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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영월로 떠난 박물관 기행 아이와 함께 숨은 박물관 찾기
여름엔 래프팅객, 겨울엔 스키 여행객으로 붐비는 강원도에서 숨은 여행지를 찾아냈다.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멋진 컬렉션을 소장한 박물관들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담한 사립 박물관이지만 소장품의 개성과 가치로 보면 보물 중의 보물인 고판화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영월곤충박물관으로 떠났다. 이곳에서 만난 세 명의 박물관 관장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박물관은 살아 있는 학교”라고. 그리고 부탁한다. “엄마 아빠는 예전에 다 봤으니까, 너희들끼리 보고 나와”라는 말만은 하지 말라고. 박물관은 부모와 아이의 무궁무진한 대화가 샘솟는 곳이니까.
조선의 일러스트에서 일본 만화의 원류를 찾다, 강원도 원주 고판화박물관
강원도 원주 치악산 남동쪽의 고즈넉한 터에 자리한 고판화박물관. 이렇게 가족적인 박물관은 처음이다. 관람객이 들어서면 고판화박물관 관장이자 명주사 주지 스님인 한선학 씨가 유물에 대해 찬찬히 가이드를 해준다. 그는 박물관의 유물과 관객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안내문이나 도록을 뛰어넘는 세심한 해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듣는 이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해설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박물관은 6백 개 정도인데, 이곳은 그중 유일한 판화 박물관입니다. 판화를 간단히 말하면 판을 활용해 찍어낸 그림이죠. 붓이 아닌, 판이란 요소가 있어야 해요. 그 결과물인 판화는 인쇄물에도 속하고, 미술품에도 속합니다.” 한선학 관장은 중국 항저우의 골동품 시장에서 고미술품의 매력을 맛본 뒤부터 목판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비롯해 수많은 목판 예술을 남긴 민족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훌륭한 고판화가 제대로 맥을 잇지 못했어요. 누군가는 그 맥을 찾아내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어릴 적에는 미술사학자 최순우 씨의 집에서 하숙생으로 살며 설탕이 담긴 달항아리를 보고 자랐다. 덕분에 남다른 심미안으로 판화 작품을 수집해왔다.
한선학 관장은 호랑이 민화를 판화로 제작해 찍은 여덟 폭짜리 병풍을 시작으로 주요 작품을 해설했다. “여덟 폭 모두 호랑이를 새긴 드문 판화입니다. 산신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집안 수호신으로 여긴 것이지요. 호랑이가 너무 무섭지 않도록 각각 표범, 고양이, 원숭이, 강아지를 닮게 그려낸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위) 고판화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대문을 열고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설경 한 폭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고판화박물관 전시실 내부.

이곳에서 가장 의미 있는 보물 한 가지를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네모난 상자처럼 생긴 목판화를 가리켰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백성에게 충, 효, 예를 가르치기 위해 목판으로 윤리 교과서 격인 행실도를 찍어냈습니다. 원판이 하나도 전해지지 않았는데, 몇 년 전 제가 서울의 어느 적산 가옥에서 발견된 이 ‘오륜행실도’ 목판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삽화와 명조체의 시초인 ‘오륜체’라는 한글 서체가 특징입니다. 그런데 왜 상자 모양이냐고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오륜행실도’ 목판으로 화로를 담기 위한 상자를 만들었거든요. 일본인 사이에서는 한국의 고미술품을 리폼해 장식품을 만드는 게 유행이었답니다. 국내에서 발견된 유일한 행실도 목판이지만, 훼손이 심하다는 이유로 보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유물이 우리에겐 보물처럼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간수하지 못해 수난당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곳에는 우리 판화를 비롯해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의 옛 판화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일본 채색 판화인 우키요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키요에 작품을 보러 방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본의 유명 판화 작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 중 ‘망가(만화)’라는 작품이 있어요. 전 세계를 휩쓴 일본 만화의 시초가 판화임을 알 수 있는 자료지요. 이 판화를 한번 살펴봅시다. 어디서 많이 본 인물화 아닌가요?” 쭉 찢어진 눈하며 만두처럼 튀어나온 볼이 일본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와 똑 닮았다. 일본은 우키요에를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덕에 현재 캐릭터 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의 고판화나 민화 역시 현대의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느 박물관이 그렇듯 이곳에도 수장고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투명 유리로 만들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권위적인 박물관이기보다는 ‘속 보이고 속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친구 같은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한선학 관장의 뜻이기 때문이다. 몇백 장의 오래된 목판화가 켜켜이 쌓인 모습 자체가 또한 작품이니 관람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준 셈이다.
관람이 끝난 후 그는 다실로 안내했다. “관람을 마치면 제가 차 한잔 내어드립니다. 주로 가족 단위로 오시는데, 간만에 가족 모두가 차를 마시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지요.” 어느 멋진 카페 저리 가라 할 만큼 아름다운 다실이다. 시원한 통창 덕분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사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그림 같은 경치는 2500여 점의 고판화와 함께 이곳의 두 번째 보물이다.
‘박물관 관장님’ 하면 정작 박물관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높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직접 해설을 하고, 그것도 아쉬워 관람객과 함께 차를 마시고…. “박물관을 개관하기까지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박물관을 살아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먼 곳까지 오신 것도 인연인데, 고판화 이야기며 사는 이야기도 나눠야지요.” 웅장한 절 대신 소나무, 황토, 너와 지붕을 활용해 구수한 절을 지었다는 스님의 마음, 모쪼록 ‘친정 같은 절’을 만들어 누구나 푸근하게 의지해야 한다는 스님의 아버지 같은 마음이 고판화박물관을 다시 찾게 만든다.


