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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소유' 대표 성낙윤 씨의 매듭 염주
평범한 가락지매듭 하나하나를 정성껏 엮어 매듭 염주를 만들었습니다. 그 마음이 어디 불심뿐이겠습니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엮었다면 그 염주는 이미 귀한 선물이겠지요.


1 칠보와 옥으로 포인트준 백팔염주. 한 손에 들기 좋은 남색 비단 주머니는 절이나 교회, 성당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을 넣기에 좋다. 
2 3년간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매듭 염주전을 여는 성낙윤 씨

얼마 전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내용입니다. 만나는 사람이 누구에게든 “요즘 힘드시죠?” 하고 물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그걸 어떻게 아셨죠?”라고 한답니다. 오죽했으면 한 시인이 “파문 없는 생生이 어디 있으랴. 조물주는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에게도 고래만 한 시름쯤은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배려해놓았다”라고 역설했을까요.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걱정거리 하나씩은 다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얘기지요. 이렇게 힘들고 고민 많은 세상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우리 역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상에 치우친 얘기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기도’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도라고 해서 반드시 절이나 성당,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자기가 섬기는 절대자에게 드리는 기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족들의 건강을 염원하는 어머니의 마음, 친구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 소외된 이웃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나아가 지구의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까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누군가를 위해 퐁퐁 솟아나는 ‘간절한 마음’이 넓게 보면 모두 기도의 범주에 들겠지요. 물론 그럴 때 불자는 염주를, 천주교인은 묵주를 손에 들곤 합니다.

40년 가까운 경력의 전통 매듭 작가이자 우리의 멋과 아름다움을 살린 침구·한복·소품 등을 만드는 ‘소유’ 대표 성낙윤 씨는 지인들에게 매듭 염주를 선물하는 것이 오랜 즐거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시작은 평소 나를 아껴주시는 주위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겁니다. 귀한 것을 드리고 싶은데 무엇을 선물할까 생각하다가 매듭으로 염주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너무들 좋아하시는 거예요. 매듭은 내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열심히 만들어서 선물하는 것이 제 오랜 즐거움이었습니다. 초파일에는 절에 가서 부처님께도 바치고, 스님들께는 매듭 염주를 몇 개씩 갖다 드리면서 보시 잘하는 불자들에게 선물하시라고 하지요.”


3 매듭 염주의 포인트가 되는 비취·칠보·진주·자만옥·밀화 구슬. 
4 가락지매듭의 조화로운 컬러 배합이 돋보이는 백팔염주. 
5 적·녹·흑색으로 배합한 단주.

그는 지금도 매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 30분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로지 매듭 염주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텔레비전은 물론 모든 방해 요소를 완전히 차단한 채 말입니다. “이 염주로 기도하시는 분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게 해주세요”라는 자신의 기도를 매듭 한 알 한 알에 담아 엮는다고 합니다. 아니, 염주를 만들다 보면 자연히 기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3년 동안 밤마다 정성으로 엮은 오색 매듭 염주를 모아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시회도 열게 되었습니다. 전시를 통해 모은 기금은 불사를 위해 뜻 깊게 사용할 계획이랍니다. 천연 염색한 실크 매듭실과 비취, 자만옥, 밀화, 진주, 산호 같은 보석을 매치해 만든 ‘성낙윤표 매듭 염주’는 불교 신자는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하나 갖고 싶을 만큼 곱습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밤을 낮 삼아 일념으로 엮는 동안에는 무아의 세계를 거닐 수 있어 행복합니다. 왜 남의 기도만 해주냐고요? 이게 저의 업보인가 봐요. 이렇게 살다 보면 다음 세상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제 업보가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불심으로 엮은 오색매듭염주전>
성낙윤 씨가 밤마다 기도하듯 엮은 아름다운 매듭 염주를 모아 6월 10일부터 ‘예나르’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엽니다. 전통 매듭을 응용한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세요.
일시 6월10~16일 장소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76 ‘예나르’ 문의 02-739-4200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