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가족 여행특집] 여행고수 6인 추천 가족여행 '데려가면' 좋은 책과 음반

‘가족 여행용’ 음반을 고를 때 핵심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대세인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를 MP3에 담아가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이소라가 부르는 변진섭의 노래, 박정현이 부르는 조용필의 노래, 임재범이 부르는 윤복희의 노래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따라 부르며 즐기기에 제격이다. 온라인 음악 사이트 벅스 뮤직(www.bugs.co.kr) 주간 음악 차트 10위를 봐도 한두 곡을 빼고는 모두 <나는 가수다>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로 채워져 있다. JK김동욱이 부른 한영애의 ‘조율’이 1위, 김범수가 부른 남진의 ‘님과 함께’가 3위에 올라 있다. 책 또한 같이 읽는 방법이 있다.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잠언이나 시 혹은 누군가가 담벼락에 써둔 글을 모은 책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느꼈던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다. 늦은 밤, 가족이 돌아가며 마음에 드는 구절을 서로에게 읽어주면 의미 깊은 시간이 될 듯하다. 여행지에 가져가기 가장 좋은 책으로 만화책을 빠뜨릴 수 없다. 복잡한 생각, 무거운 생각은 접어두고 부모님과 만화책을 돌려가며 읽는 밤도 멋질 것이다. 강풀이 그리고 쓴 <바보> <순정만화>를 추천한다. _김동영(여행 작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저자)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울릉도에 다녀왔다. 아이와 여행 갈 때 늘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책. 제주 올레를 며칠씩 걸을 때도 배낭에 책을 넣고 걸었지만 이번 여행길에서는 과감히 가방을 비웠다. 등산과 트레킹이 목적이었던 터라 각각 생각과 대화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독서도 좋지만 밤에 각자 책을 읽느라 대화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음반만은 빼놓을 수 없다. 차 안에서 듣기 위해 CD를 챙기고, MP3에 음악을 다운받는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첼리스트 요요마와 가수 바비 맥퍼린이 함께 연주한 음반 <허쉬 HUSH>.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클래식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즐겁게 들을 수 있어 자주 추천하는 음반인데, 바흐와 비발디를 요요마와 바비 맥퍼린이 함께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다. 또 하나는 요요마가 밝게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만약 아이가 어리다면 아이의 상상력을 높여줄 수 있는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를 들어도 좋다. 막히는 차 안에서 아이와 좋은 음악을 들으면 짜증도 사라진다. _임후남(출판사 생각을담는집 대표,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저자)


여행을 업으로 삼고 사는 지금도 여행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여행 갈 땐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바로 시집 한 권이다. 나무 그늘에 앉거나 숲 속에 놓인 벤치에서 시집을 손에 들고 읽는 걸 좋아한다. 여행하면서 시집은 좋은 친구다. 짧은 시 한 편을 읽고 나면 깊은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시인 김근 씨의 <뱀 소년의 외출>, 이용한 씨의 <정신은 아프다> 등 주로 젊은 시인의 시집을 즐겨 읽지만 기형도 씨의 ‘빈집’이나 이성복 씨의 ‘남해 금산’ 등의 시는 여러 번 즐겨 읽는다. 이번 여행길에는 오래전에 읽었던 시집을 다시 꺼내 여행 친구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여행은 일상의 쉼표라는 말처럼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음악이 그렇다. 여행을 갈 때 신나는 음악을 추천한다.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자두의 ‘김밥’ 등 아이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선곡하면 여행의 설렘을 만끽할 수 있다. _유철상(여행 작가, <우리나라 가족 여행 바이블 100> 저자)





여행 가방에 챙겨 넣는 책은 언제나 같은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딱 한 권, 문학 평론가 김현 선생의 <행복한 책 읽기>는 그 어떤 여행지에서도 ‘읽히고’ 그 제목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선생이 죽기 전 4년 동안 쓴 일기 형식의 비평문인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그 시절 활동하던 작가들과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짱짱한 글맛 하며, 문학에 대한 열렬함까지 김현의 텍스트가 주는 감동은 여행지의 풍광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음악은 그냥 신나는 걸 듣는다. 여행의 설렘과 흥분을 돋우고 싶을 땐 제이슨 므라즈가 최고다. 아마도 마이애미 해변에서 그의 음악을 들으며 선탠을 즐겼던 기억 때문인 듯하다. 최근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가 제이슨 므라즈의 곡들이다.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제임슨 므라즈’라고 발음해 놀림을 당한 가수로 미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다. 빌보드 핫 100 차트 74주 연속 랭크라는 신기록을 세운 ‘I’m Yours’나 감미로운 멜로디가 매력적인 ‘Make It Mine’은 열대기후와 무척 잘 어울린다. _오진민(여행 사진가)


여행 갈 때 책이나 음반을 따로 챙겨가지 않는다. 오랜 경험상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행기 안에서도 영화 보는 것을 즐기다 보니 음악 들을 일이 별로 없다. 참 무미건조한 여행이라고? 하지만 돌아올 땐 언제나 현지에서 구입한 책과 음반이 트렁크 한 귀퉁이를 채운다. 조금 일찍 다녀온 여름휴가지 발리에선 라운지 음반을 세 장이나 샀다. 호텔 로비에서 아침저녁으로 듣던 발리 전통 악기 소리가 좋아 한여름 밤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들으려고 작정하고 산 것이다. 돌아오는 날엔 소액권 지폐와 동전까지 탈탈 털어 공항 내 서점에서 잡지나 책을 산다. 남은 돈이 넉넉할 경우에는 동남아 요리 서적을 사고, 적을때는 잡지나 엽서 같은 것을 산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 요리책을 사는 건 아니고 그저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기뻐 요리책을 산다. 그러니까 내가 여행지에서 ‘데려오는’ 책과 음반은 여행의 여운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_정세영(<행복이가득한집> 기자)



이태형의 <별자리 여행>를 가져가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아 전갈자리, 백조자리 같은 여름철 별자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별자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 앤 프리>와 <어드벤처 라이프>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여행길에서 가볍게 읽기에 좋다. 잭 존슨의 "Best",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Riot on an Empty Street" 음반은 직장과 학교라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느긋한 휴식을 즐기게 해줄 것이다. 이들 음반을 들으며 그동안 밀렸던 대화를 나누기에도 그만이다. _윤영주(여행 작가, <뉴욕 내비게이션> <금토일 해외여행> 저자)

담당 정세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