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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미술관&갤러리 9 그곳에 가보셨나요?
최근 개관한 양평의 사진 전문 갤러리 와瓦와 인사동의 목인 갤러리, 건물을 다시 지은 신사동 예화랑과 홍대 입구의 대안 공간 루프, 갤러리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통의동의 대림미술관, 이름을 바꾼 대학로의 아르코 미술관, 베이징에도 갤러리를 개관한 천안의 아라리오 갤러리, 수준 높은 해외 사진을 선보여온 청담동의 갤러리 뤼미에르와 화이트월 갤러리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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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바탕골예술관, 조각 전문 갤러리 아지오, 도예 전문 갤러리 몬티첼로 등 갤러리가 문을 열면서 자생적인 문화예술의 거리로 형성되고 있는 양평에 사진 갤러리 와瓦wa(대표 김경희)가 문을 열었다. 지금 마무리 준비를 하고 있는 회화 중심의 갤러리 닥터 박 갤러리도 조만간 여기에 합세할 예정. 김경희 씨가 10년 전부터 개관을 준비해온 이 갤러리 는 대지 5백 평, 건평 240평의 3층 건물. 이름에 한자 기와 와瓦자를 써서 이름을 붙인 것은 갤러리 건축에 우리나라 전통 가옥의 형식을 응용한 양식과 관련이 있다.
 
건물 1층에는 한옥의 중정과 같은 자그마한 뜰을 두었으며 건물 외벽에는 시멘트 사이에 한옥 기와를 촘촘히 넣었다. 갤러리 곳곳에서 보이는 야트막한 화분들도 모두 기왓장. 자잘한 부분에서도 김경희 씨의 정감 있는 연출이 느껴진다.
최근 갤러리 와를 찾는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 개관전에 이어 두 번째로 연 김수남 씨의 사진전 ‘한국의 굿’을 보려는 사람들 때문이다. 사진가 김수남 씨가 지난 2월 4일 타이 치앙라이에서 원주민 신년 축제를 촬영하던 중 뇌출혈로 갑자기 타계함에 따라 이 전시회가 그의 유작전이 되고 말았다.
소식을 들은 김경희 대표는 유족과 상의하여 전시 일정을 3월 1일까지로 연장하고 전시장에는 빈소를 마련했다. 요즘 이곳을 찾는 관객들의 십중팔구는 김수남 씨의 유고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김수남 선생님은 1970년대부터 굿 사진을 촬영하셨는데 그 사진들에는 신앙이 아니라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연극, 음악, 미술이 결합된 예술입니다. 오프닝 때 앞으로 이곳에서 전시회를 꾸준히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안타깝습니다. 영혼이 맑고 깊은 분이셨어요.”
‘한국의 굿’이 연장됨에 따라 뒤로 미루어졌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성남훈 씨의 전시회는 3월 4일 시작된다.
이후 열릴 전시회는 신예 사진가 고빈(본명 이종선)의 작품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만난 스웨덴 출신의 여행자의 영향을 받아 인도로 떠난 그는 1999년부터 인도에 체류하며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인도의 성자가 지어준 닉네임을 본명과 바꾼 독특한 인물.
이번에 소개되는 그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검은 소, 파란 염소, 개, 꼬마들의 무심한 눈망울이 시선을 끈다. 전시 작품들이 수록된 다이어리가 도록 대신 제작된다.
이곳에 들러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3층 카페에 앉아 남한강 물길을 바라보는 것. 비 오는 날의 운치는 더욱 진할 것 같다. 이곳의 탁자들은 양평의 목수가 만들었다고 한다.
문의 031-771-5454 www.gallerywa.co.kr
 
1. 왼쪽 위 인도에서 7년째 머무르고 있는 젊은 사진가 고빈의 첫 전시회가 조만간 열린다. 인도산 필름과 인화지로 뽑은 동물 사진들을 선보인다. 오른쪽 위 갤러리 와에서 전시를 보고 있는 관객. 왼쪽 아래 건물 외벽의 물결 무늬를 만든 것은 기와. 오른쪽 아래 3층에 마련된 카레. 잡지와 책이 비치되어 있다. 사진 이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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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랑(대표 이숙영)은 1978년 인사동에서 출발, 1982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으로 이전하며 ‘화랑가의 강남시대’를 열었던 대표적인 갤러리. 그리고 다시 신사동으로 이전해 20년 가까이 머물다 최근 새 건물에 입주했다.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이 건물은 예화랑의 3막 시대를 열어주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외관이 거대한 입체 캔버스 같다.

