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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김일중 씨 눈치 있는 말 한마디에 모두가 행복해진다
우리나라 텔레비전 토크쇼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방송작가 김일중 씨는 데뷔 이래 십수 년 동안 ‘이야기의 세계’에서 놀았던 토크쇼 전문가. 이 일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집도 사고, 차도 산 사람이다. 무대 뒤에서 불철주야 일했던 그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한 책 <토크쇼 화법>(중앙북스)을 펴냈다. 튀지 않고도 주목받는 대화법에 대해 들어본다.
대화는 나누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말로 시작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말은 뜻을 전달하는 최후의 표현 수단이자 소통의 자세를 보여주는 매개로 화자의 생각과 삶의 자세를 드러내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한 가지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실수로 귀결되고, 개그우먼 정선희 씨의 말이 즐거운 활력소로 귀결되는 것은 ‘눈치의 한 끝 차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눈치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을 뜻한다. ‘눈치를 본다’는 말이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헛갈릴 수 있지만 김일중 씨의 사전에 있는 눈치란 자신의 가장 좋은 대안을 이야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뜻한다. 상대를 향한 관심의 표현이요, 배려를 표현하는 대화의 자세이자 태도다.

영화 <밀양>을 보셨는지요? 그 영화를 보면 전도연 씨의 아이를 유괴하는 범인의 직업이 웅변학원 원장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감독은 하고많은 직업 중에서 왜 웅변학원 원장을 유괴범의 직업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창동 감독님을 좋아해서 개봉하던 날 가서 봤어요. 말이야말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장난을 많이 치는 매체라고 생각한 건 아닐까요?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말로 내 뜻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사실 가장 어리석을 수 있거든요. 말은 가장 왜곡되기 쉽고 가장 잘못 받아들여지기 쉽고, 가장 하기도 힘들거든요.”

<토크쇼 화법>을 읽으면 말을 잘하게 되나요? “이 책은 말을 잘하게 되는 법에 대해 쓴 것이라기보다는 ‘대화가 즐겁다’고 생각하게 하는 방법에 관해 쓴 책이거든요. 말을 잘하는 것은 제 영역도 아니고요. 말을 잘하는 개그맨이나 MC들 뒤에서 말이 재밌게 오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설계도를 그려주는 사람이 썼다는 게 특징이겠지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한민국의 가장 전형적인 30~40대 남자지만 우연찮게도 직업적인 이유로 20~30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들과 경쟁하며 그들의 감성을 읽고, 그들을 이해하면서 일했어요. 그리고 하필이면 만들었던 프로그램이 20~30대 여성들이 주요 고객층인 토크쇼 프로그램이었고요. 십수 년 동안을 20~30대 여자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20~30대 여자들을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쭉 살다 보니 이런 대화의 즐거움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로 차도 사고 집도 샀어요. 이런 걸 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책을 썼어요.”

토크쇼 같은 대화의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재밌게 대화를 나누고, 아깝지 않은 대화를 하는 게 하루에 얼마나 되는 것 같으세요? 우리는 대부분 일 때문에 하는 대화,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만나는 사람, 지키고 싶지 않은데 지켜야 되는 약속,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갑을의 계약 관계에 상관없이, 주종관계나 종속관계 없이 결론을 내지 않아도 되는 좋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주는 행복을 참 몰라요. 특히 남자들, 그중에서도 30~40대 남자들이 그런 것 같아요.”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눈치입니다. 상대와의 정반합이나 인터랙티브도 눈치예요. 웃긴 얘기 해준다면서 눈치 없이 자기 머릿속에 전개되어 있는 시나리오만 읊는 사람들은 토커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토커는 백 번쯤 한 이야기도 들려줄 때마다 듣는 사람들의 특성과 반응에 따라 매번, 그리고 순간순간 확확 바꾸어가면서 이야기하죠. 즉, 눈치가 있는 대화입니다.”

제가 눈치가 없는 사람인데, 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네요. 재밌습니다. 대화에서 말재간이나 말발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상대를 읽는 거요. 상대를 읽으면 심지어 말을 안 해도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어요. 대화의 목표는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내 뜻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읽으면 돼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고도 상대가 자연발생적으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할 수 있도록 조건을 조성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선문답이에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을 ‘이 무슨 개뿔 뜯어 먹는 소리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분은 자기 맘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담백하게 표현했을 뿐이거든요. 그런데 그 말이 나한테 고대로 넘어와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구나’라고 했을 때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완벽하게 되는 거잖아요.”

