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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고향을 찾아서- 천안 눈을 시원하게, 피를 맑게 해주는 묘약 블루베리
새들도 한번 맛보면 겁 없이 달려들기에 일일이 그물을 씌워 키운다는 블루베리는 우리네 홍삼 먹듯 그 효과를 신봉하며 매일 즐긴다는 서구인들의 보약이다. 탱글탱글한 알갱이에 무수한 영양 성분이 담겼다는 보랏빛 여름 보석, 블루베리.


팬시용품 전문 기업 대표에서 블루베리 농장 주인이 된 함승종 대표. 전 세계 블루베리 농장을 모두 둘러보는 정성을 들인 끝에 우리 기후와 토질에 맞는 품종을 찾아냈다.

늦가을 논둑에 나서면 절로 배가 부른 것 같다. 벼는 일상이고 밥은 주식인 까닭이다. 한여름 블루베리 농장에 들어서는 느낌은 그와 많이 달랐다. 수확이 한창일 때라 탱글탱글한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도 풍요로움보다는 이국적인 아련함이나 신기함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잘 가꾼 화원에 들어선 느낌. 소쿠리에 수북하게 담긴 블루베리를 보아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완벽하게 세팅된 식탁을 대하듯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런 생경스러움은 주인의 권유로 블루베리 한 알을 입에 넣는 순간에서야 겨우 물러났다. 보랏빛 껍질이 톡 터지는 느낌과 새콤달콤한 과즙이 현실이 된 까닭이다. 한번 맛을 보고 나니 자꾸만 손이 간다. 신맛은 자극적이지 않고 단맛도 질리도록 과하지 않다. 내친김에 가지로 손을 뻗는다. 소쿠리에 담긴 열매보다는 그 편이 더 욕심난다. 1m 남짓 낮게 자란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언젠가 보았던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밭을 연상시킨다. 새삼스레 천안시 입장면이 유명한 포도 산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입장은 포도 산지로 유명한데 지금은 블루베리로 전업하는 농가가 많아요. 포도는 유독 병을 많이 타는데 블루베리는 생각보다 병충해에 강하거든요. 또 재배하기도 손쉽고 가격은 훨씬 잘 받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전업이 느는 거지요.”

블루베리 재배와 블루베리 가공식품 생산을 겸하고 있는 블루베리 코리아의 함승종 대표는 5년 전에 천안에 자리를 잡고 농장을 열었다. 팬시용품과 문구류를 선보이는 ㈜바른손 대표이사를 그만둘 때 마음먹었던 계획 때문이다. 월급쟁이가 아닌 자연인으로 살아보자는. 해마다 두 차례씩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 블루베리가 많이 나는 지역을 돌아보며 단단히 공부를 했다. 알아갈수록 블루베리만큼 재미있는 과일이 없더란다. 토질과 기후도 비교적 잘 맞는 데다 한번 심어놓으면 50~70년은 수확하는데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만 일하면 되고 가격도 잘 받으니 세상에 그보다 편한 농사는 없더라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과일인 데다 세계적으로 꾸준히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심는 사람보다는 사 먹는 사람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 수확 시기를 가늠해가며 다양한 나라의 농장을 직접 찾아가 맛보고 가격도 꼼꼼히 따져보았다고. 미국 뉴저지 지방에서 대규모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하는 재미 동포를 찾아갔더니, 수도 없이 홍보하고 자료를 보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다며 직접 찾아오기는 처음이라고 반기더란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홍삼처럼 즐기는 슈퍼푸드 블루베리는 미국 의사 스티븐 프랫 박사가 제안한 슈퍼푸드 중 하나이다. 꾸준히 먹으면 암・당뇨병・심장병・치매 예방은 물론 수명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다. 블루베리의 주성분인 안토시아닌의 효능 때문이다. 보라색 블루베리 껍질에 많이 들어 있는 색소는 눈의 망막 세포를 이루는 성분인 로돕신의 작용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시력을 좋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조종사들에게 블루베리 잼을 상식하도록 했다는 얘기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억력을 강화시키고 면역 시스템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혈관의 노폐물을 배설시키는 작용을 해 피를 맑게 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효능.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우리가 홍삼 먹듯이 블루베리 주스나 잼을 먹는다고. 시중에 나와 있는 눈 영양제의 상당수가 블루베리 추출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블루베리를 꾸준히 먹고 안구 건조증에 효과를 봤다는 사람도 제법 많다.

(위) 블루베리 화분을 분양해가면 집에서도 블루베리를 키울 수 있다. 보랏빛 열매를 기다리며 1년 내내 지켜보는 경험도 좋을 듯.


