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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자연의 선물, 대한항공 일등석 식탁에 오르다 [건강의 고향을 찾아서, 제주] 제동목장
휘휘 맴도는 바람에 삼나무 그늘이 어른거리고, 수확을 기다리는 금빛 보리밭 너머 세상 모든 초록을 품에 안은 듯 푸른 산이 우뚝 서 있다. 자연이 그린 평화로운 풍경 속 늠름하게 잘생긴 소들이 게으른 걸음을 옮기는 곳, 제주 제동목장에 다녀왔다.

청정 환경에서 기른 한우와 닭, 파프리카, 방울토마토를 재배 생산하는 제동목장의 드넓은 초원 위를 거니는 소. 청정 제주의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로 키운 제동 한우와 제동 토종닭은 지난 4월 1일부터 뉴욕, 도쿄, 시드니 등 대한항공의 주요 5개 노선의 일등석 기내식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1 제동목장 입구의 삼나무 길. 제주에서 잘 자라는 삼나무는 농장의 방풍림 역할을 하고 방목한 소에게 그늘을 만들어준다. 
2 보리 수확을 끝낸 드넓은 밭. 건초는 잘 말려 동그란 형태의 라운드 베일로 만들어 보관해 두었다가 사료와 깔짚으로 이용한다. 
3 “올해 농사가 잘 되어 김장 끝낸 종부처럼 든든하다”며 웃는 제동목장의 이창종 부장. 
4 재배 연구를 위해 기르는 자수정찰쌀보리.


제주도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소가 하나쯤 있게 마련이다. 그곳이 난대성 식물로 가득한 산굼부리일 수도, 일곱 빛깔 에메랄드 빛 바다를 안고 있는 우도일 수도 있다. 내게는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먼 길을 돌아서라도 꼭 들르는 비자림로가 바로 그런 곳이다. 삼나무 길 또는 노르웨이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굽이진 지형을 살려낸 길의 풍광이 빼어나 우리나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제주국제공항에서 5・16 도로를 달리다 1112번 지방도로를 타고 교래리 방향으로 진입하면 입구에서부터 도열하듯 양쪽으로 쭉 뻗어 늘어선 울창한 삼나무를 만날 수 있다.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 이곳을 지날 때 과속은 금물.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이 길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사람들이 2차선 갓길에 드문드문 차를 정차하고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이 길을 수차례 다니면서도 부근에 1천5백만㎡ 넓이의 제동목장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던 터였다. 삼나무 너머 보이는 넓은 초지를 가슴에 담으며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니 제동목장 입구가 나왔다. 목장 정문에 있는 ‘가축 방역 철저’라는 푯말이 제일 먼저 보인다.
울타리 너머 청정 환경만 허락하는 제동목장 제동목장은 안전축산물 생산과 전염성 질병 예방을 위해 관련 산.학.연에서 요청이 들어올때만 견학을 허용한다. “제동목장은 안전을 최우선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한진 제주퓨어워터’를 비롯해 청정 제동 한우와 토종닭,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청경채 등을 생산합니다. 지하 현무암 화산 암반수인 한진 제주퓨어워터 는 물론 소와 닭, 채소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각종 전염병과 해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야 합니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제동목장에서 목장과 축산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창종 부장의 설명이다. 취재진의 출입도 극히 제한다는 제동목장이 <행복>에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사람 발소리를 많이 들을수록 건강히 자라는 한우 제동목장은 해발 350~400m 고원의 평원으로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자리했다. 광활한 면적은 제주시에 20%, 서귀포시에 80% 나뉘어 걸쳐 있는데, 연평균 기온이 15℃, 강우량이 2000~2600mm로 목초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소를 방목할 수 있는 기간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인 데 비해, 제주도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로 2개월 더 방목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깨끗하고 잘생긴 소의 양쪽 귀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번호표가 달려 있다. 오른쪽에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이력제 번호, 왼쪽은 제동목장 식별 번호다. 제동목장은 정부에서 이력제를 실시하기 훨씬 전인 1983년부터 자체 축우 관리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 송아지가 어느 소에서 태어 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키워 판매되었는지 등을 관리하는 이력제를 이미 시행했다. 한우의 먹이로는 무항생제 곡물 배합사료에 제주 특산품인 감귤 주스 부산물을 혼합해서 만든 사료, 화산 암반수, 자연 순환 농법으로 생산한 양질의 건초 등을 사용한다. 자연 순환 농법이란 억새와 바랭이 등 자연에서 얻은 야초와 밀, 보리, 귀리 등 곡물을 얻고난 짚류를 소들의 깔짚으로 사용해 자연 퇴비를 만든 다음 다시 밭에 뿌리는 친환경 영농으로 건초를 생산하는 방법을 말한다.
제동목장은 소와 닭의 사료로 활용하는 곡물 역시 목장 왼쪽에 있는 드넓은 밭에서 직접 재배한다. 보리와 밀, 귀리, 옥수수 등 밭에서 자라는 모든 곡물에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다. 보리, 밀, 귀리 등은 동계 작물로 재배 기간 중에 병충해가 잘 생기지 않으므로 무농약으로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배한 곡물은 농후사료(영양분이 많은 곡물 사료)로 소와 닭이 먹고, 곡물의 줄기와 잎은 건초로 활용한다. 이창종 부장의 설명을 들으며 수확을 앞둔 쌀보리밭을 둘러보는데, 한쪽에 조금 다르게 생긴 밭이 눈에 들어왔다. 자수정찰쌀보리, 새쌀보리, 금강밀, 우리밀, 엘본호밀, 신영트리티케일, 옥수수 등 이름표를 단 채 품종이 다른 작물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1 제동목장은 좋은 암소를 확보하기 위해 엘리트 카우 군을 형성하고 있다. 번식을 위한 암소들은 방목을 한다.
2 목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도로 표지판.
3 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료와 물이 안전하고 깨끗해야 하며 축사의 온도와 환기 등을 조절해 쾌적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4 라운드 베일 보관 창고.


