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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한다 아저씨의 목장 생활 치즈에서 배우는 함께 사는 법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도카치 평야의 웅대한 자연 속에서 소들을 키우며 우유를 얻고 치즈를 만드는 한다 목장에 다녀왔다. “목장 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 님 함께 집에 오는데~” 하는 노랫말처럼 목장 생활이 과연 낭만적일까? 3대째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다 즈카사 씨 가족이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어우러져 사는 법.

(왼쪽) 한다 즈카사 씨의 가족. 시집 간 두 딸을 제외한 온 식구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왼쪽부터 한다 씨, 아내 요시코 씨, 셋째 후코 씨,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막내 야스아키 군, 승마 선수였다가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준비 중인 넷째 유스케 씨.
(오른쪽) 목장 초입에서 사는 귀여운 당나귀 도모코. 목장 곳곳에는 이렇게 재미난 일러스트 장식물이 많다.


새벽 네 시. 캄캄했던 창문 밖이 푸르스름해지기 시작하자 부지런한 암탉이 목청 높여 홋카이도의 새벽을 흔들어 깨운다. 오비히로 지역 도카치 평원에 자리 잡고, 주인 한다 즈카사 씨의 이름을 딴 이곳 ‘한다 팜Handa Farm’은 젖소에서 짜낸 질 좋은 우유와 핸드메이드 치즈로 유명한 목장이다. 한다 팜의 일과는 ‘자연’과 리듬을 같이한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서 일을 하고 해가 지면 내일을 위해 편히 쉰다. 첫 작업은 새벽 다섯 시부터 약 한 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오전 착유로, 1백20여 마리 젖소를 두 조로 나누어 아침 혹은 저녁 한 차례씩 한 마리당 20L 전후의 젖을 낸다. 18개월쯤 수정한 소는 26~30개월이면 어미소가 되어 송아지를 낳고 젖을 내기 시작한다. 한다 팜은 홋카이도의 1백92개 목장 중 우유 퀄리티가 꾸준히 5위 안에 들 정도로 질이 좋다. 좋은 우유가 좋은 치즈를 만드는 건 당연하다. 질 좋은 우유는 한다 팜의 주 수입원이다. 연간 생산량은 5백 톤. 그중 12%인 60톤으로 치즈를 만드는데, 치즈를 판 수입은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직접 생산한 우유로 만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높다.

“소의 건강이 최우선이지요.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안 한 깨끗하고 안전한 풀과 사료를 먹입니다. 또 목장의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에 직원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지식, 무엇보다 뜨거운 열정이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저는 직원들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지요.” 착유실 옆 작은 사무실에서 우유 평가표를 보여주며 목장 주인 한다 씨가 이야기한다.
막 짜낸 우유 중 일부는 치즈 공방으로 옮겨 치즈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다. 오늘 만드는 치즈는 모차렐라. 우유를 탱크에 넣고 65℃에서 30분간 저온살균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치즈 덩어리들을 꺼내와 퍼렇게 낀 곰팡이를 수세미로 문질러 닦고 살균력 있는 이온수로 깨끗하게 헹군다. 22일 전에 만들어 숙성고에 넣어두었던 티모시 치즈를 처음으로 닦는 작업이다. 수건으로 물기를 거둔 뒤 다시 숙성고에 넣고 이틀에 한 번씩 소금물로 정성껏 세척해주면서 2개월 숙성을 거치면 맛있는 치즈가 완성된다. 지하에 있는 숙성고는 10℃를 유지해야 하는데, 에어컨으로 온도를 맞추면 건조해져서 곰팡이가 제대로 피지 않기 때문에 얼음으로 온도를 유지시킨다. 한편 저온살균한 우유는 식혀서 유산균을 넣고, 한 시간 뒤 효소를 넣는다. 55분 후(우유 양과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달라짐) 응고된 우유 덩어리를 잘게 자르고, 막이 생길 때까지 15분가량 천천히 젓는다. 막걸리처럼 위로 뿌옇게 뜨는 유청은 따라내어 송아지에게 먹이고, 응고된 우유 덩어리는 한 시간 정도 안정시킨 뒤 83℃의 뜨거운 물에 담가 주걱으로 충분히 치댄다. 반죽에 매끈한 광택이 나면 손으로 찐빵 모양으로 빚어 찬물에 식힌다. 한다 팜에서는 9종의 치즈를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오차드, 티모시, 루산이라는 치즈의 이름은 목초 이름에서 따온 것. “소는 풀을 먹고 젖을 냅니다. 풀이 소의 몸이 되고, 젖이 되고 결국 치즈도 되지요. 오차드, 티모시, 루산은 그 목초의 이름입니다. 이 땅에서 태어난 치즈의 근원이고, 우유의 근원이고, 소의 근원이라는 뜻으로 우리 목장의 치즈 이름으로 정했어요.” 한다 씨의 아내인 요시코 씨의 말이다. 한다 팜의 핸드메이드 치즈는 섬세한 맛을 인정받아 삿포로 국제공항과 다이마루 백화점에 입점한 상태. 인터넷 판매도 하고, 목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만큼씩 잘라 팔기도 한다.

