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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이기는 와인 마니아들의 습관 여름에는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기온 32℃, 습도 80%.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에도 와인 소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초저녁, 카페에 둘러앉아 와인잔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도 언젠가 따라 해보겠다 생각하기도 한다. 와인이 정말 생활의 일부가 되었는지 해가 쨍쨍한 낮에 마셔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 흐뭇해하며 와인 고수들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을 조언해준다고 한다. 그들의 공통된 생각, 여름엔 화이트 와인을 마셔라!




연한 청노랑색에서 황금빛으로, 화이트 와인의 첫인상은 색이다

1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석회질 토양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이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생선 요리와 조화가 뛰어나다면, 연둣빛 도는 맑은 노란색의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블랑은 피니시가 깔끔하다. 5만1천 원, 신동와인 수입.
2 라 샤블리지엔 샤블리 라 샤블리지엔은 샤블리 지역의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다. 이곳의 샤블리 와인은 샤르도네 100%로 옅은 녹색이 살짝 비치는 황금빛이다. 그리 달지 않고 신선하며 가벼운 느낌이 든다. 4만 원, 신동와인 수입. 
3 로손스 드라이 힐스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말보르 지역의 떠오르는 샛별 같은 와이너리다. 색은 연한 노란색을 띠고 레몬 향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나며, 보디감이 있으면서도 깔끔한 피니시가 특징이다. 3만 원, 금양인터내셔널 수입. 
4 휘겔 리슬링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으로 알려진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와인. 휘겔은 알자스 지역에서 1639년부터 한 가문에서 무려 12대에 걸쳐 와인을 만들고 있는 알자스의 대표적 와인 메이커다. 리슬링 100%로 매우 드라이하여 식전주로 마시거나 더운 날씨에 마시기 적당하다. 3만6천 원, 나라식품 수입. 
5 베린저 나파밸리 샤도네이 캘리포니아 내퍼 밸리가 지니고 있는 신대륙의 특징을 살려 열대과일 향과 감귤류의 향이 상큼하다. 10개월간 오크통과 스테인리스 탱크 숙성을 거쳐 병입한다. 2만 원, 나라식품 수입. 
6 훌리오 부숑 샤도네이 프랑스 보르도 태생의 E.G. 부숑이 칠레에 정착하여 만든 와이너리다. 오크 숙성을 거쳐 구운 헤이즐넛 향이 나며 색은 짙은 황금빛이다. 신선한 산미와 좋은 구조감이 특징. 3만 원대, 선보주류 수입.


“화이트 와인 역시 몸에 좋은 술이다”_ 김준철(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
나는 여름에 사람들에게 화이트 와인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와인 편식’이 심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레드 와인만을 진정한 와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와인이라면 무조건 레드 와인을 말하는 것이고, 무언가 멋진 음식도 곁들여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두자. 화이트 와인은 가볍고 손쉽게 마시기 참으로 좋은 술이다. 무언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고,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다. 한여름에 ‘시원하게 한잔’ 하는 데는 화이트 와인이 그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이트 와인에 대해 약간 오해하는 부분이 또 있다. 레드 와인만 몸에 좋다는 것이다. 몸에 유익하다는 폴리페놀 성분 때문인데, 화이트 와인도 건강에 이로운 점이 따로 있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과 다르게 소화기 계통에 좋은 술이다. 적당한 산도가 소화를 돕고 이뇨 작용을 도와 위 수술을 받은 사람이나 위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화이트 와인이라면 모두 여름에 어울리지만 드라이한 샤블리 계열의 화이트를 추천한다. 산도가 높고 단맛이 적으면서 약간 오크 향이 나서 고급스럽고 섬세하다. 샤블리는 해산물 요리에 곁들이기 좋지만 향이 좋은 술이므로 음식이 없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최근 마셔본 칠레의 훌리오 부숑도 살짝 단맛이 숨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첫인상이 꽤 훌륭한 화이트 와인이었다. 화이트 와인에서는 단맛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맛을 좋아해 달콤한 와인이 인기 높지만 여름에는 약간 드라이한 것이 더 청량감을 주고 갈증을 없애준다. 개인적으로는 단맛이 아주 적고 드라이한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단맛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면 왠지 아쉽다. 단맛은 있는 듯 없는 듯 느껴지는 정도가 매력적이다. 훌리오 부숑은 바닐라 향도 약간 나고 팝콘 같은 구수한 향도 느껴진다. 이것은 모두 오크 숙성을 거쳐야 생기는 향으로, 화이트 와인은 오크 숙성을 거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그 특징이 구별되기도 한다. 오크를 거치면 바닐라의 달콤한 향이 나는데, 이 향이 익숙지 않다면 구수하고 달콤한 향의 누룽지 맛 사탕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왼쪽) 장 모로 샤블리 그랑 크뤼 ‘발뮤’
장 모로는 1814년 설립된 샤블리 전문 와이너리로 다양한 등급의 샤블리를 생산하고 있다. 장 모로의 특징은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아 샤르도네 본연의 섬세함과 미네랄 느낌을 잘 살린다는 것이다. 묵직한 보디감과 함께 입 안에서 적당한 산도와 미네랄이 느껴진다. 가격은 10만 원으로 금양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한다.



