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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우리 차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
드넓은 다원 한쪽, 찻잔에 띄운 작은 꽃잎처럼 싱그러운 살구 빛 건물 하나가 서 있다. 설록다원 서쪽에 자리한 오설록 티 뮤지엄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 가라고, 차 한잔 마시고 가라며 손을 내민다.

설록다원 서광 한켠에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있다. 설록은 ‘눈 덮인 한라산 설록다원의 어린 찻잎으로 만든, 눈처럼 맑고 깨끗한 녹차’라는 의미를 지닌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이다.

이른 새벽 도착한 설록다원에는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한 바람이 가득했다. 정적이 감도는 다원 사이로 산책 나온 꿩 한 마리가 한가로이 서성이는 풍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융단, 이 아름다운 다원은 전통 녹차 대중화에 크게 공헌한 아모레퍼시픽의 창립자인 서성환 회장이 투지와 열정으로 일군 곳이다. 30년 전, 이곳은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부지런한 농사꾼에게는 나쁜 땅이 없다’고 했지만 억척스러운 제주 사람의 손조차 한 번도 닿지 않은 버려진 땅. 이 땅에 차밭을 일구겠다는 서 회장의 말에 회사 임원 모두 크게 반대했지만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나라는 뚜렷이 내세울 차가 없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 전통 차 문화를 정립하고 싶다’며 꿋꿋이 죽어 있던 땅을 개간했다. 차나무 묘목을 심은 지 5년이 지나 첫 차를 수확할 수 있었고, 현재 설록다원은 서광, 도순, 한남 세 곳에 330만㎡가 넘는 규모로 국내 차 재배 면적의 5%, 생산량의 24%를 차지한다.

황무지에서 핀 설록의 건강한 맛 설록다원의 차 재배량이 면적 대비 다른 다원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제주가 차 재배지로서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고, 설록차 연구소가 차 맛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재배에 적합한 기후는 연평균기온 13℃ 이상, 연간 강수량 1300mm 이상이다. 아열대 해양성 기후인 제주는 기온과 강수량이 적당하고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높다. 또 흙 사이의 틈이 식물 뿌리의 호흡과 성장을 돕고 화산회토는 오염물질을 강하게 흡착하는 천연 필터링 역할을 해 이 사이를 통과하는 화산 암반수가 차나무를 건강하게 기르는 것이다.


1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은 국내 최초의 차 전시장으로 한국 전통차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이자 녹차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2 설록 역사관과 잔 갤러리 입구.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제주 전통 색을 살려 디자인했다.

설록차 연구소는 서리가 내릴라치면 녹차 잎이 서리 피해를 받지 않도록 스프링클러로 찻잎을 얼음 속에 가두는 살수 결빙법, 따뜻한 바람이 불도록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상펜 운용, 화학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고 천적과 페로몬을 이용해 해충을 물리치는 법, 유채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와 새의 배설물로 만든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는 법 등 녹차의 생육과 채엽,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맛있는 설록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는다. 이들의 노력 덕에 설록다원의 녹차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으며, 제주 설록다원은 우수농산물관리시설인증을 획득하는 등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제주 자연을 닮은 차 전시관 설록차 연구소가 있는 설록다원 서광은 드넓은 평지 다원과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유명하다. 살구 빛 벽돌과 유리 외관 건물의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은 2001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차 전시관이다. 다원을 살펴본 뒤 설록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더욱 세련된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은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간 5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라더니 오전 9시 30분, 문을 열기가 무섭게 관람객들이 속속 도착했다.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 건물의 리뉴얼 콘셉트는 제주 자연과 녹차의 교감.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가 작업한 이곳은 찻잔 모양을 형상화한 둥그스름한 건물 형태의 특징을 살리고, 제주의 지역적 특색을 더해 생명을 불어넣은 편안한 공간이다.


3 최상급 어린잎을 손으로 정성껏 골라 담은 설록명차 제품군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4 설록명차 일로향은 ‘차를 끓이는 다로의 향이 향기롭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티 박람회에서 덖음차 부문 1위를 차지한 수제차이다.



5 다도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 뒤로 현무암과 삼나무로 마감한 벽이 보인다. 이곳에서 예를 갖춰 녹차를 맛있게 우리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전시관 입구로 들어서면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우리의 차 역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을 가장 먼저 만난다. 삼국시대 토기부터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백자까지 희귀한 차 유물을 각각 설명과 함께 전시해놓았는데, 유물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차 문화와 각 시대별 도자기의 특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잔 갤러리에는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등 우리의 차 문화 유물부터 일본의 노리다케, 영국의 로열 돌튼,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 스웨덴의 노르디카 등 전 세계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찻잔이 전시되어 있다. 노년의 관람객이 가장 즐거워하는 공간은 잔 갤러리 앞에 있는 ‘설록 역사관’. 30여 년간 출시된 설록차의 다양한 제품 패키지가 먼 옛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6 전통 방식 그대로 무쇠솥에 차 덖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방금 덖은 차를 직접 구입할 수 있다. 매년 5월 설록 페스티벌 기간에는 직접 체험도 가능하다.
7 오설록 카페에서 녹차를 주문하면 고소한 녹차 쿠키가 함께 나온다.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새로워진 오설록 티 뮤지엄에서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붐비는 곳은 덖음 솥이 설치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차를 볶는 덖음 과정을 시연하는데, 전통 방식 그대로 차 덖는 과정을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방금 덖은 차를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 맞은편에 있는 다도 클래스 공간에서는 예를 갖춰 녹차 맛있게 우리는 법, 녹차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생활 속 녹차 활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설록 전시관에는 설록의 최상급 녹차만 골라 담은 설록명차(잎차)에서부터 설록의 철저한 안전 관리와 품질을 바탕으로 한 매스티지 제품군(티백)까지 다양한 녹차와 가루녹차, 그리고 초콜릿・장미・난초 등을 혼합해 만든 향긋한 블렌딩 녹차 수십종이 진열돼 있다.전시장은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국내 관광객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온 아시아 관광객과 유럽에서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동양의 차 문화가 낯선 서양인들은 설록명차와 덖음 시연하는 공간을, 우리나라보다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중국인들은 블렌딩 녹차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설록 전시관을 지나면 오설록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카페에서는 녹차는 물론 이곳의 인기 아이템인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 라테, 녹차 다쿠아즈(겉은 바삭하며 속은 부드럽고 폭신한 과자로 마카롱처럼 머랭으로 만든다) 등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유리창 너머 보이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옥상 전망대. 로비 중앙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드넓은 녹차 밭과 한라산, 산방산과 송악산이 한눈에 담긴다. 운이 좋으면 다원 너머 펼쳐진 바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 옥상에 서니 넓은 다원이 한눈에 담기고 불어오는 해풍이 기분 좋게 귓가를 간지럽힌다.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은 녹차와 전통차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공간, 일반인들이 녹차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제주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제주 오설록 티 뮤지엄에 들러보자. 조상들이 ‘일상다반사’라는 말을 사용했을 만큼 소중했던 우리 차문화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의 064-794-5312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