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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스 초이스_ 인터뷰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 공간과 기술을 잇다
올해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는 ‘따로 또 같이, 생활을 잇다-커넥티드 홈’이라는 주제에 맞춰 ‘공유’와 ‘연결’을 키워드로 건축가 팀과 디자이너 팀의 협업 전시가 이뤄졌다. 전체 부스 설계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 SAAI의 박인영·이진오 건축가와 다채로운 리빙 솔루션을 제안한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 신현호·이상민 디자이너, 세븐도어즈(7Doors)의 민송이·민들레 스타일리스트,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장호석 데커레이터·채준 큐레이터를 인터뷰했다.

건축사 사무소 SAAI 이진오ㆍ박인영


기존 <디자이너스 초이스>가 전체 주제에 맞춰 각각의 공간 솔루션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건축가 그룹이 ‘따로 또 같이’ 하는 전체 공간의 모듈을 설정하고, 세 팀의 디자이너가 각각의 공간을 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체 공간의 설계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 SAAI(www.saai.co.kr)의 박인영ㆍ이진오 건축가는 ‘일과 휴식, 생활’을 키워드로 하나하나가 개별적이면서도 연결되는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르코르뷔지에의 자유로운 평면에서 착안한 그리드와 원형적 공간 요소인 기둥과 아치를 차용했다. “부모님 세대에는 집을 소유하잖아요. 지금 세대는 방, 즉 셀을 소유한다는 박해천 교수의 말처럼, ‘공유’를 통해서 더욱 풍요로운 셀의 소유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임무라 생각해요. 어쩌다 가게, 어쩌다 집은 개인적 만족은 개인 공간에서 누리되, 누군가와 접속했을 때의 가치로움을 공유 공간을 통해 누리자는 개념을 담았어요. 커넥티드 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공유도 같은 개념입니다.” 이진오 대표는 아치 기둥 안에서 벽체가 서로 부딪치지 않고 뭉쳐지면서 소통하며, 때론 자기장을 일으키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출구 반대편의 진입로로 들어서면 세 개의 부스가 한눈에 펼쳐지는데, 서로 비슷한 듯 다른 공간이 조화를 이룬다. 5m가 넘는 아치 기둥은 커넥티드 홈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모듈이자, 공간을 압도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편 박인영 대표는 ‘배려’야말로 공유 주거의 중요한 의미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 팀의 디자이너 그룹과 끊임없이 소통한 것 같아요. 재밌는 것은 여러 번 회의를 하면서 디자이너들이 다른 디자이너가 하는 작업을 알게 되고, 서로 배려했다는 점이에요. 혹시 내 공간이 너무 튀지 않을까 염려하며 작업해서일까요? 한 사람이 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누구 하나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고, 일정한 톤앤매너를 유지하며 조화를 이뤘지요. 결과만큼 과정의 의미가 컸지요.”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 이상민ㆍ신현호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www.craftbrocompany.co.kr)는 가구 디자이너 신현호와 금속 디자이너 이상민이 따로 또 같이 작업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룹명에서 알 수 있듯 공예적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사람은 기획부터 디자인, 작업까지 모든 걸 혼자 또는 둘이 해낸다. 그러다 보니 작업실은 제1의 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다. “실제 저와 신현호 작가가 각자 사용하는 작업실은 디자인 작업과 제작은 물론 미팅까지 이뤄지는 공간이에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을 듣거나 휴식을 취하는 곳인 만큼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중요하죠. ” 크래프트 브로 컴퍼니는 일과 휴식이 따로 또 공존하는 공간을 테마로 실제 창작자의 작업실을 재현했다. 동시에 꼭 작업자가 아닌 일상생활에 매치해도 무리 없을 만한 인테리어적 요소를 더했다. 예컨대 작업 테이블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 활동의 연장선상이라고 보면 된다. 먼저 직사각 구조의 전시 공간은 워크룸과 라운지로 자연스럽게 구분했다. 워크룸은 신현호 작가의 월넛 테이블과 1950년대 코카콜라 자판기, 영국 우체국에서 사용하던 빈티지 장을 매치했으며, 핀 율의 라운지 소파와 테이블로 휴식 기능을 강조한 라운지는 제작자로서 잘 만든 물건에 대한 로망을 표현했다. “대패와 끌, 톱 등 테이블 위의 작업 도구는 제 공구 박스에서 가져온 거예요. 저도, 이상민 작가도 디자이너이자 메이커이다 보니 잘 만든 물건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요. 영국의 우체국 가구처럼, 핀 율의 라운지체어처럼… 한순간 쓰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있고, 1백 년이 지난 뒤에도 누군가의 곁에 남아 있을 법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나무를 다루는 신현호 작가와 금속을 다루는 이상민 작가는 함께 작업할 경우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시너지가 있다. 긴 시간에 걸쳐 따로 또 같이 완성한 그들의 나무 가구와 금속 조명등처럼 이 공간도 관람객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스튜디오 콘크리트 채준ㆍ장호석