요즘 예화랑 전시기획자들은 못다 푼 짐을 정리하는 한편 봄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봄 열리는 전시회에는 한국 화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들의 작품이 망라된다.
구본웅, 권옥연, 김형근, 김환기, 남관, 도상봉, 박창돈, 변종하, 손응성, 오지호, 이대원, 임직순, 장욱진, 천경자, 최영림 씨 등 작고 작가까지 포함된 참여 작가 면면이 화려하다. 독창적이면서 한국인 특유의 감수성이 담긴 회화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의 전시 방향도 정해졌다.
한 해 동안 8~9회 정도의 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인데, 젊은 작가와 중견작가의 전시회를 비슷한 비율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작가들과 가능성 높은 젊은 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데에도 집중하겠지만 더욱 공을 들일 부문은 외국 작가 작품전. 국제 화단의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기회를 자주 가질 것이라고 한다.
문의 02-542-5543 www.galleryyeh.com


미니 인터뷰│백운아 큐레이터가 말하는 아트 컬렉트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큐레이터 백운아 씨.
어린 시절에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으나 공부를 하다 보니 관심사가 넓어지고 결국 큐레이터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언젠가 자기 이름으로 된 갤러리를 개관할 것이라는 꿈이 자라고 있다. 컬렉터가 아니라면서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그녀에게 아트 컬렉트에 대해 물어보았다.

처음 구입한 작품은?
외국 작가의 판화였다. 집안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다 보니 정적인 이미지의 작품을 구입하게 되었다.
작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전업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꾸준히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지금은 무명이라도) 언젠가는 주목받게 되어 있다.
투자할 때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미술사에서 큰 획을 그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웃음)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도 컬렉터의 중요한 몫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 1천만 원이 주어진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하겠는가?
재미 작가인 김원숙 선생님의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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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은 하지 않고 자체 기획한 순수 기획전만으로 운영하는 본격적인 상업 사진 갤러리 뤼미에르(대표 최미리)의 등장은 신선했다. 사진 시장의 메카인 뉴욕 맨해튼의 사진 전문 갤러리 시스템을 전격 수용한 이 화랑은 세계 클래식 명작과 컨템포러리 작품을 구입해 소장품으로만 전시하겠다는 출사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개관 초기의 참신함을 넘어서 사진 전문 화랑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뤼미에르의 전시는 매번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개관 전 ‘20세기 세계 명작 사진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 결정적 순간’ ‘브루스 데이빗슨의 지하철 사진전’ 등을 열며 사진 전문 화랑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다진 뤼미에르는 지난해 장기 프로젝트의 실행에 들어갔다.
세계 사진의 역사를 조명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가을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알프레드 스티글리치를 중심으로 한 ‘사진의 혁명 : 알프레드 스티글리치와 카메라 워크’ 그리고 ‘회화주의 사진에서 순수 사진까지’전이 그 프로젝트의 출발점. 최근 전시는 독일의 차세대 사진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요제프 슐츠의 개인전. 아날로그에 디지털을 결합한 작업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말보다는 결과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게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아트 펀드의 개념으로 전시회를 열며 앞으로 전시 규모를 늘릴 계획입니다.”
최 대표는 조심스러운 말씨로 또박또박 설명해주었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처럼 아카데믹한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 그리고 올해에는 개관 이래 처음으로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전도 열 계획이다.
지금 준비 중인 전시회는 장기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리즈. 세부 묘사를 선명하게 하는 양식을 추구했던 사진 그룹 ‘그룹 f.64’를 주도한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과 그의 동료이자 연인이었던 티나 모도티Tina Modotti의 작품 40여 점을 전시한다. 이 밖에도 2개의 대형 기획전을 더 준비하고 있다.
“컬렉터들에게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게 중요합니다. 뤼미에르가 다른 화랑과 차별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고객과 작가, 화상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진 부흥 시대가 열리는 것, 뤼미에르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문의 02-517-2134 www.gallerylumiere.com
 
