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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_ 세계의 추모 공원 삶과 죽음을 잇는 위안의 공간
우리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마지막 흔적을 간직한다.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잇는 연결 고리인 추모 공원은 그런 의미에서 망자를 위한 장소일 뿐 아니라 산 자를 위한 위안의 공간이기도 하다. 거기에 건축적 아름다움까지 갖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미국의 아름다운 추모 공원 네 곳을 소개한다.

United States of America
세계 최초의 수중 추모 공원
넵튠 메모리얼 리프


미국 전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택하는 장례(화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40년 역사의 단체 ‘넵튠 소사이어티Neptune Society’에서 운영하는 ‘넵튠 메모리얼 리프Neptune Memorial Reef’는 세계 최초의 수중 추모 공원이다. 총 6만 4800㎡에 달하는 해저 면적에 자리한 이 광활한 수중 추모 공원은 미국 마이애미 남쪽 키비스케인Key Biscayne에서 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곳, 해수면 아래 40m 지점에 위치한다. 바닷속에 위치한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석조 조형물 아래 유골함을 넣은 후 망자의 이름을 새긴 브론즈 명패를 장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가족은 원하는 경우 이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연간 미국에서 치르는 전체 장례 중 화장의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가까운 이의 죽음을 특별한 방식으로 기억하길 원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 넵튠 메모리얼 리프는 ‘녹색장례협회Green Burial Council’의 국가 인증을 받아 바다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친환경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사진 Jim Hutslar


Portugal
유서 깊은 옛 묘지터의 부활
루스 세메트리


2002년 포르투갈 남부 이스트렐라Estrela 지방에 완공한 ‘루스 세메트리Luz Cemetry’는 포르투갈 건축가 페드루 파셰쿠Pedro Pacheco와 프랑스 건축가 마리 클레망Marie Clement이 합작한 것으로, 노사 세뇨라 드 루스Nossa Senhora de Luz 교회와 멀지 않은 곳에 남아 있는 옛 묘지터를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맞은편 언덕 교회에서 내려다보이는 총 2700㎡ 면적에 새롭게 들어선 루스 세메트리는 옛 묘지터의 능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야트막하게 설계했으며, 외벽과 내벽을 흰색으로 통일해 여백의 미를 살린 것이 특징. 흰 대리석으로 마감한 노면은 거대한 제단에 깔린 카펫처럼 루스 세메트리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한다. 작은 마을의 역사와 전통,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넓게 펼쳐진 능선의 곡선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공한 루스 세메트리는 지역 주민들이 교회 예배를 마치고 언제든 가서 고인을 추억하고 줄지어 심어 있는 사이프러스나무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의 랜드 마크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 Dora Nogueira, Fernando Guerra, Pedro Pacheco


Italia
하늘을 바라보며 죽음을 기억하다
구비오 세메트리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주 산 중턱에 위치한 도시 구비오Gubbio에 2011년 완공한 ‘구비오 세메트리Gubbio Cemetery’는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드라고니Andrea Dragoni가 프란체스코 페스Francesco Pes와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중세 도시 중 하나인 구비오에는 최근 다양한 추모 공원이 들어서고 있는데,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현대적 건축물이 탄생한 것. 정면의 커다란 사각형 구조물은 공간 전체에 리듬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제임스 터렐James Terrel의 작품 ‘Skyspace’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추모 공원과는 독립적으로 공공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침묵의 사각형’이라고 불리는 이 큐빅 형태 공간의 천장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사각형 창이 뚫려 있다. 창을 통해 비치는 빛의 변화를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 죽음을 기억하는 장소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침묵과 명상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건축가의 의도이기도 하다. 사진 ORCH_Alessandra Chemollo, Massimo Marini


Spain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
세멘테리오 아시아인


스페인 북부 나바레Navarre 주 올사Olza 자치시에 위치한 ‘세멘테리오 아시아인Cementerio ASIAIN’은 스페인 건축가 이니고 에스파르사Inigo Esparza가 자치시로부터 확장하는 옛 묘지터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 새로운 건축물을 지어줄 것을 의뢰받고 2012년 완공한 것이다. 그는 530㎡ 면적의 옛 묘지터에 남아 있던 낮은 벽을 그대로 두고, 그 안쪽 공간에 시신이나 유골함을 안치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콘크리트 건축물의 정면은 직사각 모양의 스틸 소재 구조를 세워 사방의 빛이 그대로 들어오게 설계해 유골함이 묻힌 장소가 그늘지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이곳을 찾은 이들이 쉼터로 이용하거나 가족 모임을 할 수 있는 모듈 컨테이너 역할을 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갈길로 마감한 신축 콘크리트 건축물과 옛 묘지터 사이 공간은 중세 시대 성당을 떠올리게 하는데, 옛터에 남아 있던 성수대(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기 위한 용도로 성당 입구에 놓는 그릇)를 눈에 잘 띄는 입구 쪽에 배치해 옛 정취를 살렸다. 사진 Berta Buzunariz

글 유주희 사진 최미경(아이템) 스타일링 이승희(스타일링하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