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적 경험의 가장 이상한 특징 중 하나는 가끔 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힘이다. 아름다움에 격렬히 반응하는 이 특별한 순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공간 디자이너이자 공예 작가인 강신재 소장은 그것이 ‘치유’라 답한다. 불안한 팬데믹 시대에 공예가 주는 깊은 쉼과 치유. 그 놀라운 경험을 실제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바로 지금 그가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감독으로서 열중하는 일이다.
이번 주제관을 통해 보여주려는 비전이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부담이 컸습니다. 25년간 공간 디자인을 해왔고 큰 전시도 많이 경험해본 터라 공간에 대한 부담은 없는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공간이 아니다 보니 더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주제관과 차별화한 전시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차별화한 포인트가 뭘까요?
‘공간 속의 공예’입니다. 한국의 공예 분야는 무척 다양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공예는 기획 전시나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죠. 저는 공예란 예술품이기 이전에 생활용품, 즉 기물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최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으며 ‘집’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핵심 화두가 됐어요. 집이라는 공간 안에 생활용품으로서 공예의 본래 가치와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지금까지 집을 제대로 구현하고 집 안 곳곳에 쓰임새 있게 공예품을 배치한 전시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짧은 시공 기간 동안 얼마나 완성도 있게 집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내느냐는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요.
전시 주제인 ‘휴休가家예藝감咁’은 어떤 의미인가요?
한문의 뜻을 풀자면 ‘쉼이 있는 집, 공예를 머금다’로 해석할 수 있겠죠. 지금 우리는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어요.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강제 격리당한 사람들은 심각한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고, 이제 집이란 적당히 휴식만 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최대한 발휘하고 상상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런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가정하에, 자연과 격이 같은 공예가 공간 안에 조화롭게 놓인 채 사람과 교감하는 모습을 이번 전시의 주제로 잡은 거예요.
결국 시대에 맞는 집의 가치 개념을 재정립하고 공간으로 구현하는 게 첫 과제이겠네요.
그렇죠. 저는 지금 시대의 인류가 실내 정원, 혹은 작은 발코니에서라도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는 반드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잠시나마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감소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산과 공원, 자연이었죠. 두 번째는 건축구조적 개념인데, 서양식 벽 구조에서 동양식 기둥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에서 기둥을 네 개 세우고 지붕을 덮으면 그게 한 칸 구조의 공간이에요. 거기에 문을 달면 방이 되고, 방문을 걷어 올리면 열린 공간이 되죠. 안팎의 경계가 사라지고 빛과 바람이 소통하는 공간. 이러한 공간 개념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입니다.
기물로서의 공예 역시 이러한 시대적 맥락에 부응하는 패 러다임인가요?
물론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섬세함과 예민함에서 나오는 감정을 대체할 순 없어요. 특히 손과 몸의 감각으로 만들어낸 물건에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감동이 있지요. 저는 그게 공예의 본질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는 작은 소품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잖아요. 그 행복이 사실 ‘치유’예요. 공예품이 집 안 구석구석 제자리에 놓여 있고,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닳고 길들여지고, 그러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치유의 순간을 주는 게 아닐까요? 저는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보며 잠시나마 쉼과 치유를 경험 하기를 바라요. 이미 현실이 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그저 이 악물고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상상을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면 좋겠습니다.
관람객이 전시를 좀 더 흥미롭게 관람할 만한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요?
사실 전시 공간이 일반 집에 비해 넓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가변적 프로토타입을 몇 가지 준비해 함께 보여주고, 도슨트도 진행할 계획이에요. 관람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전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요. 프로토타입과 더불어 완벽하게 세팅한 집 안 곳곳에 놓인 공예 가구와 공예품을 보며 ‘아, 나도 이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기를 바랍니다.
2020 공예트렌드페어
기간 12월 3일(목)~6일(일)
장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코엑스 A홀
입장료 일반권 기준 1만 원
문의 02-398-7952
- 2020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강신재 감독 쉼이 있는 집, 공예를 머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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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예인들의 축제인 ‘공예트렌드페어’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의 주제관 감독은 20여 년간 공간 디자이너로 활약해온 보이드플래닝의 강신재 소장. 그가 펼칠 전시 주제는 ‘휴休가家예藝감咁’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