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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천연 주스, 라벨로 맛보기 오렌지 주스, 뒤를 보고 골라라
델몬트와 선키스트는 아주 오랫동안 오렌지 주스의 양대 산맥이었다. 하지만 요즘 식품 매장 주스 코너에 가보면 오렌지 주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주스 한 병 고르려 해도 대체 뭘 보고 판단해야 할지 몰라 들었다 놨다 망설이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00%’ ‘내추럴’ ‘무첨가’ ‘유기농’ ‘NFC’ ‘홈메이드 스타일’ 등의 단어로 설명된 천연 주스,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라벨 뒷면에 그 답이 있다.
과즙이 톡톡 튀는 신선한 오렌지 조각을 압착기에 짜는 사진 위에 ‘100%’라고 크게 적혀 있는 오렌지 주스, 과연 집에서 만든 오렌지 주스처럼 진짜 오렌지만 100% 순수하게 짜서 담았을까? 아쉽게도 대답은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거의 대부분의 오렌지 주스는 오렌지 농축액에 6배가량의 물과 설탕, 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무늬만 100%’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 따르면 농축액을 물로 희석한 식품의 경우 원재료의 농도가 100% 이상으로 회복되면 식품첨가물이 포함되더라도 ‘100%’라고 표기할 수 있다는 데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제대로 된 맛있는 천연 주스, 어떻게 골라야 할까? 천연 주스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라벨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주스병 뒤에는 제품 유형과 원재료명, 원산지, 영양 성분, 유통기한 등이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그중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원재료명. 이것만 제대로 따져봐도 그 주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오렌지 주스는 만드는 과정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농축 환원 주스’. 우리가 사서 마시는 대부분의 오렌지 주스가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이나 브라질의 생산지에서 딴 오렌지를 즙을 내 가열해서 약 1/7로 농축한 뒤 -18℃ 이하에서 냉동해 오렌지가 생산되지 않는 지역으로 옮긴다. 이 농축액에 물을 7배가량 보충하고 살균해 원래의 오렌지 주스처럼 환원하는 것. 오렌지 생주스를 농축해서 저온 저장하면 운송이 편리해 물류비용이 줄어들고 보관 기간까지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생주스를 고온에서 장시간 끓이면 열에 약한 과일의 주요 성분인 비타민이나 효소는 물론 향미까지 손실되기 때문에 환원 과정에서 당분과 인공 향미 성분, 기타 첨가물을 넣어 맛을 조절한다. ‘100%’라고 적혀 있는 오렌지 주스의 포장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원재료명에 오렌지 과즙 농축액, 오렌지 농축 과실즙 등 ‘농축’이라는 말이 적혀 있다. 그뿐 아니라 합성착향료 오렌지 향, 천연 오렌지 향, 액상과당, 비타민 C, 구연산 등이 그 뒤를 따른다.

두 번째는 ‘NFC 주스’. 비농축 과즙Non From Concentrate을 원료로 한 주스다. 오렌지 생주스를 비타민이나 효소 등이 파괴되지 않을 정도로 순간 고온 살균 혹은 저온 살균 과정만을 거친 뒤 용기에 담는 것이다. 또는 생주스를 장기 보관할 수 있도록 냉동했다가 살균해 원료로 사용함으로써 향미와 유효 성분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런 비농축 과즙은 보관과 수송에 물류비용이 더 많이 들어 값이 비싸지만 건강과 영양 면에서는 농축 과즙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주의할 것 한 가지! 현재 국내에서 ‘NFC’라고 적어 판매하는 제품 역시 ‘표기만 NFC’인 것이 대부분. 선키스트 NFC를 구입해 뒷면의 원재료명을 보면 앞뒤 안 맞게 ‘농축 과즙’이라고 버젓이 적혀 있는데,여기서 NFC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농축 과즙의 약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New Fresh Chilled’를 의미하는 브랜드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제품 포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NFC에 대한 설명이 표기돼 있다). 또한 원재료에서 NFC의 비율이 5% 미만이면서 NFC 주스라고 표기해 혼란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역시 제품 원재료명을 반드시 확인할 것.