“이 밭은 제동목장에서 작물이 가장 잘 자라고, 수확량이 높고, 종자 채취가 수월하고, 소와 닭이 좋아하는 사료를 연구하기 위한 밭입니다. 최근 사료용 수입 곡물 값이 많이 올랐고 안전성도 의심되는 경우가 많아 옥수수 등 곡물 재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경북대 김순권 교수와, 보리와 밀 등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시험 중입니다. 전년도에는 약 1백50여 종의 옥수수 품종 중 가장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한 제동목장 적응형 우수 품종 11종을 선별해 5월에 심어 2차 시험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1993년 제주도에 내려와 16년째 제동목장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소는 사람의 발소리를 많이 들어야 잘 자란다”고 했다. 그만큼 정성으로 돌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전에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먹을 수 있도록 각 축사에 설치된 90여 개의 급수조를 매일 세척하고 중간 중간 소들이 자주,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사료를 밀어줍니다. 수의사팀은 소들을 한 마리 한 마리 세심하게 관찰하며 아픈 소를 찾아내고 소의 영양 상태 등을 파악합니다. 축산 담당 직원들은 낮에는 물론 늦은 밤이나 새벽에도 소가 잘 자는지 순찰을 돌며 소의 상태를 살핍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목장에서 좋은 것만 먹고,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주치의까지 대동하고 있다니, 소 팔자가 사람보다 낫다는 농담이 절로 나온다. 초원에서 방목하는 암소, 비육을 위해 축사에서 키우는 거세우와 갓 태어난 송아지 등을 둘러보고 토종닭 사육장으로 향했다.


