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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인터뷰 Furniture Designers 8
<행복>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 여덟 명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의자가 함께 놓인 역사적 기록. 가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왼쪽부터) 최병훈, 권원덕, 서정화, 황형신, 하지훈, 박종선, 정명택, 배세화

최병훈

홍익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산미대학원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핀란드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 연구 교수 및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파리 라파누아 다운타운 갤러리, 뉴욕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 등 세계적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파리 장식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1990년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디자인학과 교수로 부임해 30여 년간 후학을 양성하고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서울, 파리, 뉴욕 등을 오가며 현재까지 22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에 ‘아트 퍼니처’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고, 홍익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학과 명칭도 목공예과에서 목조형가구학과로 바꾼 선구적 가구 디자이너. 그는 작가로서의 길을 걸어온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구 디자인이라는 분야조차 생소하던 시대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당시 홍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코트라에 입사했다. 일반인은 해외여행조차 어렵던 1970년대 출장을 다니며 멕시코, 아프리카, 페루 등 세계 대륙과 마주할 기회를 얻었다. 고대 마야문명과 잉카문명부터 원시미술에 이르기까지 지구 반대편의 문화를 접한 것은 말 그대로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이로부터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내 정신과 영혼을 가구라는 매체로 표현하고 싶은 열망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했다. 오롯이 나의 세계를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이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유연한 선 하나로 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었다. 부러 과장하지 않아도 절제된 아름다움에는 위엄이 느껴진다. 돌로 구조적 견고함을 해결하고, 부드러운 선은 카본 파이버라는 새로운 소재로 시도했다. 앞으로도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장르의 한계를 느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박종선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 선생으로부터 조선 목가구에 대한 이해와 제작법을 수학했다. 서미 인터내셔널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마이애미·바젤·뉴욕 등 유수의 디자인 페어에 참여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 부산디자인위크에서 영화 <기생충> 속 가구를 선보인 기획전 <영화 속 디자인>을 열었다. 현재 박종선 가구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안경은 카린 제품.

영화 <기생충> 속 가구로 전 세계에 알려진 박종선은 작가의 정신이 읽히는 디자인이야말로 좋은 가구의 기본 조건이라고 말한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디자이너이자 장인이다. 이는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의 영감을 어떤 볼륨으로 완성해나가는 과정이자 가구라는 보편적 역사성을 참고하고, 현대의 감성과 기술로 새로운 역사를 시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두루두루 통찰해야 하는 것이 수고스럽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이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편안한 의자에 대해 고민한 결과로 ‘조금은 불편한 의자가 가장 편안한 의자’라 생각한다. 구조적, 시각적으로 가급적 최소한만 남기고 그 외의 것은 지워버린 디자인이다.


정명택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했다. 2009년 지식경제부 및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선정하는 ‘차세대 디자인리더’로 선정되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청주공예비엔날레, 런던디자인페스티벌과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페어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으며, 한국, 미국, 이집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영남대학교 디자인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경은 ByWP 제품으로 시원아이웨어 판매.

1997년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전시로 ‘예 술로서의 가구’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아트 퍼니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 정명택은 자신의 작품 특성을 세 가지로 꼽았다.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의 특성은?
첫 번째는 ‘재료의 순수미’ 다. 물질이 지닌 고유한 성질을 인위적으로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 재료 본래의 순수한 성질을 보여주는 것. 그보다 더한 아름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형태의 담백미’다. 과도한 솜씨 자랑이 아닌 꼭 필요한 요소만 표현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양의 공간과 음의 공간의 ‘조화로운 공간미’다. 작품 자체는 양의 공간으로서 가구와 조각의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또는 그것을 이루고 있는 음의 공간은 전체 환경 안에서 작품이 묵직한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작품 제목은 ‘덤벙주초Dumbung-jucho’다. 덤벙주초라는 용어는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건축물의 초석으로 사용한 것을 일컫는데, 자연에서 채취한 적당한 크기의 돌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이름 붙였다. 거친 형태의 주춧돌을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재해석하고, 브론즈 주조 기법을 사용해 제작했다. 이 작품 시리즈로 올해 로에베 재단 공예 공모전Loewe Foundation Craft Prize 2022)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어 오는 7월 서울공예박물관 전시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훈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와 국립 덴마크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산업자원부가 선정한 ‘차세대 디자인리더’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2009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2020 올해의 공예상’을 수상했다. 영국 V&A 박물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민속박물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현재 계원예술대학 리빙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훈’이라는 필터를 통해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그는 한국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좋은 가구가 갖춰야 할 본질적 조건은?
다른 것과 차별화될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절대적이다. 예술이나 디자인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과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좌식 생활을 기본으로 한 전통 가구에는 의자가 없기에 현재의 한국 가구에서는 더욱이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정체성을 지닌 의자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주Naju 의자는 아름지기 재단과 함께 창덕궁 가정당에 배치하기 위해 만들었다. 나주소반으로부터 가져온 구조 미학, 한옥의 낮은 천장 높이에 비례한 의자 비례 등 많은 고민을 1년 넘게 했다. 이 의자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배움의 전당에 위치한 명륜당에도 배치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권원덕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故 조석진 소목장에게 기술을 배우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재단법인 예올이 뽑은 ‘젊은 공예인상’을 수상하고, 창덕궁 국빈 의자를 제작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안경은 마스카 제품.