일본인이 화로를 담는 상자로 훼손한 ‘오륜행실도’ 원본.
2 일본의 유명 판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작품으로 여기에서 ‘망가(만화)’라는 명칭이 유래했다.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일본인들의 화로 상자로 변해버린 ‘오륜행실도’ 목판, 만화 캐릭터 짱구를 닮은 일본 채색 판화, 호랑이해를 맞아 3월 30일까지 열리는 <한중 세화 판화전> 특별전, 아름다운 다실에서 한선학 관장과 나누는 차 한잔. 입장료 어른 3천 원, 어린이 2천 원 주소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1706-6 문의 033-761-7885, www.gopanhwa.or.kr 기타 목판화 제작 체험(1만 원), 전통 책 만들기 체험(1만 원) 등을 해보자. 아버지의 숨은 솜씨로 자녀에게 점수 딸 기회다. 박물관 옆에서 이루어지는 ‘1박 2일 뮤지엄 스테이’도 인기다. 위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도와 아침 산행에서 해발 600m 맑은 공기와 멋진 풍경을 누릴 수 있다. 세 끼 식사와 재료비 포함해 4만~6만 원(인원수에 따라 다름).


1 과장되게 큰 무를 강판에 가는 그림(호쿠사이 작품)에서 만화의 효시를 읽는다.
2 불교의 교리를 전하는 데도 목판화가 쓰였다.



3 고판화박물관 뒤로 보이는 황토 집이 태고종 명주사다.

한선학 관장이 추천하는 주변 여행지
갤러리로 새롭게 태어난 간이역 반곡역 원주 외곽에 있는 중앙선 간이역인 반곡역. 원래는 기차가 정차했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승객들로 활기찬 역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열차가 통과하기만 한다. 사람의 발길이 끊겨 황량하던 간이역이 갤러리로 바뀌었다. 2009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곳에 조형물이 들어서고 멋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반곡역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165호다. 그러니까 이곳은 역사 歷史가 있는 역사 驛舍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중앙선을 만들었고, 반곡역은 그때 만들어진 역이다. 인근 치악터널과 또아리굴 등 8개의 터널을 공사하던 당시, 주민들이 동원되어 다치고 목숨을 잃기도 한 수난의 역사가 서린 역이다. 쓸쓸하게 방치하는 것보다는 한 번쯤 들러 요즘 사람들의 숨결을 불어넣어 새롭게 생동하는 공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주소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154번지 문의 033-747-1188 입장료 무료 기타 한낮의 아기자기한 풍경도 좋지만, 캄캄한 밤하늘 아래 기차가 불빛을 몰고 들어오는 야경도 멋지다. 늦은 시각에 방문하더라도 김남구 역무과장님께 말씀드리면 갤러리의 문을 열어준다.