‘커넥티드 홈’이라는 전시 주제를 디자인 솔루션으로 제안하기 위해 스튜디오 콘크리트(www.studio-ccrt.com)가 주목한 키워드는 ‘대화’다. “요즘은 점점 대화가 사라지잖아요.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이 없어도 디지털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지만, 사실 힘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어요.”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데커레이터로 활동한 장호석 씨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큐레이터 채준 씨는 리빙룸의 1차 목적인 휴식 기능을 넘어 대화를 통해 안식과 위안을 얻는 소통의 공간을 완성했다. 대화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이 가장 편안한 자세와 시선, 그리고 대화를 방해하는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강한 컬러는 피하고, 베이지ㆍ블랙ㆍ브라운 등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컬러 톤으로 자연스러운 톤앤매너를 완성했다. 라운드형 코너 공간에는 사람과 사람이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원형 다이닝 테이블을 두고, 정면 벽에는 아치형 장식 구조를 만들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아치형 매입 선반에 세팅한 물건들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 달라요. 숨은그림찾기처럼 물건 하나하나의 다른 형태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장호석 씨의 설명에 이어 채준씨는 “스토리를 간직한 오브제는 대화를 이끌어내기도 해요. 테이블 위 세라믹 오브제는 동서양의 빈티지 제품을 아우르는데, 세월을 품은 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죠.”라며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소파와 매치한 의자와 스툴 역시 높이와 형태가 모두 다른데, 이는 제각각 다른 캐릭터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대화의 부재’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선보인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리빙 솔루션. 그들의 제안처럼 단 5분이라도 문자나 이메일 대신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편안하게 마주 앉을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충분하다.


세븐도어즈 민송이ㆍ민들레


공간은 누군가의 취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소우주다. 그만큼 개인의 관심사와 질서가 명확하게 서 있다. 세븐도어즈(02-717-7170) 민송이ㆍ민들레 스타일리스트가 꾸민 전시 공간 역시 두 사람이 지금 가장 관심을 두는 소우주가 담겼을 터. “큰 전시 주제 아래 전달받은 키워드는 ‘스마트 리빙’이었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세대가 Io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기술을 어떻게 삶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은 저희 역시 평소 생각하던 부분이었거든요.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요소, 휴머니즘, 자연 등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 이상적이라 판단했어요.” 민송이ㆍ민들레 실장은 기술과 자연, 인공지능과 휴머니즘이 조화를 이루는 스마트 리빙 다이닝룸을 선보였다. 기술은 사람이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전 기기로 구현하고,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감성요소는 과거부터 이어오면서 현재까지 사랑받는 클래식 가구와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오브제, 예술 작품 등으로 표현했다. 주방 한쪽 팬트리 장을 보틀 가든으로 꾸민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팬트리 장에 식료품을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보틀 가든은 도시인에게 좀 더 자연 친화적이면서 그리너리한 감성을 전해준다. 선반에 연출한 종이 책과 달을 형상화한 종이 펜던트 조명등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증폭시키는 요소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어떤 스타일을 구현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리빙은 말 그대로 스타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이 담기는 것이라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나 들레 실장처럼 손님 초대를 많이 하는 사람은 거실을 다이닝으로 확장해서 쓰잖아요. 아이들이 있는 집은 거실을 패밀리룸처럼 사용하기도 하고요. 살다 보면 취향이 변하듯 공간도, 그 안에 담긴 요소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하죠.” 올드&뉴, 클래식&모던, 아날로그&스마트가 조화를 이루며 서로 ‘통’한 절충의 공간. 이것이 바로 세븐도어즈가 말하는 커넥티드 홈이다.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