“가벼운 매력,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_ 엄경자(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소믈리에)
여름에 가볍게 한잔 하기 위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계열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으로 드라이하면서도 향이 풍부한 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도 많이 재배하는 화이트 포도 품종인데 뉴질랜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재배한다. 같은 소비뇽 블랑이라 해도 각각 포도가 자란 자연 조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고, 특히 제조 방법에서 프랑스와 뉴질랜드는 차이를 보인다. 루아르 지역에서는 풍부하고 묵직한 맛을 내기 위해 화이트 와인도 오크 통에 숙성하는 반면, 뉴질랜드에서는 포도에서 나온 맛을 고스란히 유지하기 위해 오크 통이 아니라 스테인리스스틸 통에서 숙성한다. 그러면 과일 향이 훨씬 풍부하게 살아 있어 편안하고 시원하면서 깔끔한 화이트 와인이 탄생한다. 향이 풍부한 뉴질랜드의 화이트 와인은 안주가 필요 없지만, 꼭 필요하다면 가벼운 것으로 준비하기를 권한다. 살짝 구운 관자나 해산물을 넣은 샐러드(식초나 발사믹을 많이 넣지 않고 올리브 오일로 만든 것이 적당하다), 튀김 종류도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의 산도가 기름진 맛을 중화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괜찮다면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해서 마실 수 있는 로제 와인으로 여름밤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벼운 음식, 해산물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화이트 와인 중에는 묵직한 맛을 지닌 것도 많은데, 이런 와인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맛이 묵직한 화이트 와인은 좀 더 고가의 고급 화이트 와인 중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와인은 마시는 온도를 너무 차갑게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섬세하고 예민하므로 레드 와인처럼 10~12℃ 정도가 오히려 향을 느끼기 적당하다. 일반 화이트 와인도 맥주처럼 아주 차갑게(5℃ 이하) 한다면 향을 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익히 알다시피, 와인에는 절대 법칙이란 없다. 화이트 와인의 온도도 온도계로 잰 듯 정확하게 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잔에 따라 마시면 천천히 제 온도를 찾아가고, 실온에 보관했다면 냉동실에 10분 정도 두었다가 꺼내 마셔도 좋다. 또는 얼음을 넣어 마셔도 무방하다. 영국에는 화이트 와인에 탄산수와 얼음을 섞은 음료를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특히 식사하기 전에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화이트 와인 한잔이 생각난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테라스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왼쪽) 1 몬타나 리저브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의 해양성 기후에서 자란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신대륙의 장점을 살려 신선하고 상쾌한 산미가 난다. 해산물, 샐러드 등과 잘 어울린다. 2만 9천 원으로 진로발렌타인스에서 수입.
2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특징인 구스베리 향과 풀향기가 적절하게 조화된 화이트 와인으로 잘 익은 과일 향과 적당한 산도가 느껴진다. 식전주로도 훌륭한 와인이다. 2만 9천 원으로 나라식품에서 수입.



“가격 좋고 만족도 높은 것은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_ 은광표(와인 바 까사델비노 대표)
개인적으로 여름이면 용평에 놀러 가 와인 마시기를 즐긴다. 무더운 7~8월에 용평까지 차를 몰고 가면 운전하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땀도 제법 나 있다. 그러면 콘도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하게 샤워부터 한다. 샤워를 마친 후 큰 타월 하나만 두르고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은 채로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딴다. 물론 샤워하기 전 화이트 와인을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잠깐 넣어두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와인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에 몸의 물기가 마르는 것도 좋은데, 여기에 목을 타고 넘어가는 향긋한 와인까지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한 번쯤 권해보고 싶다.
화이트 와인에는 안주랄 것도 딱히 없다. 나는 밭에서 나는 싱싱한 채소를 와인과 함께 즐긴다. 오이, 당근, 양상추 등을 슥슥 썰어 한 접시 만들어 옆에 두고 먹는다. 만들기도 쉽고, 고민할 것도 없고, 살찔 걱정도 없으니 이만한 안주도 없다. 상큼한 맛이 도는 화이트 와인으로는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로 만든 가비 지역의 화이트 와인이나 소아베를 추천한다. 이런 와인은 마시기도 편하지만 가격도 편하다. 무조건 싸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가격대에서 레드 와인과 비교했을 때 질이 더 우수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바에서 3만~5만 원 선의 와인을 고르려 한다면, 나는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을 적극 추천한다. 앞서 말한 가비나 소아베 등 이탈리아 와인은 와인 숍에서 모두 1만~2만 원대에 판매하는 와인이다. 여름뿐만 아니라 편하게 한잔 하고 싶다면 화이트 와인을 자주 시도해보기 바란다.