4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이 멋진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한선학 관장과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5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반곡역이 갤러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한선학 관장이 추천하는 맛집
곤드레밥집 ‘산촌’ 한선학 관장은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꼭 이곳에 데려간다. 고판화박물관에서 3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곤드레밥집 ‘산촌’이다. 곤드레밥을 주문하면 자그마한 무쇠솥에 바로 지어서 솥째로 내주는데, 솥을 열면 곤드레나물과 쌀밥이 어우러진 구수한 향이 훅 하고 올라온다. 해발 700m 이상에만 서식하는 곤드레나물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겨울 보양식이다. 말리지 않아 부드럽기 때문에 어린아이도 잘 먹는다. 양념간장이나 강된장에 취향껏 비벼 먹으면 되는데, 이 강된장이 별미다. 엄옥녀 사장의 친정어머니가 직접 담그는 된장에 곤드레나물과 고추 등을 다져 넣어 바글바글 끓여 만들기 때문에 맛이 깊고 칼칼하다. 한선학 관장의 지인들 중에는 이 강된장 맛이 그리울 때마다 고판화박물관을 찾는 이도 있을 정도다. 이 밖에 산채비빔밥과 청국장 모두 이곳의 인기 메뉴.

메뉴 곤드레밥(6천 원), 산채비빔밥(6천 원), 청국장(5천 원) 주소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산88-2 문의 033-761-0755

6 ’산촌’의 푸짐한 곤드레밥.


1 높이 6m가 넘는 광개토대왕릉 비문 탁본 4점이 전시된 지오토피아관. 그 앞에 서면 만주 벌판에서 떨친 고구려의 위용을 짐작하게 된다. 
2 샴페인을 서빙할 때 쓰는 왜건에 지구본을 장식한 작품 등 다양한 지구본이 전시되어 있다.



3 우산처럼 펼쳐지는 독특한 모양의 지구본.

독도가 우리 땅임을 밝히는 호야지리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은 지리가 암기 과목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곳이다. 양재룡 관장이 36년간 지리 교사로 일하며 수집한 희귀 자료를 전시해 지리 탐사를 떠나는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타조알로 만든 지구본 등 50여 종의 각종 지구본이 관람객을 맞는다. 양재룡 관장이 지구본을 돌리며 대뜸 묻는다. “우리나라는 동양인가요, 서양인가요?” 난센스 질문인가 싶어 망설였더니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유럽 기준에서는 동양이지만, 미국 기준에서는 서양입니다. 유럽이 명명한 지명이죠. 앞으로 한국 지리와 역사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나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얼마 전 문을 연 분관인 지오토피아관으로 이동했다. 8m 높이로 특수하게 설계한 방에 들어섰다. 광개토대왕릉 비문 4면의 탁본 전부가 걸려 있다. 거대하다! 압록강 유역인 중국 지린성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지리와 국사 시간에 배웠지만, 이렇듯 6m 넘는 큰 규모인 줄은 이곳에 와서 새삼 깨우친 사실이다. “광개토대왕릉 비문 탁본의 일부를 소장한 곳은 많지만, 이렇게 전부를 상설 전시하는 곳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할 겁니다. 이 탁본을 전시하기 위해 전시실을 특별히 만들었고요.”
2층에서는 ‘지도가 밝혀주는 독도와 동해’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 지도 중에 독도가 한국령임을 밝혀주는 지도의 원본을 제가 소장하고 있습니다. 1895년 지도인데, 여기에는 독도를 포함한 동해의 국경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독도가 한국 영토로 확실하게 표시된 반가운 지도다.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려면 지리적으로 좀 더 큰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동해가 언제 어떻게 세계 지리사에 등장했는지, 이곳이 ‘일본해’가 아닌 한국의 ‘동해’로 기록된 근거를 찾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는 ‘동해’는 우리가 한국 기준으로 붙인 이름이며, 만일 좀 더 지리적으로 넓은 혜안이 있었다면  ‘한국해 Korean Sea’라고 지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희귀한 지도, 작품처럼 멋진 앤티크 항해 도구 등을 둘러보며 그의 설명을 들으니, 한 시간 넘는 안내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가족 단위로 갑자기 방문하더라도 늘 상세한 가이드를 해준다. 설명 없이는 이 모든 지도와 자료가 박제된 유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에.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독도가 우리 땅임을 보여주는 지도, 광개토대왕릉 비문 실물 탁본 전문, 양재룡 관장을 비롯한 학예사 선생님들이 실감 나게 가이드해주는 교실 밖 지리 여행. 입장료 어른 3천 원, 초・중・고교생 2천 원, 유치원생 1천 원 주소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 1090-6 문의 033-372-8872, www.geomuseum.co.kr 

