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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가구로 더 풍성해지는 법 MOMOMO studio 마미지
“집 지으면 10년, 인테리어하면 5년 늙는다”는 말이 마미지 대표 앞에서는 무색해진다. 그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클라이언트와 연락을 이어가며 공간을 돌보고, 다음에 집을 옮겼을 때 다시 작업하기도 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마미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보다 집 담당 주치의, 더 나아가 취향 공동체에 가깝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가구 디자이너 샤를로트 페리앙의 사이드보드가 놓인 동빙고 빌라. 모모모 스튜디오의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가구는 공간을 더욱 명료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존재다.
모모모 스튜디오의 사무실에서 만난 마미지 대표.
리빙 소품 브랜드를 준비하다 우연히 아파트 리모델링을 한 일이 이어져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어요. 그때 aA디자인뮤지엄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동안 배운 건축은 디자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건축은 공학에 가깝기도 하고,가구가 훨씬 섬세하고 자유로운 영역이니까요. 졸업한 후에 본격적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디자인 가구를 알게 됐고, 그다음에는 리빙 패브릭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패브릭을 배웠어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리빙 소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인의 집을 고쳤던 일이 이어져 여기까지 온 거죠.

집으로 시작해 이제는 브랜드 쇼룸, 카페와 F&B 등 상공간까지 다채롭게 작업해요. 각각 어떤 즐거움이 있나요?
상공간은 제가 디자인한 공간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줄 때 느끼는 신기함과 뿌듯함 그리고 재미가 있고요, 주거는 한 클라이언트에게 깊이 파고든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내일 마감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전에도 부분 수리를 해드린 분의 집이에요. 그때 배 속에 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됐더라고요. 공간은 물론 지나온 시간까지 공유하는 느낌이 좋아요.


남편 홍봉기 대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아이노테이블 1층에 있는 모모모 스튜디오 사무실. 다양한 자재 샘플을 아카이빙하고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모모모 스튜디오의 스타일인 빈티지스러움, 자연스러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억지스러운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라 자연스럽게 디자인하고, 정교하게 수평 수직을 맞추지 않을 때도 많아요. 또 가구를 너무 좋아해서 평소에도 취미처럼 찾아보고, 그러다 좋은 것을 하나둘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가구를 쓰거나 빈티지스럽다는 정체성이 생겼어요.

말씀하신 대로 프로젝트 곳곳에 디자이너의 가구가 특히 눈에 띄어요. 어떤 점이 좋았나요?
딱 맞춘 제작 가구가 공간을 깔끔하게 만든다면, 독립된 형태의 가구는 공간을 유기적으로 만들어요. 또 디자이너의 제품은 작품 같아서 가까이 두고 살면 미감이 높아지고 생활이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주거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하나요?
클라이언트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거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들이고 싶은 가구나 예쁘다고 생각한 공간 등 좋았던 이미지를 받고, 클라이언트의 집을 직접 방문해 스타일을 살피기도 해요. 그걸 바탕으로 어떤 소재와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그에 맞는 스타일로 디자인을 시작해요.

소재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나요?
집이 클라이언트와 함께 예쁘게 늙어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 소재도 자연스럽게 무르익는 것을 골라요. 바닥은 필름이 벗겨지는 강마루보다는 생활의 흔적이 아름답게 스며드는 원목 마루를 사용하고, 페인트도 두껍게 미장하듯이 마감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굴곡이 있다 보니 때가 타도 눈에 잘 띄지 않고 생활감이 예쁘게 묻어나요. 샌딩해서 조금씩 갈아내는 방법으로 보수하기도 쉽고요.


Project


오피스가 함께하는 은평 H 아파트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편집장 아내와 음반 기획자로 일하는 남편이 사는 오피스 겸 집. 일본 도자기, 중국 다기, 이탈리아 유리공예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소품을 좋아하고 모으는 성향이라 한 가지 스타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도화지처럼 잘 품어내는 공간을 만들었다. 오피스 공간은 수많은 책과 음반을 효율적으로 수납하기 위해 제작 가구를 시공했고, 생활공간은 기존 가구와 오브제 및 작품을 공간에 맞게 배치했다. 북한산이 보이는 창은 최대한 크기를 키우고 프레임이 풍경을 방해하지 않도록 디자인했으며, 취미인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발코니를 온실로 만들었다.



자유로운 평면과 마감이 있는 동빙고 빌라
스튜디오 모모모 마미지·홍봉기 대표의 집. 작은 입구를 지나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이 나타난다. 복도를 중심으로 주방·거실 등 공용 공간과 프라이빗 공간을 나누었고, 프라이빗 공간은 발코니를 통해 침실과 실내 온실, 서재까지 모두 이어진다. 옹이와 질감이 느껴지는 마루, 콘크리트 주방 상판, 시멘트와 소나무 가루를 섞어 만든 수납장 패널 등 자연스러운 재료를 썼다. 화려하거나 볼드하지 않고 은은하게 아름다운 웨인스코팅 마감, 야외처럼 느껴지는 실내 온실이 특징이다.


모모모 스튜디오
건축을 전공하고 가구, 패브릭 브랜드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미지 대표가 2015년 설립한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클라이언트의 취향, 디자이너의 가구를 바탕으로 공간에서 시작해 가구 및 식물 스타일링까지 하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그 분위기’의 집을 만든다. 주거부터 F&B, 카페, 갤러리, 쇼룸, 병원까지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다. @momomo_studio


사진 모모모 스튜디오 제공(프로젝트)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