옛것에서 찾은 전통 소재와 형태, 기법 등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권원덕은 지금 시대에 맞게 쓰임 있는 가구를 만들고자 한다.

좋은 가구가 갖춰야 할 본질적 조건은?
쓰임이 있어야 한다. 시대에 맞는 작품성과 기능성의 비중은 차이가 있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구의 쓰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모던한 형태와 시원한 비례미를 보여주는 가구다. 눈에 보이는 간결한 구조 때문에 내구성이 약할 것이라 염려하는 것과는 달리 짜 맞춤 기법을 적용해 매우 견고하게 만들었다. 구조적 간결함과 시원한 비례를 보여주고자 얇은 두께로 의자를 제작했고, 의자의 안락함과 가벼운 실용성을 고민해 누비를 활용한 좌판을 적용했다.


배세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영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이름을 알렸다. 이후 아사히카와 국제가구디자인공모전에서 은상을 수상했으며, 갤러리 서미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페어 등에 참여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시계는 페라가모 타임피스 제품으로 갤러리어클락 판매. 신발은 닥터마틴 제품.


형태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행복하던 순간과 기쁨 등 자신의 마음을 작품에 집어넣고자 하는 배세화는 현재 새로운 단계에 도전 중이다.

가구 디자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가구는 다른 물건과는 달리 디자인할 때 사람의 행동을 계산하고 설계할 수 있다. 디자인 안에 하고 싶은 걸 남몰래 숨겨놓는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등받이가 있는 의자라 할지라도 저마다의 성격을 조금씩 다르게 부여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의자에 앉을 때 자신도 모르게 거만한 포즈를 취하도록, 혹은 긴장하고 앉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디자인을 통해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주로 규모가 있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를 1인 암체어 크기로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마다 자신도 모르게 즐기는 고유한 선이 있듯이, 나 역시 그렇다. 사람들은 내가 곡선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나는 직선을 더 좋아한다. 직선에서 곡선으로 이어지는 선이 만들어내는 완만하고 차분한 느낌이 좋다. 아름다운 곡선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면 곡선을 빛나게 해주는 직선의 내재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황형신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공예트렌드페어, 청주공예비엔날레를 비롯해 두바이, 베를린, 도쿄, 파리, 베이징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전시 활동 중이다. 2018년 지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는 황형신은 하나의 재료를 쌓아 완성한 ‘레이어드 연작’을 통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확신을 가지고 꾸준하게 작업해나가는 태도, 혹은 성실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레이어드 연작ʼ의 초기작은 PP(폴리프로필렌) 판재를 쌓아 열을 가해 기본 단위를 만들고, 이를 조합해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2018년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이전에 제작한 PP 소재의 의자 시리즈를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스테인리스 스틸로 소재만 바꾸어 만들어 선보였다. 스틸 소재의 박스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 조합된 모습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작업을 기점으로 이후 작업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이 의자는 조형적으로 표현할 때 건축에서 느끼는 공간감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름의 기준에서 만족스럽게 표현되었다.


서정화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컨텍스추얼디자인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네덜란드 등 해외 전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고,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발은 닥터마틴 제품.

서로 다른 소재의 조화를 탐구하는 서정화는 다양한 형태를 사용해볼 수 있는 작업이라면 어떤 것이든 계속해볼 생각이다.

좋은 가구가 갖춰야 할 본질적 조건은?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 구조와 소재의 응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함께 촬영한 의자에 대하여.
2013년부터 두 가지 소재가 지닌 촉각적 질감의 조화를 주제로 작업한 ‘소재의 구성(Material Container)’ 시리즈다. 소재의 물성에 대한 이해를 잘 담아낸 이 시리즈부터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이 작업에 반영된 부분이 있나?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상호 관계’다. ‘소재의 구성’ 시리즈에서는 하나의 소재와 다른 소재가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관계 지향적 사고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닮아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완초 공예’를 들 수 있다. 강화도에서 발달한 우리나라의 세밀한 완초 공예 기법을 작업에 응용했다.


* 기사의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3월호 본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 스타일링 박명선 | 의상 협조 캠브리지멤버스(1588-7667)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