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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영·이정원 작가 불, 흙, 유리의 삼각관계
도예가 권은영과 유리 공예가 이정원이 오랜 시간 협업을 준비했다. 오는 9월 1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청담동 조은숙 갤러리에서 열리는 2인전 에서 그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이정원 작가는 조선시대의 달항아리를 유리라는 새로운 소재로 부활시켰다. 반투명한 백색과 단순하면서 매끄러운 곡선미가 백미다.

조은숙 관장이 권은영 작가와 이정원 작가의 그릇으로 차린 산뜻한 테이블 세팅. 증편에 도라지청을 바르고 허브를 올려 완성한 한 입 디저트를 굽접시에 담고 돔을 씌워 케이크 스탠드로 활용했다. 마카롱, 에클레르 등 색감이 예쁜 디저트와 특히 잘 어울린다.
도예가는 손으로 도자기를 빚고, 유리 공예가는 입으로 유리를 분다. 흙과 유리, 전혀 다른 물성을 다루는 이들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종국에는 ‘불’로써 작품을 창조한다는 것. 불을 매개로 이어진 권은영 작가와 이정원 작가의 협업 전시의 첫 단추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대학교 유리 블로잉 수업에서 조교와 학생으로 만난 두 작가는 돈독한 선후배 관계로 지냈는데, 먼저 협업을 제안한 건 조교이던 이정원 작가였다. “돔 형태를 손잡이까지 유리로 만드니 사용자가 만질 때 생소함을 느끼더라고요. 금속이나 목재 등 다른 소재도 고려해봤지만, 순간 권은영 작가의 도자 작업이 생각났고 곧잘 어울리겠다고 판단했어요.” 권은영 작가와 함께 가시 형태의 장식을 유리 돔에 접목하는 것을 시도했고, 2018년 한국도자재단에서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사업부에 의기투합해 출품 공모를 했다. 마침 공모전에 나온 올록볼록한 표면의 유리에 날카로운 가시 장식이 달린 그들의 작품이 조은숙 관장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곧 두 작가의 2인전을 기획했고, 전시를 위한 작품 창작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동력을 불어넣었다. 이렇게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전시를 준비한 기간은 거의 1년에 달한다.

밝게 웃는 모습의 권은영 도예가(왼쪽)와 이정원 유리 공예가(오른쪽)는 서로 든든한 파트너로서 협업을 전개하고 있다.

밤송이처럼 뾰족한 가시 장식이 상징적인 권은영 작가의 작품.

유리와 도자 두 가지 다른 물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커다란 유리 볼을 그라스 화분으로 자연스럽게 연출한 모습.
두 작가가 협업 전시를 준비하는 일은 몸으로 습득한 불과 색에 대한 감각을 다시금 익혀야 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정원 작가는 극한의 작업에 도전했다. 높이 45㎝에 가까운 거대한 달항아리를 유리로 만들어보라는 조은숙 관장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무려 일곱 명의 유리 전문가가 달라붙었다. 한 명은 가마 문을 열고, 또 다른 두 명은 20kg 무게의 파이프를 양쪽에서 들고, 또 다른 한 명은 파이프 끝에 말아 올린 유리물을 입으로 부는 등 각 파트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성공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실내 온도계는 50℃ 이상으로 측정 불가 상태.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물 대신 포도당을 섭취하며 세 번 실패한 끝에 완성한 달항아리는 현재 갤러리 한 코너에 전시되었다. 치열한 유리 작업만큼이나 도예도 만만치 않다. 조용히 앉아 수행하듯 물레질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초벌과 유약과정을 거친 도자기를 1300℃를 넘나드는 가마 속에 구워야 비로소 완성된다. 각자의 작업도 고된 일이지만, 도예 가와 유리 공예가의 작업 환경과 방식이 워낙 달라 실제로 협업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선 이정원 작가의 작업실은 경기도 여주, 권은영 작가의 작업실은 서울 한남동. “서로 거리가 너무 머니까 번갈아 돌아가며 만났어요. 기본 디자인 틀은 함께 잡은 다음 각자 작업실에서 10~20개씩 만들었어요. 어울리는 것을 맞춰보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디테일을 다듬어나갔죠.”

두 사람의 작업이 마치 한 작가가 만든 듯 오묘하게 어울리는 것은 왜일까?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의 군을 이루는 패턴이 닮은 것 같아요.” 권은영 작가의 가시 장식처럼 이정원 작가의 유리는 표면의 작은 버블이 모여 형태를 이룬다. 이들의 작품이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것은 실제로 사용할 때다. 유리 화병을 와인 쿨러로, 원형 오브제는 과일볼로 써도 아름답다. 좋은 작품의 탄생은 편견을 버리고 유연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니까.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80길 37 | 문의 02-541-8484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