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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현장 답사기 <유비에게 묻고 조조에게 배우다> 펴낸 아나운서 한석준 씨


<삼국지>에 등장하는 도읍지 여행은 어떻게 계획했나?
중국으로 떠날 때부터 여행을 생각했지만, <삼국지>는 여행 중에 자연스레 떠올랐다. 떠난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실크로드, 윈난 성, 티베트를 주로 추천했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도 낯선 지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여행지가 아니라 그들이 사는 곳을 보고 싶었다. 다시 말해 무협지의 중원中原을 보고 싶었다.

직접 만난 <삼국지>의 도읍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충격이었다. 예상 이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1천8백 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중요한 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곳 사람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그 땅의 역사를 몰랐다. 그런데도 그 남아 있지 않은 몇 곳을 보고 싶었다.

<삼국지>를 마흔 번 정도 읽었다고 들었다. <삼국지>가 당신을 그렇게 매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가 이문열 씨의 <삼국지>는 열다섯 번 이상 탐독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고가 확장된다. ‘이 순간에 다른 결정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요즘에는 재중 동포 작가 리동혁 씨의 <본本삼국지>를 반복해 읽고 있다. 상하이에서 리동혁 씨를 직접 만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옛 지명이 변경되어 찾기 어려운 지역이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곳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중국이 많이 위험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은 치안이 무척 좋은 나라다. 통제 국가이다보니 법률이 강하다. 중국 어디나 CCTV가 설치되어 있어 걱정할 필요 없다.

몇 개의 도시를 여행했는지 세어보았는가? 약 26개 도시 정도?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14.5kg짜리 배낭을 메고 혼자 다녔다. 글을 주로 쓰던 스타벅스 카페 맞은편에 기차표 판매소가 있었는데, 계획 없이 들어가 다음 날 기차표를 사고 바로 떠났다. 숙소는 주로 ‘청년류서靑年旅舍’, 즉 유스호스텔에 머물렀다. 많게는 여덟 개의 침대가 놓인 도미토리에서 지내곤 했는데, 시설이 꽤 잘되어 있어 지내는 데 문제는 없었다.

가장 인상에 남은 지역은 어디인가? 이상하게도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이 다르다. 현재 떠오르는 것은 백제성이다. 유비가 이릉전투에서 패한 후 죽을 때까지 머문 곳이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이곳에 도착했는데 양쯔 강의 첫 번째 삼협인 구당협 사이로 해가 떠오르면서 강이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1천8백 년 전 유비도 이 풍경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유비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관우와 장비, 제갈공명과 조자룡까지 그의 곁에 있었는데 소중한 군사를 모두 잃고 모두 죽게 만들었다. 당시 수많은 중국인이 죽은 것에 관한 책임을 묻고 싶다.

그렇다면 유비 대신 조조가 전투에서 승리했다면 달라졌을까?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승리했다면 최소한 많은 사람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하던 인물이 조조라고 생각한다.

가지 못해 아쉬운 곳은 없는가? 친링(진령) 산맥과 적벽이다. 친링 산맥은 지금의 산시, 우리말로 섬서성 남부다. 제갈공명이 북벌전에서 이 산맥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 산을 보고 싶었다.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허무함이 컸다. <삼국지>를 마흔 번 이상 읽었는데 도시 대부분이 흔적 없이 사라졌으니…. 무엇을 위해 그토록 싸웠는지!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까?
아시아의 신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 우리는 아시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잘 모르고 관심도 적다. 수많은 신화를 담고 있는 아시아의 토착 설화들, 그곳의 배경이 된 도시들을 가보고 싶다. 

<유비에게 묻고 조조에게 배우다>
2011년, KBS를 휴직하고 베이징의 칭화 대학교로 연수를 떠난 한석준 아나운서가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소를 방문해 보고 느낀 것을 담은 현장 답사기이자 여행기. 홀로 배낭 하나 메고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작은 마을부터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까지 구석구석 다녔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아주 특별한 중국 여행기. 웅진지식하우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정호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