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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품 명인]소박하게 만든 전통 떡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다 모싯잎 송편 명인 정정범
때론 선구자처럼, 때론 바보처럼 꿋꿋하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작품을 짓는 식품 명인 12인. 그들이 구슬땀 흘려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명인전남 영광의 특산물 중 하나인 모싯잎 송편의 주재료 모싯잎은 옷을 지어 입는 모시의 잎으로 생김새와 크기가 깻잎과 흡사하다. “약으로 먹는 인진쑥을 보면 뒷면이 하얗지요? 이 모싯잎도 뒷면이 하얗습니다. 아마도 몸에 이로운 잎은 뒷면이 모두 하얗지 않을까요?” 예로부터 영광에서는 모시 농사를 지어 줄기는 섬유 재료로 쓰고 잎은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쌀가루에 섞어 송편을 빚으면 독특한 향이 나면서 쫀득쫀득한 것이 맛도 좋았다. 크기는 일반 송편의 2~3배로 ‘노비송편’이나 ‘머슴송편’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한여름에 농사일을 하면서 새참으로 빚어 먹던 모싯잎 송편은 타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지역색이 강한 떡이었다.

(왼쪽) 세상 모든 초록을 품에 안은 듯 한껏 푸른 모시밭 한 가운데 서 있는 옥당바이오식품의 정정범 대표. 지역색이 강한 모싯잎 송편을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얼마 전에는 모싯잎 송편 수출 실적을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모싯잎 송편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 바로 옥당바이오식품의 정정범 대표이다. “별로 예쁘지 않고,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만든 송편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진한 쑥색의 커다란 송편을 한입 베어 무니 떡 안에 동부콩이 통째로 들어 있다. 쫄깃한 떡의 식감과 부드럽고 고소한 동부가 잘 어우러진 맛이다. “동부콩을 통째로 넣은 것과 가루를 넣은 것, 소를 넣지 않고 만든 모시개떡, 서리태를 넣은 서리태 모시떡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기회가 닿아서 몇몇 대형 백화점에도 판로를 개척하고, 해외로 수출도 했는데 교포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농부이자 사업가인 그는 얼마 전 농산물 수출 활성화와 쌀 소비 촉진의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모싯잎에는 식이섬유가 많고 칼슘과 아미노산도 풍부합니다. 항산화 성분 또한 풍부하지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모싯잎 송편을 드실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만들 겁니다.”

(오른쪽) 모싯잎 송편은 국내산 쌀가루에 밭에서 직접 키운 모싯잎을 넣어 반죽해 만든 떡이다. 보통 따뜻할 때 먹는 떡과 달리 차갑게 해서 먹어야 맛과 향이 제대로 느껴진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