1. 왼쪽 얼마 전 폐막한 아르망의 작품전이 열렸던 전시장. 오른쪽 예화랑에서 국내 작가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는 큐레이터 백운아 씨.
2. 왼쪽 가운데 미국 맨해튼의 사진 전문 화랑 시스템을 본격 도입한 갤러리 뤼미에르의 전시회는 열릴 때마다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오른쪽 차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 사진 제공 갤러리 뤼미에르
 

“중국 사람들은 아라리오 베이징의 ‘빅 사이즈’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나 전시회가 시작된 다음에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작품의 질이 규모에 못지않음을 알고서는 최고의 갤러리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오픈입니다.”
큐레이터 주연화 씨의 상기된 목소리에서 성공의 정도가 가늠되었다. 하긴 ‘변방’인 천안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자신감과 도전적인 전략을 보여준 그간의 활약을 보면 능히 예견이 가능한 결과였다.
 
photo01 아라리오 갤러리(회장 김창일)는 개관하던 2002년부터 미술계에 자극이 될 만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30년 가까운 경력의 미술품 컬렉터이자 작가로 활동해온 김창일 회장 자체가 이슈 메이커.
굵직한 해외 전시회를 선보이던 아라리오 갤러리가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초. 한국의 젊은 작가 8명, 인도 작가 1명과 전속 계약을 맺고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거침없는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2월에는 중국 베이징에 아라리오 베이징을 개관하며 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주도하는 제1세대 작가 7명을 포섭했다. 아시아 작가들의 세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
문화를 사업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김창일 회장의 배포가 두둑하다. 베이징이 아시아 예술을 접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아라리오 베이징 개관을 준비한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내 작가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라고 한다. 아라리오 베이징 전시에서 인기가 많았던 이동욱, 전준호씨 모두 아라리오에서 지원하는 전속 작가. 아라리오 베이징에서 3월 12일까지 열리는 ‘아름다운 냉소Beautiful Cynicism’전에서 구동희, 권오상, 이동욱, 백현진 씨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이어 올해 주요 활동 계획으로 젊은 작가들의 작품전을 꼽고 있다.
7월에는 이동욱 씨의 전시가, 11월에는 이형구 씨의 전시가 열릴 예정. 아라리오의 모든 프로젝트에는 ‘한국 미술과 한국 작가들의 세계 진출’이라는 모토가 깔려 있 다. 조만간 인도 작가가 전속 작가 목록에 추가될 전망. 한국에서는 현재 천안 아라리오 박물관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멈춤을 모르는 아라리오의 도전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문의 041-551-5100 www.arario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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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안에 있는 아르코 미술관이 외관에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건물에 알록달록한 무지갯빛 세로형 직선이 그려진 것이다. 알고 보니 스트라이프들은 2005 대표작가로 선정돼 지난해 말 전시를 개최한 양주혜 씨의 개인전 ‘길 끝의 길’에 전시되는 작품이었다.