1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등을 재배하는 유리온실. 제동목장 파프리카의 30%는 대한항공 기내식 재료로 사용하고, 70%는 일본으로 수출 한다. 
2 방울토마토 모종.
3, 4 제동 토종닭은 유정란을 생산하는 산란계와 고기맛이 좋은 육용계를 사육하고 있다. 산란계 품종으로는 질병에 강하고 몸이 가벼우며 나는 닭으로도 유명한 제주 재래닭을 사육한다.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를 먹는 닭
한라산 400m 산기슭에 있는 사육장은 질병을 예방하고, 닭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어 멀리서만 지켜볼 수 있었다. 닭은 습기차고 더운 지역보다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데, 바람 부는 제주 중 산간 지대인 이곳은 토종닭 키우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한동안 떠들썩하던 닭의 전염성 질병인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육지에 발생했을 때도 제주도는 안전했다. 특히 제동목장은 주변의 인근 계사와 4km이상 떨어져 있어 더욱 안전한 지역이기도 하다. 제동목장의 토종닭은 유정란 생산을 위한 산란계와 고기 생산을 위한 육용계로 나눠 방목한다. 산란계는 힘이 좋아 날기도 하는 제주 재래닭으로 암탉 3백30마리, 수탉 35마리로 암탉과 수탉의 비율을 10:1 정도로 방목해 유정란을 생산한다. 방목장 바닥을 보니 닭들이 뛰어 노는 사이로 노랗고 빨간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가 놓여 있고, 닭 몇마리가 한가로이 파프리카를 쪼아 먹고 있었다. 제동목장의 토종닭은 밭에서 자체 재배한 무항생제 곡물 사료와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작물중 상품성이 떨어지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을 먹는다.



1 방울토마토는 13개월이 되면 12~13m까지 자란다.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전량 기내식으로 공급된다.
2, 3, 4 높이 달린 파프리카 열매를 딸 때나 파프리카를 관리할 때는 전동 사다리차를 이용 한다. 높이 자라면 3~4미터까지 크는 파프리카는 생육이 약해지면 열매를 스스로 떨어뜨려 제 몸을 보호하기 때문에 자주 관리해야 한다.


컴퓨터 시스템이 관리하는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남쪽에 자리 잡은 2만㎡의 유리온실에서는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비닐 온실에서는 청경채 등을 재배한다. 1995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 곳에서 기른 채소는 첫 수확부터 지금까지 대한항공 기내식 재료로 꾸준히 공급하고 있다. 지역 농업 발전에 큰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한진 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뜻에 따라 1995년 8월부터 파프리카 재배도 시작했다. 국내 최초 재배로 1년간 외국의 전문가가 상주하며 기술을 이전해주었는데, 파프리카 재배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이곳은 그 후로 우리나라 파프리카 재배 농가의 필수 견학처가 되었다. 제동목장은 초록, 노랑, 빨강 세 종의 파프리카를 재배한다. 하나씩 따서 맛보니 아삭하고 달콤하며, 색깔에 따라 맛과 향에서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다. 한번 파종하면 13개월 동안 자라는 파프리카는 현무암을 1600℃ 고온에서 녹인 암면에 심어 기른다. 보통 파종 후 1백 일전 후가 지나면 수확을 하는데, 온도와 습도는 물론 영양분까지 모두 컴퓨터로 관리한다. 해충은 천적을 이용해 방제하고, 유리온실 내부에는 음악을 틀어 좋은 기운을 불어넣기도 한다. 방울토마토 또한 이처럼 과학적이고 친환경 시스템으로 재배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제동목장은 GAP 인증(우수 농산물 관리 제도)을 받았다. 한라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건강한 사료와 깨끗한 물로 키우는 제동 목장의 소와 닭 그리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땀흘려 일하는 곳.
제동목장의 하루를 직접 보고 듣다 보니 어느새 날이 훌쩍 저물어버렸다. 건강한 음식은 좋은 재료가 만들고, 좋은 재료는 좋은 환경이 기른다. 여기에 과학적인 연구가 뒷밭침 될 때 비로소 최상급의 재료가 탄생한다. 이곳 제주의 제동목장처럼.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