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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지시마에 사는 사람들 허브 요리 연구가 도이 지나쓰
일본 열도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섬, 아와지시마. 기후가 온화하고 주변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낙농업과 어업이 발달한 이곳엔 질 좋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어디 식재료뿐인가! 일본 최대 향 생산지이자 일본 3대 기와의 생산지로 다채로운 문화를 꽃피운 아와지시마엔 그에 걸맞은 창작자가 즐비하다. <행복>은 지난 6월, 내세울 것이 너무도 많은 보물 이 같은 섬에서 세 명의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옛 건물에 있던 아와지시마산 기와를 그대로 살려 개조한 도이 지나쓰의 키친. 그의 남편과 친구가 개조를 도왔다.

천장이 낮고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밭의 풍경이 이어져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별함을 지향하지 않아도 자신이 지닌 해사한 마음씨 덕에 그 누구보다 빛이 나는 사람이 있다. 작은 일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고,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허브 요리 연구가 도이 지나쓰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요리 비법보다도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을 공유한다는 그의 유명한 요리 교실 ‘윈드포마인드’. 우리는 도이 지나쓰의 삶을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그의 작은 키친을 찾았다.


“한 달에 세 번 클래스가 끝나면 바로 대청소를 해요. 그래야 공간에 새로운 기운이 흘러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이른 아침, 우리는 눈에 띄게 아름다워서라기보다 한적한 길가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오두막 앞에 차를 세웠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작은 오두막은 허브 요리 연구가 도이 지나쓰どいちなつChinatsu Doi의 키친이다. 도이 지나쓰는 자신이 직접 키운 허브를 티트리 오일, 소금, 시럽, 부케 등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한다. 그가 키운 허브의 특징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다는 것. 심지어 물도 주지 않는다. 그림처럼 예쁘게 키우지 않은 허브이지만, 자연 방식으로 길러 증류했을 때 훨씬 더 풍부한 향을 풍긴다.

도이 지나쓰는 자신의 키친에서 ‘윈드포마인드Wind for Mind(心の風)’라는 유명한 요리 교실을 진행한다. 윈드포마인드라는 이름은 시인 나나오 사카키의 시 ‘이 정도면 충분’에 나오는 구절 중 가장 좋아하는 시구에서 따왔다. 바람처럼 산 나나오 사카키의 자유로움에 대한 경의라고나 할까. 정해진 일정 없이 한달에 3회가량 클래스를 여는데, 일본 전역에서 신청자가 모이고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꽤 인기가 있다.


자연 농법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와 허브를 활용해 여름 채소 피타브레드를 만들었다.
“대단한 요리가 아닌, 쉬운 재료를 향과 식감을 살려 손질하는 방법을 전해드리고 있어요. 요리를 만들어 같이 밥을 먹은 후엔 허브를 심은 밭에서 함께 농작물을 수확해보기도 합니다. 실제로 느껴보거나 체험하는 것은 중요하거든요.”

도이 지나쓰는 도쿄에서 요리책 저자로 활동하다 10여 년 전 고향인 아와지시마로 돌아왔다. 그의 이주는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이 계기가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 년 만에 돌아온 그는 언젠가 자연이 풍부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고향으로 잠시 피난을 왔을 때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과 안정감 그리고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고는 아와지시마로 이주를 결심했다.


자신의 키 높이 맞게 걸어둔 조리 도구. 높이 있는 도마나 그릇은 키 큰 남편이 손쉽게 꺼내준다.
“이곳에 돌아와 예전처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끼지도 않아요. 섬을 벗어나 도시 생활을 경험한 덕분에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 아닐까요? 돈을 내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 소담하게 차린 된장국과 밥이면 충분해요. 물건을 사서 풍요로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풍요로움을 만들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언제든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일출과 지는 석양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도 풍요롭다고 생각하기에 지금이 만족스럽죠.”