물질문명의 상징인 바코드를 작품 소재로 차용한 설치 작품들을 선보인 양주혜 씨는 자신에게도 컬러 바코드를 만들어주었다. 그녀임을 알려주는 바코드가 전시장에서 펄력였다. 초대형 걸개 천 5백 장이 설치된 바코드 터널은 총천연색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양주혜 씨가 지나가는 말로 ‘이 천막들을 한 장씩 판매하겠다’고 했다는데, 이것까지도 작업의 연장으로 보인다.
사람도 언젠가 바코드로 인식되리라는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유쾌했다. 더불어 미술관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하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지난해 말 이름이 바뀐 아르코 미술관의 옛 이름은 마로니에 미술관. 한국문예진흥원 산하였던 이 곳은 진흥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급 단체의 약자인 아르코Arco를 새 이름으로 얻게 되었다.
“마로니에 미술관이 시각 예술을 중심으로 한 ‘보는 미술관’이었다면 아르코 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을 생산하는 ‘거점 미술관’으로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3년째 진행해온 기획 초대전은 전시를 하지 않고 있는 중진 작가에게 전시 무대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작가의 발전 양상을 볼 수 있는 일종의 쇼케이스라고 할까요. 임동식 씨와 신지철 씨의 전시회는 의미가 깊었습니다.”
큐레이터 안현주 씨의 말마따나 작가와 관객을 잇는 공공 기능이 중시되는 미술관의 활동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공공 미술관의 전시회는 고루하거나 재미없는 것으로 여기기 쉬운데, 아르코 미술관의 기획은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경계에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상업 화랑들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예술의 실험 창의성을 중시하며 전시 기획에 반영한다는 점.
올해 계획하고 있는 전시 중에서 가장 주목할 전시는 5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리는 ‘스페셜 포커스 - 미술과 건축, 김수근의 건축’. 올해는 김수근 씨가 별세한 지 20년이 되는 해로 기일을 전후로 해 전시회가 열린다. 이와 함께 지난해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 국내 출품 작가로 선정되었던 조각가 박기원 씨의 새로운 설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3월 말부터 열린다.
문의 02-760-4598 http://art.arko.or.kr
 
2. 권오상 씨의 작품. 사진 제공 아라리오 갤러리
3. 위 양주혜 씨의 작품이 전시된 2005 대표작가 초대전. 컬러 바코드가 부착된 미술관의 현관 유리. 아래 양주혜 씨를 대신하는 숫자와 대형 걸개 천. 사진 양재준 기자, 사진 제공 아르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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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인사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꼽으라면 전 아트선재센터 부관장 김선정 씨가 단연 수위에 오를 것이다. 올해 초 미술계의 작은 화제는 김선정 씨의 거취와 관련된 것이었다. 김선정 씨가 대림미술관의 협력큐레이터 겸 고문으로 취임했기 때문.
지난 1993년 개관했고, 1996년부터는 사진 전문 미술관을 고수해온 대림미술관이 앞으로 어떻게 현대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나아갈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열린 첫 번째 전시회는 이탈리아 미래주의 회화를 소개하는 ‘시칠리아 회화전 - 미래주의 회화와 오늘’. 이어 열린 전시는 서유럽에서 중요한 현대미술 작가로 평가되고 있는 알폰소 휘피Alfonso Huppi의 작품전 ‘센티멘털 저니Sentimental Journey’. 사진, 시, 드로잉, 오브제 등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거장을 선택해 본격 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널리 알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작가의 좋은 작품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이 전시회는 오는 4월 9일까지 열린다.
이 두 전시회에서도 엿볼 수 있듯 대림미술관의 향후 움직임은 ‘대중 친화적’으로 이어질 듯.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다루고 소개하는 한편 미술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예술성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 모습이 대림미술관의 귀착지이지 않겠나 싶다.
