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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 년 세월과 녹음이 만든 집 시간과 취향이 동거하는 프로방스 주택
봄의 향취가 강하게 배어나는 이 집은 3세기를 거쳐온 오래된 전원주택이다. 이 집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여러 개의 산이 이어져 형성된 마을 당텔 드 몽미라이유Dentelles de Montmirail에 자리한다. 방투Ventoux산 인근에 있는 집을 실내 건축가인 클로드와 샹탈 부부가 함께 손보았다. 오랜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집으로 여러 개의 테라스와 정원을 잇는 계단이 특히 인상적이다.


1 오랜 역사를 지닌 집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 남겨 놓았는데 3세기 동안 빛이 드나들었던 창문 사이로 강한 햇빛이 들어온다. 
2 장미로 뒤덮인 돌 아치 문을 지나면 무화과나무가 우거진 작은 정원이 나온다. 그 안쪽에 아담한 테이블이 놓여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프로방스 지방에 정착해 삶을 바꾸는 것’. 프랑스 동부 출신인 샹탈Chantal과 클로드Clod에게 이는 지난 몇 년 동안이나 망설여온 일이었다. 그들은 여러 번 헛걸음을 한 뒤 거의 포기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 마지막 방문 길에 이 오래된 오두막집을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 정착하게 된 것. 1789년에 지어진 이 집은 프로방스 지방의 북쪽 경계인 콩타트 브내생Comtat Venaissin에 있다. 주변에는 마을도 이웃도 없다. 집은 그동안 여러 번 레노베이션을 거쳤지만 아름다운 자연만은 그대로 남아 있어 숨이 막힐 듯한 경치를 뽐낸다.

1 흰색과 빛이 중심인 다이닝룸. 테이블은 클로드 자콥이 디자인했다. 한쪽은 테라스로, 다른 쪽은 부엌으로 연결된다. 가구와 천장은 나무이고, 바닥은 시멘트로 되어 있다. 전통적인 스타일의 유리 그릇은 앤티크 문이 달린 그릇장에 넣어 두었다.
2 계단 옆의 벽면을 활용해 책장을 만들었다.

집이란 ‘러브 스토리’라고 설명하는 샹탈. “이 집에는 여기저기 구석 공간이 많이 있어요. 그 점이 참 맘에 들어요.” 이 집의 로맨틱한 매력과 사랑에 빠진 샹탈은 페인트칠, 목공, 보수, 가구 채색, 바느질 등 직접 집을 꾸미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모두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정돈하고 바꾸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각 공간은 그의 취향대로 바뀌어 섬세하고 꾸밈없는 스타일로 완성됐다. 한편 가구와 개성이 강한 현대적인 오브제에 관심이 많은 클로드는 이 공간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처럼 집 안 곳곳에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를 이루게 해, 이 집을 ‘이어받은 사람’으로서 이 집이 지닌 영혼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애썼다.

모든 공간은 빛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확장 공사를 통해 각 공간은 서로 짜임새 있게 연결되었다. 부부의 재능과 삶의 기술을 훌륭하게 표현한 이 집은 두 사람의 취향과 이 집이 지닌 역사를 잘 절충해 수용하고 있다. 그 자신이 실내 건축가이기도 한 클로드는 다른 디자이너, 특히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쇼룸도 짓고 싶었다고 한다. 옛것과 새로운 것의 행복한 ‘동거’를 예찬하는 그는 용감하게도 앤티크 숍의 마을인 일 쉬르 라 소르그L’lsle-sur-la-Sorgue에 처음으로 컨템퍼러리 가구 숍 ‘라 파스렐La Passerelle’을 오픈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3 노란색으로 칠한 커다란 욕실은 고재를 사용해 레노베이션했다.
4부엌의 낮은 수납장에는 커튼을 달았다.
5 햇빛이 좋은 거실로 소파 양쪽에 놓은 콘솔 한 쌍과 암체어, 낮은 테이블(클로드의 디자인) 등 모든 가구에는 벗겨진 듯한 고색古色을 칠해 오래된 느낌을 주었다. 창 앞에는 정원용 벤치를 놓았다.

이 집의 정원은 샹탈이 사랑으로 이루어낸 작품이며 인내와 성실, 세심한 정성과 상상력의 완성물이기도 하다. 가파른 지형을 오르면 정원이 나타난다. 정원을 지나면 테라스가 나타난다. 테라스는 신선한 그늘과 가벼운 산들바람, 따뜻한 햇빛, 멋진 전망, 아름다운 꽃밭 등 보석 같은 자연을 담고 있으며 기분과 계절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정원의 가장 높은 곳, 코르크떡갈나무와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수영장에 오르면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잔디, 장미, 아이리스, 허브 등 온갖 식물이 항아리와 화단에 심어져 있다. 그리고 좀 더 멀리 가면 영국식 정원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풍성한 정원이 아닐 수 없다. 3백 년이라는 세월이 있었기에 이렇듯 다채롭고 풍성한 정원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1 밝은 햇살과 녹음이 우거진 집의 정원. 잔디 위에 세 그루의 실편백나무와 금작화가 심어져 있다.


2 소나무와 금작화(양골담초), 코르크떡갈나무 사이에 자리한 둥근 수영장에서는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3 다이닝룸으로 연결되는 오래된 계단으로 뒤뜰과 연결된다.
4 집 옆에 붙어 있는 작은 테라스.
5 커다란 보리수나무 그늘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정원. 이 멋진 야외 식당에서는 빛과 바람의 향연이 벌어진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