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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티스트 이준형 "AI도 사람과 같다"
#아티스트 #꿈의작업실 #초현실주의 #상상력…. 특집 테마 ‘양손잡이 크리에이터’와 연결해 이준형 작가가 완성한 11월호 <행복> 표지다. “이 놀랍도록 무서운 존재를 정확히 이해해야 대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가 AI와 협업해 만들어낸 고요한 사색의 공간 속으로!

‘black chic sofa’, 2023.

이준형 작가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에서 가구를 전공하고, 현재 공간·제품 마감재 디자인을 하고 있다. AI가 디자이너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고민 중이다. 앞으로 AI로 생성한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juntudio 031

AI 아트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매력 때문에 계속하고 있나?
나는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을 아주 좋아한다. 그가 창업한 OpenAI, 뉴럴링크, 테슬라를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AI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를 디자인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AI 아트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AI에 대한 스킬셋을 쌓자는 마음이었지만, 점점 창작욕이 생기면서 콘셉트와 퀄리티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내가 AI 작업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다양한 키워드를 조합해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이를 초속으로 시각화하는 생산성’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큰 매력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큰 두려움이기도 하다.

올 7월호 <디자인> 표지 작업이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가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던데, 이런 애정이 AI 아트 작업에도 연결되나?
맞다. 열정을 가지고 공부한 가구 작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 대학교 때 휴학까지 하면서 가구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아쉽게도 실패했다. 이런 아쉬움이 모여 가구를 중심으로 AI 작업을 하도록 이끄는 것 같다.

현재 직업적으로 하는 일과 ‘이준형의 AI 아트’는 어떻게 연결되나?
응용 소재 기업에서 공간과 제품의 표면 소재 디자인을 하고 있다. ‘Color, Material, Finishing을 다루는 CMF 디자인’으로 직무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직무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소재를 필름 형태로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소재를 스터디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컬러와 패턴의 미세한 차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런 것이 AI 작업 결과물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

11월호 <행복> 표지 작업에선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나?
표지 작품 ‘Contemplative Atelier’는 고요한 사색으로 이끄는 창조적 작업실로, 투명한 오브제의 가구와 톤 다운된 파스텔컬러를 통해 집중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사용한 프롬프트는 atelier, floating on the water, muted color, opaque elements, surrealism, minimalism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합했다.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모르는 우리에게 표지 작업을 쉽게 풀어달라.
이번 표지 작업은 미드저니와 어도비 포토샵을 사용해 만들었다. 그 과정은 1) 미드저니를 통해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이미지를 생성한다. 2) 원하는 작업이 생성될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해가며 이미지를 생성한다. 3) 원하는 이미지가 나왔다면 어도비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가져간다. 4) 어도비 포토샵의 AI 기능을 이용해 이미지를 수정하고 전체적 퀄리티를 높인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될까?


‘mushroom lamp’, 2023.
AI 아트에서 작가와 AI의 역할 배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내가 AI로 작업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다. 첫 번째는 챗GPT와 미드저니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내가 설정해놓은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해 챗GPT가 기획하고 프롬프트까지 만들어주게끔 한다. 그리고 챗GPT가 만든 프롬프트를 미드저니에 입력한다. 여기서 내가 진행한 일은 구조화된 질문지를 만든 것과 프롬프트를 입력한 것이다. 이 경우에 나의 기여도는 얼마나 될까? 이를 수치로 답변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두 번째는 미드저니만 이용하는 방식이다. 모든 기획과 키워드를 내가 직접 설정하고, 미드저니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AI의 역할은 ‘다양한 키워드를 조합해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이를 초속으로 시각화하는 생산성’일 것이다. 역시나 역할 배분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중은 AI 아트 앞에서 처음 몇 번은 감탄을, 이후로는 박제물을 보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사고의 깊이, 상상력의 넓이는 인간만 지닐 수 있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이에 대해 반론하자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고의 깊이, 상상력의 넓이는 인간만 지닐 수 있다”라는 의견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AI는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을 모사하고 있다. 성능을 생각한다면 초지능에 가깝다. 우선, 상상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각자의 정의를 내려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상상력이란 ‘감각기관(오감)을 통해 얻은 정보를 여러 수식을 연산해 얻은 결괏값’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가중치)+(정보)×(가중치)+(정보)×(가중치)+…로 이루어진 결괏값이다. 결국 정보가 많은 사람일수록 창의력에 유리하며, 가중치를 빠르게 바꿔가면서 조합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유리할 것이다. AI도 사람과 같다. 우리가 수집해놓은 정보가 없다면 AI의 상상력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AI를 맹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AI의 출현은 필연적이고, 이 놀랍도록 무서운 존재를 정확히 이해해야 대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행복’ 같은 추상적 개념도 AI가 구체적 이미지로 만들 수 있나?
현재 AI는 추상적 단어만 입력하면 가장 데이터가 많은 직관적 행복인 smile을 시각화할 것이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일은 내가 직접 하거나 챗GPT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행복이 가득한 집’은 어릴 적 할머니 집이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혼나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주제로 작업하라고 하면 어릴 적 할머니 집에 있을 만한 오브제와 상황을 중심으로 시각화해서 공감대를 형성할 것 같다. 이를테면 브라운관 TV를 통해 <톰과 제리>를 보고 있는 손주를 표현해보면 어떨까. 내가 입력할 프롬프트는 대략 이럴 것이다. kids facing each other with smile, watching Tom and Jerry on TV, dim lighting, in the style of 1970’s Korean, with full of love, lovely atmosphere, realistic photography.


AI 아트워크 이준형

글 최혜경 기자 |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