그동안 회원 대상으로만 열리던 아카데미도 빠르면 하반기부터 일반인이 수강 가능한 강좌로 확대 개편된다.
“미술에 이르는 통로를 다양하게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현대 미술관으로서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2005년 하반기, 늦어도 2006년부터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기획실장 김인선 씨)
알폰소 휘피의 전시회가 끝나고 난 다음에는 컬렉션전이 열린다. 5월로 예정되어 있는 이 전시회는 ‘미술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예술품 컬렉션이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작가, 패션 디자이너, 기업가 등 5명의 컬렉터들에게 소장품을 관리하고 감상하는 방법부터 디자인, 인테리어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다. 각각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는 공간 자체를 전시장에서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다.
문의 02-720-0667 www.daelim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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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청담동에 문을 연 화이트월 갤러리(대표 한숙진)는 동시대성이 담긴 현대미술 작품을 수용하는 컨템포러리 갤러리 가운데 처음으로 사진을 본격 예술로 대접한 곳 가운데 하나다. 화제를 만들며 사진전 붐 형성에 영향을 끼쳤던 화이즈월 갤러리의 활동은 최근 주춤했었다. 조용했던 이 갤러리가 신발끈을 다시 묶고 의욕적인 2006년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이야 사진 전문 갤러리들이 줄지어 문을 열고 사진전도 자주 열리지만 화이트월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사진이 예술로 대우받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때 화이트월은 사진을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고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의 사진전 ‘Portraits of Nature’를 열었다. 유료 전시회였음에도 3천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이듬해 봄에 열린 풍경 사진의 장인이자 작곡가인 안셀 애덤스Ansel Adams의 ‘불멸의 신화’전은 사진전 붐을 일으키는 데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마이클 케나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적. 지난해 열린 전시회에는 다시금 많은 관객들이 호응을 해주었으며 그가 참여한 특강에는 3백여 명의 관객들이 몰려 화제를 모았다.
마이클 케나는 지난 겨울 한국을 방문해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화진포, 오대산, 용평리조트 등을 촬영하고 돌아갔는데, 이때 찍은 사진들은 다른 나라에서 전시회를 열 때 공개할 예정이다.
일 년에 한 번꼴로 홈런을 날린 화이트월에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전시회는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사진가 론 반 돈겐Ron Van Dongen의 작품.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론 반 돈겐은 랄프 로렌, 폴 스미스 등 패션 브랜드의 콘셉트 매장에 사진이 전시될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모두 컬러. 자연광 아래서만 촬영했다. 4월 7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5월에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사진 작품을 작업해온 젊은 사진가 멜라니 플룬Melanie Pullen의 작품전이 열린다. 언뜻 보면 패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화보 같지만 다시 살펴보면 모두 살인 사건이나 자살 현장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사진 속 사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컬러의 고급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고 있다.
하나의 작업을 위해 많은 스토리보드와 세트를 준비한다는 멜라니 플룬은 유명 모델을 기용하고 최신 명품 브랜드에서 의상과 구두를 협찬받아 촬영을 진행한다. 강한 주제에도 명품 브랜드들이 협찬에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문의 02-548-7520 www.wwgallery.co.kr
 
