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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20 꼼꼼한 준비가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미술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감상하고, 또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한다면 작품을 구입해서 집에서 감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술 시장이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부를 안겨줄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미술품 경매’나 ‘아트테크’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미술품 경매는 미술품을 공개적으로 판매하고 구입하는 일종의 열린 미술품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트테크는 미술품을 매개로 이윤을 얻는 것을 말한다.


주식테크나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미술품 경매와 아트테크도 준비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해당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도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준비해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귀품, 입품, 다리품을 팔면서 공부하려면 무엇보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미술품 경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독자들을 위해 가이드를 준비했다. 과연 미술품 경매가 무엇이고 참가하려면 어떤 경로를 통해야 할까. 더불어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 현지 취재를 통해 선진국의 미술품 경매 현장도 함께 소개한다.

미술품 감상과 구매에서 찾은 행복

국제어 에스페란토를 일찍이 배운 덕에 세계 60개국을 여행했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다녔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선진국을 가고, 삶에 지치고 힘겨울 때는 후진국을 간다. 대부분 민박을 하며 각국의 가정과 문화를 체험한다. 그런데 선진국 가정은 뭔가 다르게 비싸지 않지만 멋스러운 아담한 미술품이 현관이나 거실 벽에 걸려 있다.

선진국 도시의 중심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다.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의 최고봉을 보여주고 역사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미술에 문외한이어서 대충 보던 미술품을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 볼 정도이다. 미술을 10년 정도 접하다 보니 안목도 생기고 재미를 느껴 지금은 3천 년 전 원시인들이 새겨놓은 암각화를 보러 러시아와 몽골까지 다닌다. 고전경제학을 공부하던 샌님이 미술이 주는 색과 형태의 매력에 빠져 미술 시장을 연구하러 세계를 누비고 있다.

미술에서 느끼는 행복감을 나누기 위해 5년 전에 미술시장연구소를 차렸다. 미술 시장이 침체되었던 시기에 앞으로는 미술품을 감상도 하고 구매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외쳐댔다. 문화경제학에 관한 책도 출판했다. 연구소를 차린 이유를 물으면 ‘거실 진열장의 양주병을 그림으로 바꾸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예측이 맞았다. 아니, 시대가 변했다. 2년 전부터 미술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미술 전시를 감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경매 시장만 봐도 2005년 1백67억 원 규모밖에 안 되던 것이 2006년에는 5백91억 원으로 성장했고, 2007년에는 10월 초에 벌써 1천4백65억 원에 달했다. 화랑 판매, 작가의 전시 판매, 아트 페어, 경매, 은행 프라이빗 뱅킹의 미술품 판매, 아트 펀드 등과 함께 미술 시장이 정확히 2년 만에 감상의 시대에서 구입의 시대로 바뀌었다.


요즈음 미술 시장 중에는 특히 아트 페어와 경매 시장의 활황이 눈에 띈다. 5~6년 전만 해도 경매에 참석한 사람은 대부분 화랑 관계자들이었는데, 지금은 넥타이 부대, 부부, 부자지간, 명품 가방을 든 부인 등 다양한 고객들이 경매장을 찾는다. 그러나 블루칩을 중심으로 가격이 너무 빨리 상승하고, 판매가 일부 작가에 쏠려 있어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불황과 호황은 반복될 것이고, 잘못하면 미술 시장이 침체기를 맞을 수도 있으나 크게 보면 미술 시장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다. 인류 역사에 비춰볼 때 미적 감각에 대한 욕구는 결코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 시장이 성장한 것은 소득 증가, 주가지수의 상승, 부동산 시장의 침체, 문화 향수의 증대, 문화 산업의 성장, 주 5일 근무제에 의한 여가 시간의 확대, 세계화, 세계여행, 방송 등의 영향이며, 특히 방송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미술 시장에 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 구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드라마에 아트 딜러와 경매사 등이 출연하고, 안방에서 미술품 경매 생방송까지 볼 수 있다. 미술이 조금씩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미술 시장은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다.

미술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을 근간으로 한다. 우리의 삶 속에는 문화, 음악, 미술을 기초로 한 요소가 참으로 많다. 요즈음 미술 시장이 돈을 벌기 위해 유명 작가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수작이든 태작이든 모두 사고팔고 있고, 블루칩 작가에 올인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미술 자체를 논하며 행복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가 미술 시장을 찾는 것은 미술 감상과 구매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다. 쾰른 아트 페어에서 노부부들이 소품을 사서 돌려 보며 무척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선진국 국민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술 시장에서 품위를 지키며 감상을 하고 세월이 흐르면 이익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모두가 영원히 행복한 컬렉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시장은 작가를 후원하여 당대의 걸작을 낳도록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