(왼쪽) 한다 팜의 소들에게서 얻은 양질의 우유로 만든 일곱 종류의 수제 치즈.
1 톰한다 2 와인 숙성 치즈 3 오차드 4 모도키데 야키 5 루산 6 티모시 7 모차렐라




1 한다 팜 사람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직접 쓰고 그려서 곳곳을 꾸며놓았다.
2 치즈 만들 때 뽑아낸 유청은 송아지에게 먹인다.
3 응고된 우유 덩어리를 83도의 뜨거운 물에서 반죽해 모차렐라 치즈를 만든다.
4 10도를 유지한 숙성고에서 발효 중인 치즈. 이틀에 한 번씩 소금물로 정성껏 닦아주며 관리해야 한다.
5 셋째딸 후코 씨는 한다 팜의 바지런한 총무 격이다. 티 룸에서 판매할 치즈를 잘라서 포장하는 중.
6 한다 씨의 ‘메모리 하우스’. 친구한테 구입한 미니 버스 안에는 추억을 담은 앨범과 책들이 가득하다.


삼대를 이어온 삶의 터전 뾰족 지붕 아래 중앙 계단이 있는 나무집, 초록 잎이 우거진 아름드리나무, 본채와 사랑채를 잇는 목조 구름다리, 드넓은 잔디밭,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꾸민 벽장식과 표지판,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얼룩소, 파트라슈처럼 덩치가 커다란 개, 그리고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 모든 게 그림 동화책 속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목장 생활을 단 하루도 경험해보지 않은 외지인의 눈에는 그렇게 여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이 예쁜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한다 즈카사(58세) 씨와 아내 요시코(55세) 씨는 슬하에 오남매를 두었다. 첫째 딸 미치나(25세) 씨와 둘째 딸 아이(24세) 씨는 결혼해 각각 오키나와와 오사카에 살고 있고, 셋째 딸 후코(22세) 씨, 큰아들 유스케(19세) 군이 이곳에 함께 산다. 고등학생인 막내아들 야스아키Yasuaki(17세) 군은 오비히로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다 주말에만 집에 온다. 그 밖에 목장을 관리하고 치즈를 만드는 직원 너덧 명 그리고 작은 동물농장을 방불케 하는 당나귀 도모코, 세인트 버나드 아즈키, 아기 돼지 부짱, 그리고 닭 열 마리와 거위, 네 마리의 고양이, 여섯 마리 강아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한다 팜 식구들이다.
한다 팜의 시작은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다 씨의 조부가 이곳에 혼자 들어와 2~3년 동안 개간해 목장 터를 다진 후 가족들을 불러들인 것이 시작이다. 할아버지가 다지고 아버지가 키운 것을 자신은 유지만 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정작 소의 수를 늘리고 규모를 성장시킨 것은 한다 씨다. ‘한다 팜’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된 건 12년 전부터. 한눈에 봐도 마음씨 좋은 목장 아저씨처럼 생긴 한다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삿포로 낙농학원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인공수정사 자격증을 취득해 8년 동안 외지에서 일을 하다 스물여덟 살 때 목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돌아와 처음으로 목장 경영을 시작했을 때는 자신감이 넘쳤지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고, 무엇보다 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앞뒤 안 보고 무조건 일했습니다.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도 몰랐었지요. 그때 정부로부터 큰돈을 얻어 목장 규모를 키웠는데, 그 다음 해 우유 값이 떨어지면서 정부에서 우유를 생산하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부터 하나하나 부딪혀 직접 체험하면서 배움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농업이 힘든 상황이지만 저는 아내와 함께 즐기면서 목장을 지켜 나가고 있습니다.”

7 1백20여 마리의 소는 넓은 목장에서 마음껏 풀을 뜯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자란다. 
8 한다 씨의 조부가 70여 년 전 이곳에 정착하면서 지은 집으로 한다 팜의 모태. 지금은 한다 씨의 취미인 가죽 공예 작업실로 쓴다. 
9 세인트 버나드 아즈키는 한다 팜의 마스코트. 후코 씨와 뛰어놀다 지쳐 쓰러졌다.


