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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트]아줌마도 문화, 시사, 경제지를 읽읍시다 르몽드 읽는 여자
시사ㆍ경제ㆍ정치에 무지하다는 일종의 ‘자책’에서 비롯된 주간지 탐독. 매일 쏟아지는 신문보다 심도 깊은 주간지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우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남자들이 정치 얘기할 때 조신하게 과일만 깎고 있었다면 이제 주간지 읽기에 도전하자.

잡지 기자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성지와 남성지의 가장 큰 차이가 뭔 줄 알아? 기사의 ‘뎁스 depth(깊이)’야. 남자 기자들이 더 깊게 파고 들어가지. 여자들은 신문 잘 안 읽잖아. 정치나 경제엔 관심도 없고.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궁금한 것도 없고 기사에 깊이도 없는 거야.”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가끔 국무총리나 영부인 이름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남자들 군대 얘기만큼 듣기 싫은 게 정치 얘기니까. 코스닥, 나스닥, 주가 폭락 같은 주제로 기사를 쓰라고 하면 눈앞이 캄캄할 테니까. 매일 아침 신문 읽기는 ‘가뭄에 콩 나기’고, 인터넷에 떠다니는 뉴스는 믿기 어렵고, 그렇다면 나 같은 부류의 여자들이 정치ㆍ경제ㆍ시사에 눈뜰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돌돌 말아넣으면 핸드백에 쏙 들어가는 얇고 가벼운 주간지를 챙겨보는 것. 목돈을 들여 정기 구독을 하지 않아도 편의점이나 가판대, 지하철 역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일주일 동안 야금야금 나눠 읽을 수 있어 부담 없고, 한 가지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뤄 사회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일석삼조다.

마음먹고 서점으로 가서 현재 발행 중인 주간지를 들여다보라. 아무 백이나 들 수 없듯, 아무 주간지나 읽을 순 없지 않은가. 표지, 카피, 기사 구성, 디자인, 편집 방향 등 가방을 고를 때처럼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한테 ‘어울리는’ 주간지를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길거리 가판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주간지는 연예인 가십을 다룬 것. 그다음이 푸드와 핫스폿을 다룬 문화지, 그다음이 <뉴스위크>나 <타임> 같은 시사 주간지다.

우리의 경우, 외국과 가장 뚜렷한 차이는 연예인 가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주간지는 전무하고, 각 신문사에서 경쟁처럼 발행하는 시사 주간지가 주류를 이룬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조선>, 한겨레신문사의 <한겨레 21>, 한국일보사의 <주간한국>, 동아일보사의 <주간동아>, 매일경제신문사의 <매경 이코노미>가 대표적이다. <시사저널>과 결별한 기자들이 참언론을 지향하며 창간한 <시사IN>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다음은 해외 라이선스 주간지의 한국판이다. 미국의 2대 주간지로 꼽히는 <뉴스위크 Newsweek>의 한국판, 권위 있는 경제 전문지 <포춘 Fortune>의 한국판, 프랑스 대표 신문 <르몽드 Le Monde>의 자매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의 한국판(<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월간으로 발행되지만 신문 형태를 띠고 있어 포함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의 한국판 등이 있다. 아직 한국판이 나오진 않았지만 영문판 <타임 Time>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며, 세계의 진실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National Geographic>도 우수하다. 다채롭게 펼쳐진 주간지의 효용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각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시사 주간지의 가장 큰 특징은 심층 분석과 집중 보도에 있다. 한 가지 주제를 다각적으로 접근해 수박 겉 핥기식이 아닌, ‘깊이 들여다보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매일 뉴스를 꾸준히 보지 않으면 어떤 사안의 전개 과정을 알 수 없는데, 주간지는 한 가지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 전체를 볼 수 있다. 5월 마지막 주에 발행된 주간지의 표지 카피를 보라. ‘총을 꺾은 양심_병역 거부 10년, 수감자 4185명’ ‘가족 친화 기업 베스트 5’ ‘몽골이 기가 막혀’ ‘MB와 재벌 애증의 덫’ ‘벽지만 바꿔도 아토피 뚝!’ ‘한국 하이브리드 카, 토요타 나와!’ ‘가수 천하’ 등의 주제를 10쪽 이상에 걸쳐서 심층 보도하고 있다.