이홍렬, 신동엽, 유재석 씨와 같은 성공한 MC와 작업하셨는데요, 이분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통점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긴장이에요. 이 사람들은 잠을 자고 있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거든요. 24시간 내내 긴장을 해요. 그 긴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도가 세요. (웃음을 만드는) 그들의 말 한마디는 말하기 전 2~3초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긴장과 분석과 망설임과 판단을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학 사이를 오가며 결론을 내려요.”

긴장을 많이 하면 피곤하지 않나요?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에요. 고속도로변의 남자 화장실에 가면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오세요.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집니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어요. 남성용 변기의 구조상 멀리서 하면 바닥이 지저분해지거든요.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에요. 겨우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화장실 청소하시는 분만 즐거운 게 아니라 다음에 이 변기를 사용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져요. 누구나 습관적으로 깨끗한 변기로 가고 싶어 하니까요. 긴장이나 눈치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그걸 눈치 있는 대화를 몇 번 시도해봤더니 저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다 행복해지더라는 거지요.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아, 쉽다니까요.”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 찾기> <김혜수의 플러스유>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등 제작에 참여했던 많은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았지요. 모시기 어려운 게스트를 초청할 때에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진심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얘기하면 100% 성공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실패보다 성공을 더 많이 가져다주더라고요. 사람들이 말하기를 단순 무대뽀로 다가오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그러잖아요? 그런 거랑 비슷한 거죠.”

말을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요? “상식을 조금 갖춰보세요. 나머지는 느낌 가는 대로 하시고요. 저는 어떤 분야의 사람과 만나도 30분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찰랑찰랑한 상식을 갖추려고 노력해요. 대화를 풀고 상대와 친해지는 데도 좋지만 더 크게는 세상에 대해 계속 관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힘이 되거든요.”

말을 듣는 사람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첫째로는 반쯤의 희생정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인간 본성에 따르면 남의 말 듣는 걸 애초부터 즐기는 사람은 없거든요.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생각을 대입한다거나 다른 생각을 한다거나 반론이 치밀어 오른다거나 항의할 점이 생긴다거나 하는 게 인간이에요. 그래서 가만히 들어주는 데에는 51%의 희생정신이 필요해요. 그담에는 어떤 적절한 시점에서 상대 이야기의 팩트를 뽑아서 되물어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냥 상대의 말에서 파생된 의견처럼 보이는 이야기도 적절하게 해줘야 공동의 대화가 돼요. 저는 동창회나 회식 등 어디서나 대화 자체를 즐겁게 만드는 쪽으로 굉장히 궁리를 하는 편이에요. 어떤 날은 떠들고 어떤 날은 앉아서 씩 웃기만 해요. 그렇게 (그 자리마다의 성격과 정황에 맞추어) 여러 가지 역할 모델을 수행해요. 저는 독자들이 제 책에서 그런 대화 전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전략이요.”

토크쇼 대화의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한 수 정도 먼저 상대의 마음을 읽어보려 노력하는 점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생각하고 있는 것을 100% 다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그 말을 전달받고 어떤 감정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에 대해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 수에 관련된 상대의 행동과 감정에 관련된 것을 내가 말로 하는 거죠. 성의를 한 번 더 보인다고 할까요? 신동엽, 유재석 씨 같은 사람들은 상대의 마음을 몇 수 앞까지 내다보고 읽어요.”

명MC들의 뛰어난 재능은 천부적인 것일까요? “천부적인 것도 있겠지만 훈련된 것이죠. 저도 첨에는 진짜 못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신)동엽이 레벨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씩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말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쫙 해보고, 남이 주는 눈치를 알아차릴 만큼은 돼요. 이게 사회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생각하고 배려해서 훨씬 좋은 쪽으로 끌고 가니까요.”

아버지의 “넌, 참 얄미운 놈이야”
그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이야기 듣는 것을 즐겼다. “왜 그래?” “왜 그렇게 했어?” “왜 그렇게 살아?” 선입견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귀를 열고 그들의 인생에 관심을 표하는 일이 취미였던 것이다. 그의 취미가 일이 된 경로는 간단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학교 방송반 활동을 하면 조회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송반에 들었다.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조회를 싫어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자연스럽게 방송반에서 활동했고, 고등학생 때 우연히 본 라는 잡지를 통해 연세대학교 방송국YBS이 만들어진 역사를 접하면서 ‘YBS가 있는 연세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군 복무를 마치고 1년 간의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YBS에 들렀다가 그곳 게시판에 SBS라는 신생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가 없는 사이 신생 방송국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SBS 방송국으로 찾아가 일거리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 그를 받아준 사람이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 일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 3박 4일 이상 쉬었던 게 부친 돌아가셨을 때를 포함해 두 번뿐. 그만큼 이 일을 사랑했다.