(왼쪽) 우유에 블루베리를 넣어 만든 주스. 바나나를 함께 넣어도 맛있다.
(오른쪽) 생과일을 하루 30알 정도 꾸준히 먹으면 시력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포도 역시 껍질에 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이 들어 있지만 껍질을 먹는 경우가 흔치 않다. 좋은 영양 성분을 내버리는 셈이다. 블루베리는 껍질과 과육을 모두 먹기 때문에 효능이 더 좋은 것이다. 눈 건강을 위해 블루베리를 먹는다면 생과일로는 매일 20~30알 정도 먹으면 된다. 잼으로는 30~40g, 말린 블루베리 역시 30알 정도 먹으면 필요량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함승종 대표도 1년 내내 블루베리를 즐기는데 제철에는 그대로 먹고 나머지 기간에는 잼이나 냉동 과일을 이용한다. 수확의 욕심 때문에도 그렇지만 생과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역시 여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블루베리는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도 월귤이나 정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야생종이 있으며, 달콤하고 향기롭기로 이름난 백두산 들쭉술의 재료인 들쭉 역시 야생 블루베리의 일종이라고.
함승종 대표가 일러준 블루베리 맛있게 먹는 법. 주스를 만들 때는 블루베리 50g에 바나나 ½개, 얼음 2~3조각을 주서에 넣고 간 다음 물이나 우유, 얼음을 조금씩 넣으면서 농도를 조절한다. 생과일이나 냉동 과일이 없을 때는 진한 블루베리 잼을 넣어도 된다. 접시에 무언가를 수북하게 담아 내오기에 빵인가 했더니 웬걸, 떡이다. 그것도 보랏빛 블루베리 알갱이가 넉넉하게 들어간 시루떡. 블루베리를 넣은 머핀이나 케이크, 아이스크림은 흔하게 보았지만 떡은 처음인데 먹을수록 달콤하면서도 향기로운 것이 입에 붙는다. 함승종 대표는 블루베리 잼이나 와인 역시 꾸준히 테스트하며 최적의 맛을 내려고 무던히 노력한단다. 빵에 발라 먹는 것이 아니라 맨입에 먹거나 주스 재료로 쓸 것이기에 달지 않게 만드는데 궁극에는 무가당 잼이 가장 좋다고 믿는다고.


(왼쪽) 설탕을 최대한 적게 넣어 만든다는 블루베리 코리아의 잼. 빵에 발라 먹거나 주스, 요구르트 등에 넣어 먹는 것도 좋다.
(오른쪽) 쿠키나 빵도 좋지만 블루베리 시루떡도 모양과 색이 독특한 별미.


묘목 한 주, 화분 하나로 꿈꾸는 행복한 농부 함 대표는 사실 블루베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수출할 생각으로 블루베리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국내 시장에서도 블루베리 인기가 높아져 지금은 ‘없어서 못 파는’ 행복한 농부가 되었다. 첫 수확물이 나오는 5월 초에는 100g당 소비자 가격이 1만 2천 원대까지 올라간다. 수확량이 그나마 많은 7월에도 7천 원 정도라고. 환산해보았더니 g당 가격이 고급 한우와 맞먹는다.
블루베리 좋은 건 알겠는데 사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나 겨우 내놓는 정도라는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맛도 달고 때깔 좋은 체리는 비싼 것이 이해되지만 모양도 그저 그렇고 시큼털털한 블루베리가 비싼 이유는 도통 모르겠다는 것. 하지만 꾸준히 먹어본 사람들은 생과일만 보면 열광을 한단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매장에 있는 블루베리를 발견하면 통째로 사갈 정도.
블루베리 코리아 농장은 천안 외에도 경기도 여주와 이천, 경상북도 상주 등에 협업 농장이 있는데 농장을 프렌차이즈로 운영할 계획도 있다고. 현장에서 일하는 농민과, 관리와 유통을 담당하는 농장, 도시의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 블루베리는 사실 여성이 농사짓기에 딱 좋다는 게 함 대표의 얘기다. 언젠가 도쿄에서 보았던 농장에서는 겨우 5백 평 규모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데 블루베리 잼과 주스, 빵, 케이크 등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숍이 어우러져 그림이 따로 없더란다. 생과일, 건조 과일, 잼, 주스, 와인, 요구르트, 빵, 케이크, 캔디… 블루베리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한 가지 과일이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건, 분명 이로움이 많다는 뜻이다. 묘목을 화분이나 화단에 심으면 두 번째 해부터는 블루베리를 딸 수 있다고 한다. 넓디넓은 농장 주인은 못 되더라도 블루베리 따 먹는 재미를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손바닥 농사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자연으로 돌아가 행복한 농부가 되어보는 꿈을 키워보는 것도 그리 허황된 일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