handa made cheese a만 빼면 공교롭게도 ‘핸드메이드hand made’가 된다. 이곳에서는 수제 치즈 9종류를 만든다. 오차드 3개월간 숙성시킨 세미 하드 타입. 겉은 건조하고, 안은 끈적하고 부드러운 질감. 티모시 세미 하드 워시 타입. 먼스터Munster 계열의 치즈. 소금물로 닦으면서 3개월간 숙성시켜 표면이 부드럽고 분홍빛이 돈다. 부드러우면서도 혀를 감싸는 듯한 맛과 향기가 특징. 치즈를 녹여 각종 재료 위에 뿌려 먹는 요리인 ‘라클레트’의 재료. 루산 하드 타입. 빅 사이즈 오차드 치즈. 부피가 큰 만큼 숙성기간이 8개월로 길다. (숙성 기간이 짧은) 젊은 치즈에 비해 개성이 강하지만 진하고 깊이 있는 맛. 그냥 먹어도 되고 토스트, 그라탕, 피자에 넣어 먹으면 좋은 마일드한 치즈. 톰 한다 세미 하드 타입. 자연의 곰팡이로 숙성. 겉은 회색빛을 띤 갈색이며 잔잔하고 부드러운 맛. 와인 숙성 치즈(이케다 기요미 와인 노 가스즈케) 세미 하드 타입. 티모시를 한 달 더 숙성시킨 뒤 이케다 기요미 와인을 만들고 난 찌꺼기에 1개월간 묻어 더 숙성시킨 치즈. 밀키웨이 워시 타입. 표면을 씻으면서 숙성시킨, 독특한 풍미를 가진 치즈. 모도키데야키 소프트 타입. 산양젖으로 만드는 치즈에서 응용해 산양젖 대신 우유로 만들었다. 식감이 비슷하다. 모차렐라 프레시 타입. 농후한 우유의 맛, 은은한 단맛 등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프로마주 블랑 프레시 타입. 요구르트처럼 가볍고 신선하다. 산미가 높아 새콤한 맛을 내는 치즈.



1, 2, 4 한다 팜의 젖줄인 소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가히 놀라울 정도. 화병, 문고리 장식, 타이머, 화분 받침, 우유통, 벽 장식, 이쑤시개 꽂이 등 모든 장식의 시작도 얼룩소요, 끝도 얼룩소다. 귀엽고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수많은 얼룩소 장식 덕분에 한다 팜이 더 정겹다.
3 세 가지 핸드메이드 치즈를 얹어 구운 피자. 텃밭에서 딴 토마토와 바질을 얹어 신선하다.
5 오래되고 낡은 우유통을 예쁘게 재활용해 ‘영업 끝’을 알린다. 
6 본채와 게스트하우스는 목조 다리로 연결돼 있다. 철제 아치 위를 장식한 통통한 젖소 장식이 귀엽다.



자연 속에 폭 파묻혀 아늑하게 자리 잡은 한다 팜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왼편으로 당나귀 도모코가 살고 있고, 오른쪽에는 잔디밭 너머 피자 하우스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나온다. 
8 한다 팜의 일당백, 부지런한 후코 씨. 피자를 굽는가 하면 어느새 잔디를 깎고 있다.


안주인 요시코 씨는 한다 팜의 총괄 매니저이자 경리 담당. 남편인 한다 씨는 아내를 “농업과 전혀 관련 없이 살다가 26년 전 이곳으로 왔다. 스키 붐이 일었을 때 스키 강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호탕한 여장부 스타일로, 내게 없는 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베스트 파트너”라고 소개한다. 그는 치즈 공방을 관리하며 카페(이들은 ‘티 룸’이라 부른다)와 피자 하우스,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한다. 본채 2층에 있는 아늑한 티 룸은 그가 아침마다 굽는 치즈 케이크와 사과 파이, 천연효모 빵, 신선한 목장 우유, 커피, 티 등을 맛보고, 한다 팜의 핸드메이드 치즈를 구입할 수 있는 공간. 유기농 커피에 방금 짠 신선한 우유를 섞은 카페라테는 향긋하고 고소하다. 잔디밭 옆 두 채의 작은 집에서는 한다 팜의 치즈를 이용한 피자와 한다 팜의 우유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얇은 반죽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모차렐라, 오차드, 티모시 등 세 가지 종류의 치즈를 올려 구운 뒤 텃밭에서 바로 딴 토마토와 바질을 얹어 만든 피자와 진하고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인근 지역에까지 맛있기로 소문이 나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셋째 딸 후코 씨는 한다 팜의 비타민 같은 존재, 귀여운 마스코트다. 스물두 살 아가씨의 생기발랄한 에너지는 목장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숙성고의 치즈를 소금물로 정성껏 닦고, 아침식사 준비를 도운 뒤에는 어느새 하얀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매고 티 룸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청소는 기본, 치즈를 썰어서 포장하고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인다. 손님의 자동차 소리가 나면 주문받은 피자를 굽거나 아이스크림을 뽑는다. 텃밭에 심어놓은 코리앤더.파슬리.민트.바질.감자.옥수수.호박.토마토 돌보기, 잔디 깎기, 아무 데나 코 처박고 먹을 것만 탐하는 부짱 목욕 시키기, 잔디밭을 뛰며 아즈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일 또한 후코 씨의 몫이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부지런한 아가씨 데려가는 남자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행운아겠다 싶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한국인이란다. 후코 씨는 캐나다 어학연수 가서 만난 한국 남성과 내년 2월 결혼해 서울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큰아들 유스케 씨는 전국 승마 대회에서 우승해 2개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은 유능한 승마 선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승마 선수로서의 진로를 접고 이탈리아에 있는 국제 요리 학교에 진학할 꿈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에 가기 전, 먼저 아일랜드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할 예정이어서 현재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하며 유학 비용을 모으는 중이다. 곧 이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계획이지만 그의 인생은 어디서 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를 일이다.