세계 속 한국이 보인다
최근 프랑스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보도가 화제를 모았다. 모두 이 현상을 찬양했지만 프랑스 신문 <르몽드>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한류가 ‘은연중 소년, 소녀들을 상품화하고, 정부는 그 상품화한 이미지를 한류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고 있다’라는 논조의 글을 실었다. 프랑스에서 한류를 연구해온 보르도대학교 홍석경 교수는 “유럽의 어느 가수가 한 숙소에서 몇 년간 머물며 그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할 수 있겠느냐”며 “한국 아이돌 가수들은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에 힘들어 하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관객들이 보내는 갈채를 받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한류 열풍이 불었을 때, 이제 선진국에서도 한류가 ‘먹히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수한 필자의 글을 읽을 수 있다
공신력 있는 주간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어떤 필자가 글을 쓰는지 보는 것이다. <타임>지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 학자, 고위 공직자가 직접 기고한 칼럼과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볼 수 있다.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는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가 필진도 좋다. 필자들도 매체의 공신력이나 인지도를 고려해 글을 쓰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 하기에 좋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같은 리스트를 발표해 기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주간지인 <타임>은 세계의 핫 이슈를 발 빠르게 흡수하고, 그 권위에 걸맞게 수준 높은 영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타임>지는 지구상에 없는 단어를 만들어 사전에 등재하는 위력이 있다. ‘guesstimate(어림짐작하다)’ ‘socialite(사교계 명사)’ ‘tycoon(실업계 거물)’ 같은 단어는 <타임>지가 만든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주간지 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44년 탄생한 신문이다. 창립자 르몽드 회장은 “우리는 돈 그리고 시간과 싸운다. ‘재정적 독립(돈)’이 없다면 기자들의 독립도 장담할 수 없다. 사건과 보도 사이의 즉각성(시간)을 강요함으로써 한 발 물러서서 성찰하고 분석하는 깊이를 지워버리는 시간과도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액 중 구독료가 72%, 광고료가 28%다. 중후한 문체와 장문의 분석 기사를 다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이 발행된다.
구독 문의 02-710-0501

<타임>
1923년 예일대 출신의 헨리 루스와 브리튼 해든이 창간한 미국의 주간지다. 당시 미국의 주요 신문과 잡지가 해외 뉴스를 외면했는데, 이 점에 착안해 세계 뉴스를 분야별로 보도했다. 창간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이 주간지는 1930년대부터 전 세계에 걸쳐 독자적인 취재망을 갖추고 정치, 경제, 사회, 각종 사건과 사고를 종합적으로 보도해왔다. 발행 부수는 약 4백만 부에 이르고, 약 3천1백만 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1964년까지는 온건ㆍ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했으나 1970년대 이후 중도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구독 문의 02-3675-5543

<포춘>
1930년 2월에 타임사의 공동 창업자인 헨리 루스가 창간했다. <포춘>지 첫 호가 발매될 당시 권당 가격이 1달러였다. 그래프, 차트, 표를 곁들이고, 경영자의 생활에 관한 토픽 기사, 세계 사회문제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2000년 이후, 비즈니스 잡지의 유통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배포 부수를 대폭 늘리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전 세계에서 1백만 부 이상 발행되며, 5백만 명 이상의 정기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2009년 3월, 한국일보사에서 한국어판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구독 문의 070-7152-4585

<주간조선> 1968년 10월 20일 조선일보사에서 창간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간 시사지다. 창간 당시에는 타블로이드판이었다. 1975년 3월 자진 폐간했다가 같은 해 4월 ‘지식인들의 교양을 높이기 위한 보도ㆍ평론ㆍ해설 등 고급지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복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7년 제호를 ‘위클리 조선 Weekly Chosun’으로 변경하고, 서체를 큼지막하게 썼으나 2009년 4월 다시 ‘주간조선’으로 바꾸었다. 집중 연재, 전격 공개, 집중 취재가 특징이다.
구독 문의 02-724-6845

<한겨레 21>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드는 시사 주간지로 1994년 3월 16일에 창간했다.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사항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둔다. 창간호에서 대통령 아들의 비리 의혹을 파헤친 이후 각종 기획 기사, 발굴 특종 등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성역을 두지 않고 사실적이고 비판적인 논조로 일관해왔다. 편집 방향은 과감한 그래픽과 풍부한 상상력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보기 좋은 잡지를 만드는 것이다.
구독 문의 02-710-0501
글 정세영 기자 일러스트 임승현(화가)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