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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법 생각을 확장하는 한 페이지의 라이프스타일 북 큐레이션
혹시 멋진 작업실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펼쳐진 저들의 호기심과 추진력에 가슴이 설레지는 않았나? 그렇다면 자연과 책, 음악을 도구로 영감을 얻는 세 사람의 글을 읽고 실천해보자.

무카이 슈타로의 <디자인학: 사색의 컨스텔레이션>. 조성은 씨는 이 책을 키 북으로 꼽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절판된 책이지만, 라이프스타일과 큐레이션 관련해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에요.” 가까운 도서관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말이었다.
“네 평의 서점 속에 아는 세상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도 우연히 만나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지금의 시간 감각에 맞는 밀도감 있는 북 큐레이션을 즐겨주세요.”

북 큐레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내가 오픈한 서점의 소개 글이다. 네 평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아는 세상과 미지의 세계를 담는다는 것이 가능한 거야? 거창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바로 큐레이션의 중요한 과정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책을 공간에 맞게 채운다는 의미가 아닌 ‘맥락’과 ‘흐름’이라는 관계성으로 연결 짓고, 책장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영감의 원천이 되거나, 사색 또는 환기를 불러일으킨다면 일단 좋은 큐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북 큐레이션은 왜 필요할까? 일단 정보 과잉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책 또한 종이에 담긴 매체로서 엄선이라는 편집 과정을 통해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 둘째, 세계관의 확장적 차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생각은 내 안의 지식과 문화로 이루어진 틀에서 한 발짝도 넘어서지 못한다.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열린 사고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의 취향이라는 내 안에 내재된 익숙한 알고리즘적 선택이 아니라, 맥락이라는 줄기로 편집된 서가를 통해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평소에 항해 자격 시험 문제집이나 기술 서적을 즐겨 보는데, 모르는 세계의 경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셋째, 공통의 감각, 즉 상식(commonsense)의 회복이다. 세분화와 다양성이 가속화되는 지금의 사회에서 공통의 감각 부재로 인한 혼란을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를 들여다보며 통합적 측면에서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자는 제안이 담겨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설, 경제·경영, 인문, 과학이라는 인위적 분류가 아닌 키워드를 중심으로 얽혀 있는 지식을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북 큐레이션 방식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이 가득한 집>스럽게 여기에 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북 큐레이션을 제안해본다.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북 큐레이션 또한 기본기가 중요하다. 좋은 키 북을 선정하는 것이 핵심인데, 의미 있고 가치 있고 풍부한 생각의 가지, 서브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사유 관점이 스며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쓴 책 중에서 선정하는 것이 좋다.



무카이 슈타로의 <디자인학: 사색의 컨스텔레이션>을 키 북으로 하자. 현대 디자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우하우스를 잇는 독일 울름 조형대학에서 막스 빌, 오틀 아이허의 가르침을 받고 무사시노 미술대학교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라 켄야로 이어지는 현재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쓴 책이다.

주요 디자인 어휘와 관계성 있는 단어나 개념을 ‘별자리와 같은 배치’로 구성했는데,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서브 키워드를 선정하기도 매우 좋은 책이다. 뒤를 이어 디자인에 관한 서양 관점의 생각도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데얀 수직의 <바이 디자인>이 적합하겠다. 데얀 수직은 런던 태생으로 이탈리아 건축 잡지 <도무스>의 편집장을 거쳐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관장을 역임한 인물. 사전적 형식을 빌려 쓴 책으로, 30년 동안의 그의 디자인에 관한 생각도 읽을 수 있다.

이쯤에서 백문불여일견.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에 방점이 찍힌 책 두 권을 이어 골랐다. 나오토 후카사와, 재스퍼 모리슨의 <슈퍼노멀>은 도쿄와 런던에서 개최한 전시를 담은 책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생활 속 물건 중 좋은 디자인의 원형 되는 ‘사려 깊고 신중한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으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서양 디자인에서 전통에서 현재로 이어진 기호에 대한 미래를 위한 그들의 제안도 의미 있다. ‘코리아 하우스비전’으로 친숙한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의 <저공비행: 또 다른 디자인 풍경>이다. 그는 앞서 소개한 무카이 슈타로의 제자이기도 하다.

<디자인학>과 <저공비행>의 겹치는 사고 부분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일본 전역의 매력적인 로컬 풍경과 계절, 그리고 이러한 풍토의 미래 가능성을 담아 소개하는 하라 켄야의 ‘저공비행’ 프로젝트는 현재진행 중이다. 웹사이트(tei-ku.com)에서 감각적 비주얼을 통해 로컬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기에 마지막에 배치해 라이프스타일 북 큐레이션을 마무리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추천을 한 조성은은 교보문고 MD를 거쳐 현재 도서 공간 기획 회사 ‘레이어스랩’의 대표이자 북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호텔, 갤러리, 병원, 문화 공간 등 공간의 콘셉트를 살리는 책장이 필요한 곳엔 늘 그가 있다. 도서를 단순 관련도가 아닌 인물, 또는 다른 연결점을 고려해 제안하는 그의 큐레이션 실험은 부암동에 자리한 네 평 서점 ‘로프트북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책과 책 사이를 오가며 세계가 확장하는 책 읽기를 경험해보시길.


일러스트 이다

구성 김혜원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