(오른쪽) 테누타 산 안토니오 소아베 이탈리아 콜로니올라
아이 콜리의 화산 지대 토양에서 생산된 이탈리아 토착 포도 품종으로 만든 소아베 와인. 맛이 신선하고, 싱싱한 꽃 향과 과실 향이 난다. 4만 2천 원으로 동원와인에서 수입.


“구운 옥수수와 매치해 여름 기분을 더한다”_ 숀 김(요리사)
외국에서 주방에 근무할 때는 간혹 일이 끝날 때쯤 냉장고에서 화이트 와인을 꺼내 동료들과 한잔씩 마셨다. 그때 화이트 와인의 시원함은 업무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제격이었다. 역시 화이트 와인은 굳이 안주를 만들 필요 없이 가볍게 한잔 하기에 적당하다. 요리하면서 한잔씩 마시는 것도 즐긴다. 봉골레 파스타 같은 것을 만들면서 요리에 넣기도 하고, 만드는 사람도 마시고 두루 사용하니 효용도 높다. 술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요리 만들 때 옆에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놓아두는 것도 권하고 싶다. 그러면 느끼한 기운도 사라지고 뜨거운 불의 열기도 견딜 만하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이나 독일에서 생산하는 드라이한 게부르츠트라미너는 여름에 잘 어울린다. 단맛이 있는 것도 좋지만 드라이한 것이 음식과의 조화가 쉽고 깔끔하다. 단지 우리나라에 아직 많이 들어와 있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게부르츠트라미너는 버터를 발라 구운 옥수수와 곁들여 먹거나 신선한 체리와 곁들이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에 많이 나는 옥수수는 화이트 와인과 조화가 꽤 잘되는 편이다. 얇게 썬 프로슈토 같은 생햄이나 해산물은 더욱 어울릴 법하다. 생선도 나쁘지 않지만 해산물이 더 추천할 만하고, 조개를 넣은 봉골레 파스타도 제법 어울릴 듯하다. 오후 5~6시 정도, 저녁을 먹기 전 출출할 때도 화이트 와인 한 잔은 적당히 허기를 달래주고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준다. 평소에도 화이트 와인을 레드 와인보다 즐기는 편이라 늦은 오후가 되면 시원한 바닷가와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아무 유리잔에나 담긴 시원한 화이트 와인은 일상에서 바라는 나의 작은 로망이다.

(왼쪽) 피에르 스파 게부르츠트라미너 리저브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서 재배한 게부르츠트라미너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꽃 향과 열대 과일 향이 느껴진다. 미디엄 보디의 와인으로 식전주로 적당하며, 오리고기 등 가금류 요리나 치즈와도 잘 어울린다. 4만 6천 원으로 바쿠스에서 수입.



“화이트 와인에도 그랑 크뤼가 있다”_ 이재운(와인 숍 에노테카 소믈리에)
정말 와인을 좋아한다면 어느 날인가 화이트 와인의 매력에 빠지는 날이 한 번쯤 올 것이다. 평소에 마시기 편안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이나 빌라마리아 같은 뉴질랜드 계열의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워낙 과일 향이 좋은 와인이라 이런 와인은 음식 없이도 충분히 맛있다. 그렇지만 가볍고 산뜻한 것이 화이트 와인의 전부는 아니다.
같은 소비뇽 블랑으로 만들었지만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는 보르도 그랑 크뤼 급 와인으로 맛이 훨씬 깊고 심오하다. 이것은 뉴질랜드 와인이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는 반면,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는 오랫동안 오크 통에 숙성해 레드 와인처럼 보디감이 묵직하기 때문이다. 부르고뉴에서 나오는 꼬르동 샤를르 마뉴나 몽라쉐 등은 30만~50만 원대의 아주 고가에 속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독특한 테루아르가 느껴지고 보디감이 묵직하다. 고가의 화이트 와인은 눈을 감고 마시면 화이트인지 레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보디감이 묵직한 것도 많다. 그 외에 미국의 컬트 와인(아주 뛰어난 품질이지만 생산량이 매우 적어 희소성 높은 와인)의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피터 마이클도 레드 와인만큼 풍부한 맛을 지닌 고가의 화이트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 포인트에서 매년 90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평판이 좋다.

(오른쪽) 꼬르동 샤를르 마뉴 그랑크뤼 ‘도멘 드 빠비용’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코트드본 북쪽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화이트 와인으로 샤르도네와 소량의 알리고테를 블렌딩해 만든다. 10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거쳐 잘 조화된 보디감과 함께 긴 여운을 지닌 섬세한 화이트 와인이다. 2003년 빈티지가 26만 원으로 금양인터내셔널에서 수입.



이유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