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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행복> 캠페인] 착한 가족이 세상을 바꿉니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하는 통 큰 기부만이, 오드리 헵번처럼 오지를 넘나드는 봉사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아닙니다. ‘나의 체온은 다른 이와 맞닿아야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 그 온기를 나눠주는 데 힘쓰는 이라면 모두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입니다. 그걸 가족이 함께한다면 얼마나 보배로운 일인가요? 게다가 봉사라고 하면 ‘대입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 때 우기용 활동으로만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부모와 함께 땀 흘리는 봉사만큼 산교육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를 둔 가족이 문을 두드리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좀 많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안전 문제가 있어서, 지속적인 봉사가 어려울까 봐 등 의 이유지요. 이달부터 <행복>에서 가족 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단체와 방법을 찾아드립니다. 시작을 연 단체는 집 짓기와 집 고치기로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해비타트’입니다. 5년 넘게 해비타트 집 짓기, 집 고치기 현장에서 봉사하는 부자 父子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창호 관련 사업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버지 김장호 씨와 고 2짜리 아들 김영표 군. 봉사 활동하다 보니 간단한 전기 배선 정도는 할 수 있게 됐다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일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중이다. 바로 사는 요령.


한국 해비타트의 자원봉사 파트너 김장호 씨 부자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첩첩이 쌓인 집들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마포구 아현동, 해가 가장 늦게 뜨고 맨 먼저 지는 이 동네에 아침 해가 수줍게 걸쳤다. 꼬불꼬불한 언덕배기에 걸터앉은 다세대주택의 반지하, 홀로 사는 할머니 집이 아침부터 수선스럽다. 해비타트 봉사자들이 모여 ‘희망의 집 고치기’를 시작하는 참이다. 장판 아래 물이 흥건하고 곰팡이가 벽지에 만개한 반지하 집이 ‘새 옷’으로 개비 중이다. 김장호 씨 부자가 세간을 밖으로 내가는 일을 시작하자 다른 봉사자들이 장판을 들어내고 벽지를 뜯는다. “일 급하게 해봤자 실수밖에 더 해? 천천히 천천히 해.” 먼지 더미 속에서 아버지 김장호 씨가 툭툭한 한마디를 건네고 아들 김영표 군은 요즘 유행하는 ‘까도남’의 미소로 답한다.

이들은 5~6년 전부터 온 가족이 해비타트의 자원봉사 파트너로 참여해왔다. 고 3짜리 딸, 고 2짜리 아들을 둔 ‘초비상 상황’의 대한민국 가족이지만 1년에 적어도 몇 번은 해비타트 집 짓기, 집 고치기 봉사 현장에 나간다. “아이들에게 약속을 받아놔요. ‘여름방학 때라도 무조건 하루만 빼서 봉사하자’고. 가족이 무언가를 함께, 그것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이로운 일을 한다는 건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거거든요. 오늘은 아들과 나만이 아는 이야기를 만드는 날이에요. 아마 아내와 딸이 화낼걸요. 만날 같이 가다 오늘은 둘만 갔다고.”

밖으로 세간을 다 옮긴 김장호 씨가 전기 배선을 손보려고 두꺼비 집을 여니 영표 군이 어느새 연장통을 찾아온다. “대학 시절부터 봉사 활동을 하다 보니 전기 공사 기술을 저절로 익혔어요. 용접 기술도 저절로 배웠고요. 해비타트 자원봉사는 2006년부터 두란노 아버지학교(‘아버지가 부재한 가정에 아버지를 되돌려보내자’는 목적으로 세운 단체. 처음에는 교회에서 개설해 참석자도 주로 기독교인이었지만, IMF 외환 위기 이후 아버지학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2004년부터 기독교 색채를 배제한 열린아버지학교로 운영되고 있다)에 다니면서 시작했어요. 두란노 아버지학교 출신 아버지들이 함께 봉사하러 많이 다녀요. 자영업 하는 분이 많아서 따로 휴가 내지 않고도 마음이 모일 때마다 수시로 봉사할 수 있거든요. 독거노인이나 조손 가정의 집처럼 수리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창호 사업하는 나 같은 사람이 창호 자재를 들고 오고, 보일러 사업하는 아무개가 보일러 들고 오고… 금세 집 하나 고칠 자재와 인력이 모이죠.”