밭에 나갔을 때 몸이 느끼는 대로 채소나 허브를 수확해 그날의 메뉴를 결정해 음식을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도이 지나쓰. 그는 아와지시마에 살면서 경험으로 얻는 정직한 감각에 의존하며 내면의 깊은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가끔 도시가 주는 즐거움을 맛보러 여행을 가기도 하며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어가지만, 도이 지나쓰는 아와지시마에서 남편과 함께 밭을 가꾸고 주변 사람들과 맛있는 허브 요리를 함께 나누는 등 자연과 가까운 일상을 보낼 때 진정으로 행복함을 느낀다.


도이 지나쓰의 키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그의 밭.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도 땀을 흠뻑 흘리며 밭일을 하고 나면 머리가 다시 맑아져요.”
아와지시마가 위치한 세토 내해의 기후는 비가 적고 해가 길어 허브 재배에 적합하다.
2019년 겨울에 완성한 도이 지나쓰의 키친은 원래 작은 집유소(아와지시마는 낙농업으로 유명해 쇠고기와 우유가 특산품이다)였다. 그는 기와 같은 고재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숨결과 기운을 불어넣어 작업실을 개조했다. 손을 씻을 수 있는 야외의 작은 세면대, 그 아래 밭에 갈 때 신는 장화와 도구를 담아놓는 함석 사각 박스, 정화조 없이도 자연 분해되어 냄새 하나 나지 않는 콤포스트 화장실까지….

도이 지나쓰는 키친의 내부 공간도 자신의 자그마한 체구에 딱 맞게끔 구성했다. 작업대의 낮은 높이, 가구 배치, 조리 도구와 냄비를 두는 위치 하나까지 말이다. 무엇보다도 도이 지나쓰의 키친에 놓인 투박한 목재 가구와 그릇들이 그의 맑은 신념을 닮아 반짝반짝 윤이 나서, 들어서는 순간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먼 도시의 사람들도 이 소박한 공간을 찾아와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한국에서 온 취재팀을 위해 도이 지나쓰가 차린 건강한 한 상. 여름 채소 피타브레드, 그리고 디저트로 프루트젤리와 자두 소르베를 내주었다.
여름 채소 피타브레드
재료 피타브레드 4개, 가지(작은 것) 2개, 주키니 ½개, 양파(작은 것) 1개, 피망 1개, 마늘 1쪽, 생강 1톨, 카레 가루 1작은술, 허브(고수, 펜넬꽃 등)·올리브 오일·레몬·양상추 적당량, 소금·후추 약간씩

만들기
1 가지, 주키니, 양파, 피망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마늘과 생강은 다진다.
3 팬을 불에 올려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생강을 볶아 향을 낸 후 손질해둔 채소를 볶다가 카레 가루, 소금, 후추를 넣어 맛을 보고 접시에 펼쳐 식힌다.
4 피타브레드에 양상추와 볶은 채소, 고수·펜넬꽃 등 좋아하는 허브와 레몬을 곁들인다.

*신선한 허브를 구하기 어려우면 카레 가루만으로도 충분하고, 로스트 너트나 그릴에 구운 치킨 혹은 감자를 넣어도 맛있다.



프루트젤리와 자두 소르베
재료 프루트 주스(또는 매실 농축액+물) 300cc, 한천 2.5g, 물 100cc, 자두 300g, 꿀 적당량

만들기
1 냄비에 한천과 물을 넣어 잠시 둔 후 한천이 부드러워지면 약한 불에 올려 녹인 다음 걸러 볼에 담는다.
2 볼에 프루트 주스를 담고 꿀을 넣어 단맛을 조절한다.
3 글라스 네 개에 나누어 담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4 자두는 씨를 빼 과육을 잘게 자르고, 꿀로 단맛을 조절한다.
5 냉동고에 넣어둔 후 1시간마다 2~3번 섞어 얼린다.
6 ③의 프루트젤리 위에 ⑤의 자두 소르베를 올린다.


취재 협조 일본정부관광국 

글 박현신 | 정리 오송현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