(왼쪽) 착유실 벽면의 멋스러운 벽화는 한다 씨의 친구 작품. 
(오른쪽) 탐스럽게 익은 블루베리를 따서 아이스크림 위에 얹으면 최고의 토핑이 된다.


Simple life is the best 한다 팜의 문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목장 일과 치즈 만드는 일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 작년에 오비히로 축산대학을 졸업한 기쿠치 씨는 이곳에서 소 사육에 관한 실전을 익히고 있다. 예비 남편도 옆 동네에서 낙농을 공부 중인데, 내년에 이전하는 목장을 인수해 둘이서 새롭게 목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규슈 농업대학을 졸업한 야마모토 씨는 회사에서 홋카이도에 육우용 목장을 오픈할 계획이라 이곳에서 연수 중이다. 내년 3월이면 새로 생긴 목장의 목장장이 될 그는 “한다 팜은 진짜(혼모노) 농업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고마미즈 군은 오키나와 농업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오키나와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한다 씨의 큰딸이 소개해 한다 팜으로 실습을 나왔는데, 농고에서 비육소의 사료, 번식, 육종 등에 대해 배운 뒤 장래에는 80두 규모의 흑색 화우 번식 농가를 경영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고 있는 야무진 낙농 소년이다. 이처럼 한다 씨의 원칙은 ‘오는 사람 환영하고 가는 사람 절대로 잡지 않는 것’이다. 시골 생활에 동경을 갖고 여기 들어왔으니 있는 동안은 시골 삶에 맞춰서 살아야 하고,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면 떠날 수밖에 없다. “특별한 룰이 없는 게 룰이지요.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다음 날을 위해 푹 쉬는 것,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 그리고 즐겁게 사는 것이 모든 생활의 기본이자 원칙입니다. 단순한 삶이 최고의 삶입니다.”


(왼쪽) 한다 씨의 아버지가 소를 싣고 팔러 다닐 때 쓰시던 ‘자가용’ 트럭을 한다 씨가 캠핑카로 개조했다. 현재는 목장 옆에 세워놓고 직원들이 잠시 쉬거나 옷을 갈아 입는 공간으로 쓰인다. 그리고 귀여운 아기 돼지 부짱.
(오른쪽) 한다 팜의 하루 일과는 자연과 리듬을 함께한다. 한다 팜의 지붕 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있다.
한다 팜 주소 홋카이도 히로오군 다이키초 다이키 198번지 전화 01558-6-3182


소를 키우고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는 ‘공존’을 배웠다고 말한다. 치즈는 사람이 만들지만 완성시키는 건 그 속에 든 미생물이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유산균이 맛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산균은 절대로 혼자서는 살지 못 한다. 반드시 공존해야만 살 수 있고, 그러면서 사람에게 유익함을 준다. 자연과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자연 없이, 이웃 없이 살 수는 없다. 그렇게 깨달은 ‘공존의 기쁨’을 한다 씨는 이 목장 안에서 행동으로 옮기며 산다.
“목장은 내 소유지만 사실은 지구에게 빌려 쓰는 겁니다. 목장은 자기를 표현하는 캔버스일 뿐이지요. 이 안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치즈는 내가 만들지만 저 블랙베리나무에 달린 열매는 내가 아닌 자연이 만드는 겁니다. 그러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공유해야지요.”
식당보다 아이스크림 가게 찾기가 더 쉬운 홋카이도에서 손꼽히게 맛있다는 한다 팜 아이스크림으로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저쪽 나무 밑에서 한다 씨가 와보라며 손짓을 한다. 까맣게 익은 블랙베리를 따서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주며 ‘스페셜 아이스크림’이란다. 그에게 행복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나눠 먹으며 건강하게 사는 것’. 한다 팜을 떠나오는 토요일, 오후에는 지체장애아 가족들의 피크닉이 이곳에서 열린다. 분명 상큼한 블랙베리를 함께 따 먹으며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아름다운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아, 나무 냄새가 너무도 좋다.

구선숙(kss@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