왜 방송작가가 되셨나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요.(웃음) 유럽여행에서 돌아와 아르바이트거리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SBS 방송국의 아르바이트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찾아갔어요.”

대학 때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했었나요? “고등학생 때 책을 읽다가 일본인들은 스무 살이 넘으면 분가를 해서 자기 터를 가꾸고 자기 기반 닦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때 ‘아, 그렇구나. 스무 살이 넘으면서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렇게 사는 게 멋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제가 대학 생활을 하던 1980년대 후반에는 학생운동이 심했는데, 아버지 직업이 교육공무원이었어요. 학생운동의 메카로 꼽히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둔 공무원 아버지의 스트레스가 무척 심했겠지요. 그때 아버지께서 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용돈과 등록금이었죠. 돈에 막혀서 삶이 종속되기 시작하면 사상이나 생각도 종속되잖아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것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내 삶의 첫 번째 독립이구나.’ 그래서 과외를 시작했고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돌아보면 역설적이게도 그게 아버지에게 받았던 가장 훌륭한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자립심이 강한 아들을 보는 아버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저라면, 자식이 부모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돈을 벌거나 맘에 안 드는 성적을 받아 오면 가만두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그냥 내버려두셨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하루는 아버지께서 술을 드시고 들어오셨어요. 그때 저는 자다가 깨서 ‘아버지, 저 군대 갑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들이 군대에 가는데 언제 가겠다 상의도 않고 입대 날짜를 받아 오면 기분 나쁘잖아요. 그때 아버지께서 ‘넌 참 얄미운 놈이야’ 그러셨어요. 그 말씀의 뜻을 나중에 생각하니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말해요. 아이들에게 ‘얄밉다’는 말을 많이 하라고.”

그 말씀을 들으니 <토크쇼 화법>의 ‘어머니처럼 말하는 것이 고급 화법’이라는 대목이 떠오르네요. 고급 화의 정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심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죠.”
그는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랐다. 여섯 남매가 스스로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환경이었다. 부모님께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절대량도 1/6이었고, 간섭의 절대량도 1/6이었다. 사랑을 더 받지 못해 슬프다고 여길 수 있었겠지만 그는 ‘나한테 오는 간섭이 1/6밖에 되지 않으니 내 인생을 내 맘대로 개척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판박이처럼 사는 삶은 치욕적이라고 여겼다. 사회에서 정해놓은 룰에 끼워 맞춰지길 원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삶을 ‘김일중’이라는 사람에 맞추어 스스로 조절하고 굴리려 한다.

16년 동안의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연예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 이사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3년째입니다. 최근에 한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요? “저를 위해서 양평에 열두 평짜리 오두막을 지었어요. 이 집이 제게는 호사로운 사치일 수 있지만 16년 동안 너무 고생스럽게 살아온 것에 대한 선물인 셈이죠. 올해 제 나이가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하는 마흔 살이에요. 마흔이 되면서 직업, 환경, 사랑, 이런 것에 깊은 변화가 왔어요. 요즘엔 금요일 저녁 양평 오두막에서 술 마실 때 제일 해피해요.”

인생 후반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저만의 시간표가 있어요. 마흔 살까지 열심히 살고, 마흔 살부터 쉰 살까지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 실컷 노는 거예요. 그리고 쉰이 되는 순간, 재산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만들어놓고 전혀 다른 종류의 직종에 빠져서 제2막을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다시 한 30년 동안 재밌게 벌어서 다음 20년을 신나게 놀면서 보내는 거예요.”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것은요? “유럽(여행을 가기 위한) 통장’과 ‘조경(을 하기 위한) 통장’을 만들어놓았어요.”

여자 친구와 행복하게 사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결혼은 안 하실 건가요? “이렇게 설명하면 어떨까요? 같이 (땅에) 묻히고 싶은 여자를 저를 낳아준 여자에게 소개해줬더니 서로 아주 좋아해요. 이 정도면 결혼의 사전적 의미는 완성된 것 아닐까요?”

행복이 가득한 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내 크기와 내 느낌에 딱 맞는 집이 아닌가 싶어요.”
살아가는 데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동성이요. 유럽 여행을 할 때 배낭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그 경험을 통해 사이즈나 안정성보다 유동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등짐을 괴나리봇짐처럼 작게 하면 이동하기 쉽고,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불행의 반대말을 정의하신다면? “불행은 객관적인 조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객관적인 조건이 완벽해도 스스로가 ‘불행하다, 불행한 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불행의 반대말은 객관적인 조건을 다 갖추는 행복이 아니라 ‘나는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 하고 싶어요.”


김선래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