1. 위 오는 4월 9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미술 작가 알폰소 휘피의 작품. 최근 성격을 바꾼 대림미술관의 움직임을 주시해보자. 아래 대림미술관 내부 전경.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2. 왼쪽 화이트월 갤러리에서 올해 재도약을 다지며 의욕적으로 준비한 론 반 돈겐의 꽃 사진. 가운데,오른쪽 패션 화보만큼이나 아름다운 살해 현장을 보여주는 멜라니 플룬의 작품.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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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생산자와 매개자, 향유자 개념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루프는 공간의 제약이나 한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미술, 예술계뿐 아니라 국제 현대미술계의 대안을 찾으려 모색합니다.”(디렉터 서진석 씨)

1999년 상수동에서 출발해 서교동 지하에 머물렀던 대안 공간 루프가 최근 홍대 앞에 번듯한 내 집을 마련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자그마한 건물이지만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회색의 외관이 깔끔하다.
대안 공간이 이렇게 좋은 건물에 있으면 안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만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사물이건 사람이건 처한 환경에 따라 존재 조건이 달라지는 법. 지하실 시대의 루프가 국내 미술계와 예술계의 대안을 찾았다면, 빌딩 시대의 루프는 국제 미술계와 예술계, 특히 아시아 문화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 루프의 새로운 목적은 ‘(과거의) 공간의 제약과 한계에서 벗어난 대안 찾기, 즉 국제 현대미술계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루프의 요즘 고민은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아시아 미술계에서 어떻게 미학적으로 정립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 그리고 아시아 미술과 우리나라 미술이 지속적이고 유기적이며 파워풀하게 연계될 수 있는 유통 플랫폼platform을 구축하는 것. 더 나아가 단일화되는 국제화의 흐름에 대항할 수 있는 아시아의 대안적 미술 문화를 생각하고 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안 공간이라고 해서 만날 이렇게 머리 아픈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데뷔시키는 데도 열중한다. 정연두, 함경아, 김기라, 이중근, 강영민씨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술계의 ‘젊은 피’를 발굴한 곳이 루프.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작가들을 발굴, 그들의 작품을 그룹전 형식으로 일 년에 두 번에 걸쳐 소개할 계획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국제 디지털 사진전 ‘비트맵Bitmap’이 3월 14일 막을 내리면, 세계 20여 개국의 작가들이 참가하는 영상 작품전 ‘무브 온 아시아Move on Asia’가 열린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준비하는 전시회는 ‘동양적 은유Oriental Metaphor’전. 현대미술에서 동양적 사유와 기법을 적극적으로 접목하거나 차용한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4개국의 작업을 모아 한국(8월), 중국(9월), 일본(10월), 미국(올 하반기)에서 전시할 계획이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루프 2, 3층에 자리한‘플랫폼 L’은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살롱 같은 곳으로 와인과 커피를 판매한다. 전시회가 없는 달의 보름에는 아무라도 파티 기획자가 될 수 있는 ‘보름달 파티Full Moon Party’가 열린다. 음력 14일 밤, 한번 들러보시길.
문의 02-3141-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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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인사동의 아담한 가옥을 개조해 개관한 목인 갤러리(대표 김의광)를 소개하려면 이름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나무 사람’이라는 뜻의 목인木人은 묘지에 부장하거나 상여를 장식하는 것으로 쓰였던 나무로 만든 사람 모양의 조각품이다. 죽은 이의 영혼이 외롭지 않도록 하기 위해 쓰였을 것 같은데, 목인 갤러리의 ‘목인’이 바로 그 조각품을 말한다. 왜 갤러리 이름이 목인일까? 김의광 대표의 취미가 목인 수집이라서 그렇단다. 태평양에서 근무하다 장원산업의 회장을 지낸 김의광 씨는 유명한 목인 수집가. 30여 년 동안 모은 조각품이 우리나라 것만 3천5백여 점. 중국, 인도, 네팔 등에서 수집한 것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왜 박물관이 아니고 갤러리지?

“전통 박물관을 먼저 개관하려고 준비를 하다 보니 좀 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현대미술은 전시 기간도 짧고 회전도 빠릅니다. 자연스럽게 갤러리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현대 작가 중에 전통에 관심 있는 작가들이 있으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전통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전통성을 소재로 한 비디오, 영상, 설치 등의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갤러리를 열게 되었습니다.”(학예실장 박준헌 씨)
송수남, 이왈종, 김병종, 이호신, 김선두, 문봉선 씨 등 중견 작가 6명의 작품을 소개한 개관전 ‘전통으로부터의 사유’에 이어 유물 프로젝트를 작업하는 배종헌 씨, 설치와 퍼포먼스를 한 문재선 씨 등 여러 젊은 작가들이 목인 갤러리를 거쳐 갔다. 올해 중점을 두고 준비하는 것은 오는 9월의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 전통 유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 계획이다.
갤러리(1층) 위층에 꾸며지는 목인 박물관은 오는 3월 22일 개관한다. 김의광 대표가 평생 동안 꿈꾸었다는 이 박물관은 인사동 초유의 전통 박물관이라고. 김의광 대표가 수집한 목인이 모두 전시된다. 염라대왕의 명부를 들고 서 있는 무서운 도깨비, 호적을 들고 있는 여인, 족두리를 쓰고 혼례를 올리는 신부와 신랑, 대금 부는 선비 등. 개관 기념전 ‘목인의 세상(가제)’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고 귀한 목인 조각품과 만나게 될 것이다.
문의 02-755-5066
 
1. 위 최근 폐막한 영상 작가 이용백 씨의 작품전. 아래 왼쪽 대안 공간 루프의 성공적인 자리매김은 서진석 디렉터 없이는 이룰 수 없었다. 아래 오른쪽 전시장에서 올려다본 하늘. 사진 양재준 기자
2. 위 목인 갤러리에 이어 3월 22일 개관하는 목인 박물관은 인사동에서 개관하는 제1호 박물관. 국내 목인만 3천5백여 점 보유하고 있다. 아래 목인 갤러리 내부 전경. 사진 제공 목인 갤러리
 
김선래 기자 cosmos@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