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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어린이 책 테마파크, 퀼트 갤러리 바람도 쉬었다가는 문화 사랑방
무엇엔가 푹 빠져 골몰할 수 있다면 막바지 더위도 당신 앞에서는 주춤할 것이다. 머리를 서늘하게 하고 감성을 환기시키는 북 카페와 캐러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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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특히 운치가 좋은 야외 테이블. 홍대 거리의 정취에 젖어보는 데도 그만이다.
2 내부에는 각종 도서뿐 아니라 주인장이 수집한 전 세계 특이한 소품새로 생긴 문화공간

바람이 쉬었다 가는 북카페 창 밖을 봐, 바람이 …
이곳의 정식 명칭은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이다. 손님들은 묻는다. ‘왜 하필 북쪽과 서쪽인가?’라고. 카페명은 사실 영화 <베티 블루Betty Blue>에서 베티의 연인 조르그가 한 말이다. 대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인생이란 그런 거야. 우리도 그와 같아.” 바람이 한 방향으로 불겠다고 임의로 규정하지 않고 그저 건듯 불다 사라지듯, 우리도 바람처럼 왔다 간다. 이는 이윤호 대표가 살아온 길을 반추했을 때의 깨달음과 일치한다. “인생은 정착지를 모르는 여행과 같아요. 그 여행 길목에 발길이 닿으면 들렀다가, 때 되면 훌쩍 자리를 뜰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바람 같은 여행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여행 관련 서적이 눈에 많이 띈다. 이곳엔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책 1천여 권이 있는데, 그는 책 역시 바람처럼 흐르게 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걸어가는 책’이란 운동은 그 뜻의 연장선이다. “책을 다 읽으면 그 책이 다시 누군가에게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누구에게 건넸으며 누구에게 받았는지 흔적을 기록해보는 것도 의미 있지요.” 혼자서도 고즈넉히 즐길 수 있고 여럿이도 아늑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특히 너른 창문 옆 구석진 자리는 이곳의 베스트 메뉴인 아메리카노(5천 원)보다 인기. 문의 02-322-2356 


1 벽면 선반에는 희귀한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2 왜 PM 3:00일까? 대치동 주부들은 애들 학원 데려다 주느라 오후 3시에 제일 바쁘다. 그럴수록 여유를 가지자는 뜻!
3 벽면과 소파 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내부.

책 읽는 살롱 PM 3:00
서울 대치동 대로변에 들어선 북카페에는 책이 빽빽하게 꽂힌 벽장이 없다. 긴 선반이나 커다란 테이블 위에 책이 느슨하게 펼쳐져 있다. 카페에 진열할 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적은 분량의 양서를 늘 바꾸어가며 새롭게 비치해놓을 생각입니다.” 이 건물 2층에서 10년 동안 사설 어린이 도서관 ‘초록 공간’을 운영해온 김재숙 사장은 아름다운 그림책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의 각종 신간을 확보하고 있다. 손님들의 취향에 맞는 양서를 일주일 단위로 들여올 예정이라고.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이너 정현아 씨는 서재 같은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경쾌하고 심플한 북카페를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 김재숙 사장은 “뜻 맞는 이들이 모이면 이곳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북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책뿐 아니라 오페라나 콘서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문화 사랑방’을 꾸미는 게 그의 바람이다. 문의 02-544-9973


1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책을 읽으면 재미가 배가된다. 물론 흥미롭게 디자인된 어린이용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띈다.
2 건물 중앙에는 최정화 작가의 대형 꽃 작품이 자리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 읽는 놀이터 딸기가 좋아 III
저마다 책을 펼치고픈 생각이 드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 아이들도 그렇다. 침대 위를 뒹굴며, 폭신한 쿠션을 안은 채로, 혹은 후미진 구석 등 각양각색이라 어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이런 독서 습관을 알아주는 달콤한 공간이 생겼다. 책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 III’는 책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놀이터다. 캐릭터로 꾸민 아동 문화공간인 ‘딸기가 좋아’의 3탄으로, 이번에는 ‘딸기’ ‘빠나나’ ‘똥치미’ 등 개성 있는 캐릭터 모형이 아이들에게 ‘같이 책 보자’고 속삭인다. ‘숲이 좋아’ ‘바다가 좋아’ 등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독서 공간을 구성했다. 이곳에 뛰어든 아이들은 ‘숲이 좋아’의 커다란 모형 나무 아래와 정글 속 그물 침대, 숲 속 곳곳에 놓인 푹신한 뱀 모양 베개 위, 그리고 ‘바다가 좋아’의 뚜껑을 연 조개나 잠수함 속에서 책을 읽는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책장에는 3~4세용 그림책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책까지 연령별로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발 담그고 놀 수 있는 인공 시냇물이나 마음껏 점핑할 수 있는 트렘폴린도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문의 031-957-8850


1 여느 퀼트 숍과 다르게 이곳에는 퀼트 작가에게 무료로 대관해주는 전시장이 있다.
2 이곳에서 판매하는 퀼트 작가들의 작품. 인형, 가방, 인테리어 소품 등 종류가 다양하다. 
3 팥빙수에 들어가는 떡까지 손수 만들 정도로 메뉴에 정성이 들어가 있다.

정성껏 엮은 퀼트 공간 안스 하우스
‘퀼트’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여인네들이 무릎을 마주하고 앉아 능숙한 솜씨로 천을 엮는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이 아닐까. 퀼트 작가 안성은 씨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퀼트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물론 바느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쉽게 들어와서 퀼트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는 퀼트에 관한 다양한 공간을 엮어 집을 지었다. 자신의 성을 따서 지은 ‘안스 하우스An’s House’에는 퀼트 강습을 하는 테이블, 재료와 작품을 판매하는 숍은 물론 아기자기한 퀼트 작품이 진열된 카페와 갤러리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갤러리는 지하와 1층을 연결한 높은 천장이 돋보이며 커다란 작품을 전시하기에 적합하다. 퀼트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안성은 씨의 바람에 따라 퀼트 작품을 전시하는 이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대관할 예정이다. 퀼트 작품 감상 혹은 제작에 삼매경이다가도, 파티시에가 오븐에서 빵을 꺼내는 시간이 되면 잠시 주의력이 떨어진다. 안스 하우스에서 직접 만드는 빵과 케이크 등은 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그중 와플(1만1천 원)과 이곳에서 개발한 감자 케이크(1조각에 4천 원)는 일찌감치 동이 나는 인기 품목. 문의 031-949-8641

나도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