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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디테일로 완성하는 집 studio HJRK 김혜진
studio HJRK의 디테일은 끝이라고 생각할 때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카키 톤의 방을 지나 마주치는 벤치의 푸른빛이 주는 느낌을 고민하고, 조명 뒤에 걸린 컬러풀한 작품의 존재감이 적당한지 살피는가 하면 아이코닉한 테이블이 외롭지 않게 조명을 배치한다. 이렇게 다각도로 고민한 요소가 모여 완성된 분위기가 그들이 궁극적으로 짓는 공간이다.

김혜진 대표의 가족이 사는 집이자 오피스 HJRK 한남을 최근 새롭게 열었다.
아트 작품과 오브제, 해외에서 직접 찾아낸 조명, 프로젝트를 위해 디자인한 가구가 어우러진 스튜디오는 곧 그의 공간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미술사와 실내 건축, 제품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2015년 studio HJRK를 열었어요. 어떤 계기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품 경매 회사에서 일했어요. 아트 세계 자체는 매력적이었지만 누군가가 만든 크리에이티브를 판매하는 역할이다 보니 주연처럼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나도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메인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차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시각적으로 민감한 성향이나 활동적인 성격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잘 맞았어요. 그렇게 파리로 유학을 떠나 4년 동안 인테리어를 공부했어요. 그때 얻은 자극이 사라지기 전에 제 것을 만들고 싶었고, ‘나처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은 좀 더 색다른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스타일링은 구체적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 작업하나요?
소파는 함께 놓는 쿠션의 종류와 배치까지, 아트워크는 설치 위치와 프레임 디자인까지 결정해요. 소품이나 디퓨저는 물론 책장에 꽂을 아트 북까지 추천하기도 합니다. 카펫이나 커튼도 직접 디자인해요. 모두 공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공간에 꼭 맞는 크기와 디자인을 고심해 스타일링을 완성합니다.


studio HJRK가 디자인한 카라멜Caramel 소파와 모스Moss 사이드 테이블이 놓인 응접실.
스튜디오 직원이 일하는 공간. 창으로 뒷산이 내다보인다.
그 정도 디테일이라면 공간 디자인보다 오히려 스타일링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것 같아요.
실제로 기간이 비슷하고 더 길어지기도 해요. 시간과 예산이 한정적이라면 스타일링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정도로 공간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트 작품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번 구입하면 평생 보고 살아야 하니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요. 갖고 있던 가구를 쓰려고 했는데 막상 놓고 보니 어울리지 않아서 바꾸기도 하고, 저희가 더 좋은 걸 찾으려고 자발적으로 기한을 늘리기도 합니다.

하이엔드 주거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요즘 ‛하이엔드’라는 단어가 다양한 취향이나 스타일을 높은 퀄리티로 풀어내는 것보다는 하나의 획일화된 트렌드가 된 것 같아서 조심스러워요. 제가 생각하는 하이엔드 주거는 고급 자재와 디테일로 구현하는 퀄리티, 그것을 실현하는 비용,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열정이 모였을 때 가능합니다. 아무리 좋은 집도 똑같은 게 여러 개면 하이엔드라고 느껴지지 않겠죠.

공간을 디자인할 때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어느 공간이나 가구 하나가 ‛포인트’가 되는 것을 경계해요. 전체적인 조화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거실과 침실, 주방과 서재 등 여러 주거 공간에서 비슷한 감도를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하나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공간과 각기 다른 사용자의 경험에 집중하므로 문화 전반을 폭넓게 리서치합니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다양한 서적을 가까이 두고 자주 참고하는 편이에요.


Project


어퍼 하우스
studio HJRK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한 색감과 패브릭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시도한, 중년 부부를 위한 주거 프로젝트. 주방 일부를 할애해 두 사람이 아늑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거실 소파는 정중앙에 배치해 어느 한쪽으로 시선을 두기보다 여러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가구와 오브제는 공간에 맞게 디자인해 제작했고, 다양한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옻칠 다이닝 테이블이나 플랜터를 가리는 가죽 파티션 등을 완성했다. 덕분에 전형적이거나 트렌디하지 않은, 곳곳에 studio HJRK의 손길이 닿은 이곳만의 감각적 분위기가 탄생했다.



제니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는 60대 부부의 집. 높은 곳의 뷰를 좋아하는 남편과 주택에 살며 정원을 가꾸고 싶은 아내의 로망을 동시에 담았다. ‘땅으로부터’라는 콘셉트로 테라코타, 붉은 실크, 원목, 트래버틴 등 어시earthy한 톤과 텍스처를 입히고, 풍경화 뮤럴 벽지를 사용해 공간에 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욕실 샤워 부스는 따스한 자연광이 쏟아지는 느낌이 나도록 광천장에 격자무늬를 더했다.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니즈가 명확했기에 더욱 콘셉추얼하게 풀어갈 수 있었던 프로젝트.


스튜디오 HJRK
인테리어와 아트, 스타일링을 아우르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와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레지던스, 호텔, 레스토랑, 클리닉,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을 섬세하게 연출한다.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하고 studio HJRK만의 색깔을 담아 감도 있는 공간으로 풀어내며, 가구와 예술품 큐레이션으로 전체적인 조화로움을 구현한다. studiohjrk.com


사진 studio HJRK 제공(프로젝트)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