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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재 개인전 〈절대적 재구축(Absolute Reconstruction)〉
그의 작품엔 숨은 서랍이 너무 많으니 대충 흘려 봐선 안 된다. 눈썰미 없는 사람은 알아챌 수도 없는, 조각도 회화도 사진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의 예술이다. 석고·그물·철판·방충망 같은 현실의 사물을 촬영했는데도 왠지 모든 게 환영으로 보이는 사진! 평면과 입체, 실체와 가상,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재구축하는 이 오묘한 사진의 힘!

조경재 작가는 상명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아카데미에서 마이스터 쉴러를 수료했다. 인천아트플랫폼(2020), 금천예술공장(2019), 난지창작스튜디오(2018)에서 레지던시를 거쳤고, 서울시립미술관 SeMA 신진 작가(2020), KT&G Skopf 선정 작가(2019), 아마도 사진상(2018), 프로젝트 사루비아 선정 작가(2017), 독일 Kunst-und Kulturverein Drensteinfurt 선정 작가(2016), 독일 DAAD Price 수상(2012), 독일 Espon art photo award 수상(2009) 등의 경력이 있다. 개인전 〈모든 것에는 깨진 틈이 있어. 빛은 바로 거기로 들어오지〉(2021, This is not a church), 〈여좌본부〉(2020, Projektspace BABEL, 베를린), 〈치수를 드러내다〉(2018, 아마도예술공간), 〈미음기역〉(금천예술공장, 2019), 〈부서진 모서리〉(2017, 프로젝트 사루비아) 등을 열었다.
‘절대적’이라는 육중한 형용사에 ‘재구축’이라는 엄격한 명사가 붙었다. 그림이라고 하기엔 공간감이 뚜렷하고, 사진이라고 하기엔 몹시 회화적이며, 설치 작품이라고 하기엔 표면이 매끈한 작품에 그는 왜 이토록 막중한 이름을 붙인 걸까?

조경재는 폐기물·그물·밀짚모자·카펫 같은 일상물을 목자재와 콜라주 방식으로 배치하고, 페인팅을 곁들인 후 아날로그 뷰 카메라나 중형 카메라로 촬영한다. 흥미로운 건 실제 공간 속에서 카메라 뷰를 여러 시점에 맞춰가면서 촬영한 작업으로, 우리 예상과 달리 별도의 포토샵 조작 작업이 없는 아날로그적 작품이란 것이다. 사물의 본래 용도나 의미도, 공간의 크기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어버리고선 슬쩍 붙인 이름이 ‘절대적 재구축’이다.


‘골마루’, 나무에 페인팅, 110×90cm, 2022
‘회색연기’, 종이, 그물, 방충망, 나무, 도자 타일, 철판, 180× 150cm, 2021
“무엇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는가가 내겐 중요하다. 카메라 뷰를 통해 오브제를 재조합하는 과정은 일단 해보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다시 해보는 반복의 과정이다. 행한 것을 반복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내겐 매우 중요하다. 그 반복적 행위에서 사진은 애매모호한 여러 개 시점으로 변모한다. 그 사이에는 어떠한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구상構想과 재조합만이 존재한다.” 자, 이쯤 되면 ‘절대적 재구축’이란 명명이 이해되는가?

이번 갤러리 지우헌 전시에서 조경재는 14평 공간을 반으로 나눈 후 천장부터 바닥까지 목재로 수직 가벽을 세우고, 벽 너머 공간을 디귿자 형태의 좁은 통로 형태로 만들 예정이다. 일종의 세트장처럼 연출해놓고는 가벽에 신작을, 가벽 너머 공간에 예전 작품을 병립하는 구조다. 조각, 회화, 사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듯한 작품으로 그가 세상에 말하려는 건 뭘까? 분명한 건 그가 목표하는 최종 도착지가 사진이라는 것이다. 카메라라는 ‘사실 재현’ 도구로 촬영했으나, 그 사진이 결국 만들어낸 허구. 그러니 절대적 재구축이라 부를 수밖에!


조경재 <절대적 재구축>
일시
6월 21일(수)~7월 29일(토), 일·월요일·공휴일 휴관
장소 갤러리 지우헌(서울시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오프닝 리셉션 6월 21일(수) 오후 5시
작가와의 만남 7월 15일(토) 오후 3시
인스타그램 @jiwooheon_dh
문의 02-2262-7349
신청 방법 https://www.designhouse.co.kr/event/event_detail/689



갤러리 지우헌은 ㈜디자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전시 공간으로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다. 한옥을 개조한 독특한 구조로 전통적 미감과 현대적 편의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2016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되었다. 갤러리 지우헌은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에서 현대미술을 조명하는 시공간적 특징을 지닌 갤러리로, 국내외 괄목할 만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 최혜경 기자 | 인물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