세 번째는 ‘생착즙 주스’. 말 그대로 과일즙을 낸 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가열도 하지 않은 채 용기에 담은 것을 말한다. 국산 중에는 풀무원의 ‘아임리얼’이 선두주자. 수입산에는 대부분 ‘Freshly Squeezed Juice’라고 표기돼 있고, 원재료명에는 ‘오렌지 100%’라고만 당당하게 적혀 있다. 물도 안 타고, 설탕도 없고, 보존료도 없는 생착즙 주스는 건강에 좋은 고급 이미지로 일반 주스의 3~8배에 이르는 비싼 값에 팔린다. 자, 이제부터 주스 고를 때는 뒷면을 주시할 것. 무늬만 100%인 ‘오렌지 향 주스’를 마시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제품 라벨에 표기된 것을 그대로 옮긴다
시판 천연 주스, 원재료 공개

1 풀무원 아임리얼 토마토
원재료명 토마토 70%(국산), 배즙 30%(배 100% 국산) 비가열 함유 과채 주스로, ‘딸기와 배 이외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생 그대로 갈아 만든 100% 과일’이라고 적혀 있다. 얼지 않는 최저 냉장온도인 0~5℃ 상태에서 신선하게 유통되며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6일. 500ml, 5천6백 원.

2 바이오타 유기농 오렌지 주스 원재료명 유기농 오렌지 주스 100% 원산지 스위스 세계적인 유기농 기업인 스위스 바이오타사에서 유기농 오렌지 다섯 개를 압착한 뒤 저온 살균해 만든 주스. 농축시키지 않고 100% 압착 방식으로 생산하며, 오렌지 수확부터 병 포장까지 24시간 이내에 완료하는 시스템으로 신선한 맛과 영양을 유지한다. 10억분의 1 잔류 농약 검사를 시행해 철저한 품질 관리. 500ml, 1만 2천1백 원.

3 보타니 오렌지 주스 원재료명 오렌지 100% 원산지 호주 농축 과즙을 이용하지 않고 호주 멜버른 지방의 오렌지 세 개를 그대로 담아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제품. 식품첨가물이나 물을 넣지 않은 100% 천연 주스로,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에 제공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6개월. 350ml, 2천5백 원.

4 디오리지널 오렌지 주스 원재료명 호주산 오렌지 과즙 98%, 비타민 C, 설탕 원산지 호주 호주에서 재배한 신선한 발렌시아 오렌지에 흡입봉을 삽입해 과즙과 과육만을 추출, 진공 포장해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100% 비농축 과즙 오렌지 주스. 설탕과 비타민 C를 첨가한 것이 2% 아쉽다. 상온에서 8개월까지 보관 가능. 1.5L, 7천5백 원.

5 트로피카나 홈메이드 스타일 100% 오렌지 주스 원재료명 오렌지 농축 과실즙 원산지 오렌지 과즙 100%(브라질산 99.08%, 미국산 0.92%) ‘홈메이드 스타일의, 과육이 살아 있는 100% 오렌지 주스’라고 커다랗게 적혀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브라질산 오렌지 농축 과즙을 들여와 물을 섞어 만든 ‘농축 환원 오렌지 주스’다. 여타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것에 만족해야 할 듯. 950ml, 3천 원.

6 미닛메이드 오리지널 오렌지 100 원재료명 오렌지 농축 과실즙(오렌지 과실즙으로 100% 브라질산), 액상과당, 비타민 C, 구연산, 천연 착향료 2006년 세계 판매 1위 주스 브랜드라는 마크가 찍혀 있는 미닛메이드는 코카콜라사가 운영하는 웰니스Wellness 음료 전문 그룹. 한데 이곳에서 생산한 오렌지 주스는 농축 과실즙을 사용했음은 물론이고 액상과당과 구연산, 천연착향료까지 들어 있다. 당연히 맛은 가장 달콤하다. 350ml, 1천3백50원.

7 델몬트 콜드 오렌지 원재료명 오렌지 농축 과즙, 오렌지 과즙, 합성착향료(오렌지 향) 원산지 오렌지 과즙 100%(브라질산 59%, 미국산 41%) 프리미엄 오렌지 주스 시장의 절대 강자인 델몬트 콜드는 겉면 구석에 NFC 마크가 찍혀 있다. 오렌지 농축 과즙에 오렌지 과즙을 섞고 합성착향료로 오렌지 향을 더했다. 농축하지 않은 과즙이 섞였으니 NFC가 맞긴 하지만 그 비율로 봐서 무안한 NFC 주스인 셈. 950ml, 2천6백 원.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