4 1900년대 초반의 항해용 나침반.
5 양재룡 관장.



1 물가에서 낮게 나는 검은물잠자리 표본.
2 1억 5천만 년 전 화석 속 잠자리.
3 표본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번데기에서 막 나온 듯한 나비 표본도 전시되어 있다.



4 곤충박물관은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썰렁하던 이곳에 다시 아이들이 북적인다.
5 호박 속에 갇힌 메뚜기를 보며 영화 <쥬라기 공원>의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2000마리 미 美의 원천이 박제된 영월곤충박물관
곤충채집이 여름방학 숙제에서 빠진 지가 10년도 넘었다. 풀밭을 걸으면 일제히 튀어오르던 방아깨비, 메뚜기, 여치를 도심에서는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영월곤충박물관은 신천지가 따로 없다. 우리 강산에 살아 숨 쉬던 곤충들이 박제되어 이곳을 수놓고 있으니까. 뿐만 아니라 영화 <아바타>에 나올 법한 날개가 커다란 모르포나비 등 희귀한 외국 곤충 표본도 있다. 총 1000여 종 2000여 점의 곤충이 완벽한 자태를 드러내고 잠들어 있다.
손끝 예리한 어느 곤충학자의 작품일까 싶었는데, 건축가인 이대암 관장이 취미로 30년 동안 채집한 곤충들이란다. “30년 전 우연히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나를 졸졸 따라오던 제비나비를 잡았습니다. 그 제비나비를 신문에 싸서 집에 데려오면서 곤충과의 끈질긴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주말이면 채집망을 들고 전국 산하로 뛰어다녔고, 해외 출장을 갈 때면 총천연색 곤충을 채집했다. 나비가 있을 리 없는 사막에도 포충망을 들고 갈 정도였다니, 그 열정은 아내도 말리지 못했다.


6 이대암 관장.
7 비례미를 자랑하는 나비 표본들.


인류보다 훨씬 이전에, 그러니까 태초에 곤충이 있었다. 3억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잠자리는 날개 하나가 1m에 육박했다.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한 곤충은 다른 생물에 비해 완벽한 구조를 자랑한다. 그 구조를 보며 이대암 관장은 황홀했다. “적막한 숲에서 홀로 기다리다 보면 나비 떼가 몰려들었습니다. 살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이 모든 곤충들이 바글바글하던 그때가 낙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이들은 표본으로 남은 곤충을 보면서 우리가 무수히 많은 생물 종족과 더불어 살고 있음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곤충 표본은 색의 조화, 황금 비율 등을 공부할 수 있는 미의 원천이기에 패션 등 디자인 학도에게도 인기다.
곤충 표본뿐 아니라 살아 있는 곤충도 사시사철 선보인다. 여름 내 노래하다 가을이면 죽는 베짱이를 겨울에도 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수중 곤충관도 압권이다. 거의 멸종된 물방개도 있고, 운이 좋으면 게아재비가 제 몸뚱이보다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장군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곤충을 인공 증식한 뒤 방사하는 연구소, (사)곤충자연생태연구센터도 부설로 운영하고 있으니 곤충 연구에 진지한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것.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세계에서 제일 큰 나비 등 가짜 같은 진짜 나비 표본, 동물 기르기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수중 곤충의 수족관, 이 박물관의 꽃이자 대영박물관에도 없다는 각종 곤충의 똥 모음. 입장료 어른 3천 원, 초・중・고교생 2천 원, 유치원생 1천 원 주소 강원도 영월군 북면 문곡리 604-1 문의 033-374-5888, www.곤충박물관.kr

나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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