.

죽염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고도 섬세하다. 서해안 천일염을 가마니째 쌓아두고 중금속 성분인 간수를 3~5년에 걸쳐 뺀다. 남해안과 지리산 일대에서 3년 이상 자란 마디가 굵은 대나무로 만든 통에 천일염을 다져 넣고, 거름기가 없는 깊은 산속에서 퍼 온 황토를 반죽해 대통 입구를 막아 가마에 구워내면 첫 번째 작업이 끝난다. 이때 반드시 소나무 장작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 대나무의 유황 성분과 소나무의 유용 성분, 무쇠 가마의 철 기운이 대통 속에 스며들어 몸에 이로운 약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이 타서 재가 되고 소금이 기둥처럼 굳으면 다시 분쇄해 똑같은 과정을 여덟 번 반복한다. 마지막 아홉 번째 과정에서는 온도를 1600℃ 이상으로 높이는데 이때 죽염이 쇳물처럼 펄펄 끓어 완전히 녹아내린다. 이 과정에서 소금 속에 남아 있던 독성이 모두 사라지는데, 흘러내린 죽염을 하루 동안 식히면 단단한 돌처럼 굳는다. 이 알갱이를 분쇄한 것이 바로 아홉 번 구운 죽염이다. 이 모든 과정은 25일에 걸쳐 진행된다.
죽염은 수시로 죽염 알갱이나 곱게 분쇄한 죽염 가루를 반 스푼 정도입에 넣고 침으로 녹여가며 먹는데, 소화력을 도우며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조금씩 자주 먹되 건강한 사람은 한 달에 250g 내외로 충분한데 중증 환자는 한 달에 1kg을 먹기도 한다고. 생전에 인산 선생은 ‘수행한다 생각하고 하루 종일 죽염을 입에 물고 있으라’는 가르침을 내리곤 했다고 한다.

(왼쪽) 쌀뜨물로 끓인 죽염 된장찌개와 들기름으로 무친 나물. 매실장아찌와 마늘장아찌, 새우젓만으로도 훌륭한 밥상.
(오른쪽) 장독대 한쪽엔 회원 전용 장을 보관하며 관리한다.

1 색이 진한 간장차와 연한 생강 감초 진액, 마늘과 죽염으로 만든 환.
2 서리 맞은 무와 마늘, 생강, 행인 등을 고아 만든 무엿은 기관지 질환에 좋다. 
3 소나무 장작만 사용해 약성을 높인다.


소나무 장작불을 땐 무쇠 가마로 지키는 건강한 밥상
전통 가옥으로 지은 인산식 건강식품 제조장은 눈앞에 보이는 정경만으로도 이미 그 약성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한다. 300리터 용량으로 돼지 한 마리가 들어간다는 대형 무쇠 가마솥 15개에 하루도 쉴 틈 없이 소나무 장작불을 지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부터 초봄까지는 폐와 기관지 질환에 더없이 좋다는 무엿을 곤다. 서리 맞은 토종 무에 배추와 생강, 통마늘, 행인(살구씨), 산조인, 백개자, 대추, 감초 등을 넣고 소나무 장작불에 달인 다음 엿기름을 넣고 삭혀 다시 졸이는 것이다.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 까닭에 하루 30병밖에 만들지 못한다. 인산가의 유료 회원만 6만여 명. 무엿의 효능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미리 입금을 해놓고 기다려도 함흥차사니 때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욕을 먹더라도 원방 그대로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게 김윤세 대표의 신념. 유황을 먹여가며 1~2년 기른 유황 오리에 갖가지 약재를 넣어 달인 유황 오리 진액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그때그때 만들어낸다. 고추장은 찹쌀을 엿기름으로 삭혀 충분히 곤 조청으로 담가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된장, 간장도 장독대에서 자연 숙성시키는데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뚜껑을 열고 닫아가며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어가며 익힌다. 새우젓은 10월에 실미도 앞바다에서 잡은 새우에 선상에서 죽염을 부어 절인 후 인산농장으로 옮겨 지하 죽염 젓갈 저장고에서 충분히 숙성시켜 만든다. 웬만한 정성 없이는 차릴 수 없는 것이 인산식 밥상인 셈이다.

(왼쪽) 삼봉산 기슭에 세운 모인정은 인산 김인철 선생을 기리는 정자다.

인산연수원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 매달 김윤세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심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리산 산행과 섭생 치유, 다양한 강의와 개별 건강 상담을 통한 학습 치유가 이루어진다. 황토 방에 머물며 유황 오리 진액과 생강 감초 진액, 마늘, 죽염 등 인산식 섭생과 운동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4일간의 프로그램이다. 160cm가 조금 넘는 키에 눈이 가늘며 입술이 두툼하고, 이마가 넓었던 인산 선생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다스리는 지혜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옛 의서인 <본초 本草>는 지나치게 복잡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평생 경험만 하다가 늙어 죽게 만들어. 그런 책은 어릴 적에 다 치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지.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게 하려고 해. 한 가지 약으로 천하의 만병을 고칠 수 있는 법을 전해서 말이야”.
입맛을 좇으면 건강이 달아난다. 자연의 순리와 삶의 원리를 이해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법이다. 좋은 생각, 좋은 습관, 좋은 음식. 명쾌한 인산의학식 건강법은 복잡하지 않아 오히려 미덥다.문의 1577-9585

‘건강의 고향을 찾아서’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설립자이며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으로 재직 중인 농업경제학자 민승규 박사와 함께 기획・구성한 기사입니다.


천일염을 대통에 다져 넣고 거름기없는 황토 반죽으로 마감해 아홉 번 굽는다.


죽염과 자죽염, 무엿은 인산가의 대표 건강식품. 호두 기름은 폐나 기관지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좋으며 유황 오리 성분이 들어간 전통 간장인 복해정은 차로 마신다.


이명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