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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K1 갤러리는 진화한다
시대에 따라 예술이 변한다면, 예술이 변한 만큼 갤러리도 변해야 한다. 이제 갤러리는 그 어느 곳보다 혁신적인 실험과 학습의 장소, 변화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시대적 공간이다. 오랜 리모델링 끝에 재개관한 국제갤러리 K1이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

국제갤러리 K1 1층 카페에 설치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벽화 작품.

안팎의 다양한 변화에도 여전히 K1 건물 꼭대기 자리를 지킨 작품은 미국 조각가 조너선 브롭스키의 ‘지붕 위를 걷는 여자’다.
“예술과 웰니스의 결합은 지극히 자연적인 융합처럼 느껴진다.” 미디어 에이전시 플레이버필Flavorpill의 공동 설립자인 사샤 루이스의 말이다. 그는 몇 해 전부터 미국 주요 미술관 및 박물관에 웰니스 수업을 접목하며 명상 열풍을 이끈 인물. 이를테면 뉴욕현대미술관이 2017년부터 진행해온 ‘조용한 아침’ 역시 플레이버필의 작품이다. 침묵 속 미술 감상에 웰니스 전문가의 명상 세션을 접목한 이 프로그램에 매회 5백여 명의 뉴요커가 몰려들었다.

미술관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건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미술관의 역할은 “끝없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의 공론. 최근 재개관한 국제갤러리 K1의 시도는 이런 국제적 흐름 안에서도 단연 파격의 최전선에 서 있다. 실제로 약 2년의 리모델링 기간 동안 국제갤러리가 준비한 건 단순히 ‘더 쾌적한’ 전시 공간만이 아니었다. 시대의 변화를 적극 반영하고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열린 공간’. 이를 위해 우선 넓은 창 너머 삼청동의 풍광을 유입하는 새로운 전시 공간을 구성했고, 작가와 협업해 카페 및 레스토랑을 새롭게 꾸몄으며,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을 결합한 웰니스 센터를 마련했다. 올해로 설립 38주년을 맞은 국제갤러리의 비전은 명료했다. 잠시 예술을 데려다 우리 눈앞에 진열하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을 예술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양혜규의 ‘솔 르윗 뒤집기 – 22배로 확장되고 다시 돌려진, 열린 기하 학적 구조물 2-2, 1-1’과 ‘이모저모 토템’으로 꾸민 2층 레스토랑 공간.

2층 다목적 룸에서 거울과 마주 선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줄리언 오 피의 ‘Joggers. 5. Coloured.’가 설치된 3층 웰니스 K.
컬렉터의 집에 온 것처럼
새로 문을 연 국제갤러리 K1은 크게 1층 카페 및 전시 공간, 2층 레스토랑, 3층 웰니스 K로 이뤄진다.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창문을 적극 활용한 개방적 전시 공간과 카페 곳곳에 자리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벽화 작업. 그는 과거 커미션 디자인과 개인 작업 속 이미지를 모아 라는 책을 만든 뒤 그 안의 시각요소를 재조합·재배열해 공간에 올리는 벽화 연작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예를 들면 2016년 국제갤러리에서 <유명한 무명>전을 열었을 때 설치한 ‘SET v.4’와 ‘SET v.6’도 그 일환인데, 이번 재개관을 앞두고 두 작품을 다시금 소환했다. 물론 완전히 동일한 형태는 아니고, 작품 일부가 너비 60cm의 띠로 재단되어 등장한 것. 그러니까 벽화가 마치 벽면에 동일한 간격의 띠를 두른 듯 꾸준히 이어지며 카페 공간 전체에 생동감을 살리는 형태다. ‘Tracing 4-1’ 과 ‘Tracing 6-1’이라 이름 붙은 이 벽화 작품은 그래픽디자인 속 시각 요소를 전시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김영나 작가가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한편 2층과 3층은 상대적으로 프라이빗한 분위기가 강하다. 전반적 인테리어를 진행한 디자이너 양태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콘셉트는 다름 아닌 ‘집’. 실제로 다년간 방문해온 해외 컬렉터들의 집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고, 가구도 각 공간과 어울리도록 직접 제작했다. “방문하는 분들이 마치 컬렉터의 집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 집주인의 개인적인 공간에도 가보고, 다이닝 공간도 둘러보고, 좁은 계단도 오르내리면서 말이죠. 집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사실 2층의 하이라이트는 건물 중심부에 자리한 ‘더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국제갤러리와 인연이 깊은 아베 고이치 셰프가 정통 프렌치 및 일본 퓨전,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 공간. 양혜규 작가의 블라인드 연작 중 하나인 ‘솔 르윗 뒤집기 – 22배로 확장되고 다시 돌려진, 열린 기하학적 구조물 2-2, 1-1’이 천장에 설치되어 공간 전체에 명료한 예술적 인상을 더한다. 작가가 런던 디자이너 그룹 OK-RM과 협업한 벽지 작업 ‘이모저모 토템’의 일부를 차용, 배치한 벽면 역시 작품과 더불어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이런 킴의 구 름 이미지가 2층과 3층 사이 계단을 함께 오른다.

2층에 마련된 라커룸.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
K1 속 갤러리의 미래
국제갤러리의 도전은 웰니스 센터에서 방점을 찍는다. 예술이 전하는 영감을 나누고 심신의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 웰니스 K는 사실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이다. “지난 1987년 삼청동 이 자리에 처음 건물을 지은 이래, 국제갤러리는 늘 색다른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웰니스 K는 국제갤러리의 또 다른 도약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갤러리와 좋은 관계를 맺어온 아카데미 회원들이 운동하고 휴식하며 정신적인 여유를 찾는 공간입니다.”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갤러리 고객에게도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계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벨트’랄까. 실제로 좁은 계단과 복도부터 도로 면으로 넓게 창을 낸 메인 공간까지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웰니스 K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바이런 킴이 그린 하늘을 보며 계단을 오르고, 줄리언 오피의 조깅하는 사람들 영상과 함께 역기를 고르며, 우고 론디노네의 사색적 원형 작품 앞에서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갤러리에서 웰니스 센터를 운영한다는 건 분명 파격적인 선택이지만, 미술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개척하는 시도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웰니스 센터뿐 아니라 1층 카페와 2층 레스토랑, 그리고 갤러리 공간 곳곳에 배치된 작품을 통해서도 일상에 녹아든 예술을 담은 ‘열린 공간’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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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현경 기자 | 사진 제공 안천호, 국제갤러리(02-735-8449)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