‘다른 이를 돕는 손은 기도하는 입술보다 성스럽다’는 걸 이미 젊은 날에 깨달은 이 훌륭한 아버지(그는 나의 칭찬에 연신 겸연쩍어했다)는 그 마음의 훈기를 아들딸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준 것 같다. “저는 집 짓는다는 게 신기해서 중학교 때 처음 아버지를 따라나섰는데, 그땐 힘들었어요. 왜냐면 할 일이 없으니까. 해비타트 규정상 중학생은 일을 못 하거든요(안전 등의 이유로). 고등학교 올라가야 망치질도 하고 짐도 나를 수 있어요. 직접 일하게 되니 재미도 의미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봉사하는 아버지가 멋있냐고요? 멋있다는 건 못 느꼈는데, 하하. 그냥 자연스러운 아버지지, 세상에 특별한 아버지는 없는 거 아닌가요? 아들에게 아버지는 그냥 존재 자체로 아버지죠.” 이 아버지는 신에게 어떤 공을 쌓아 이렇게 영민하고 슬기로운 자식을 얻었을까.
 
1 아현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사는 독거노인의 집 고치기 봉사에 부자가 나섰다.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기 전 세간을 옮기는 일이 부자의 오늘 임무다.
2 이렇게 부자가 함께하는 시간을 영표 친구들이 신기해한다고 한다. 김장호 씨는 영표가 대학생이 되면 해비타트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고 권할 참이다.

3, 4 헌 벽지를 뜯어내고 방수포를 붙인 후 도배를 시작한다. 보통 방 하나인 집을 고칠 땐 5명 정도의 봉사자가, 방 두 개의 경우엔 10명 남짓한 봉사자가 참여한다. 여나믄 명이 모인 이날에는 대학생 봉사자가 많았다.


“봉사 좀 한다고 제게 큰 철학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에요. 남을 챙기며 살 줄 알면 사람 된 거라고 말해주는 정도죠. 그리고 이 일은 평범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거, 돈으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라는거, 시간을 내주면 되는 일이라는 거. 봉사 현장에 함께 가면 아이들은 이걸 스스로 몸으로 깨달아요. 무엇보다 아버지가 아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해요. 우리 어릴 땐 아버지 따라 논밭에 가서 삽질하고 그러면서 말 안 해도 통하는 남자들만의 에너지를 느꼈잖아요. 특히 아들은 아버지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크거든요. 그러니 아버지와 땀 흘리는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요즘 애들에게 이런 현장이 얼마나 가치있냐고요. 게다가 함께 일하는 동안 아버지는 삶에서 몸으로 부딪혀 얻은 이야기를 아들에게 툭툭 건네요. 아마 이 녀석도 나중에 다 생각날걸요. 그 옛날 우리 아버지가 무심코 건넨 이야기를 내가 떠올리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김장호 씨는 좀전에 이런 말을 영표에게 슬쩍 던졌다. “원래 다치는 건 고수들이야. 고수는 하수들이 다칠까 봐 최전방에서 일하기 때문에 다치는 거거든.” 땀내 나는 시간을 함께하며 아들은 아버지에게 사는 요령을 배운다. 일하는 요령이 곧 사는 요령이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이따금 가장 노릇하는 사람’ 정도가 되어가는 요즘, 꼭 새겨야 할 이야기다. 아버지 한 사람이 교장 백 명보다 낫다지 않은가.

“무엇보다 해비타트 집 짓기 봉사는 부자가 함께하면 참 좋아요. 수컷들은 본능적으로 건축의 욕구가 있잖아요. 집 하나가 만들어지는 걸 몸소 체험하는 귀한 경험도 할 수 있고, 그곳이 집 없는 사람의 삶을 보듬는 울타리가 된다니 더 보람차고요. 그런데 해비타트의 집 짓기, 집 고치기 자원봉사는 참가비가 있어요. 학생 2만원, 성인 3만 원. 숙박도 알아서 해결해야 해요. 우리 가족은 텐트치고 자기도 하고 여관방에서도 잤어요. 처음엔 저도 내 품과 시간을 들이는데 돈까지 내고 봉사해야 하나 싶었죠. 지나고 생각하니 가족이 가서 밥 먹고 목장갑이라도 하나 쓰면 그게 다 돈인데 당연히 참가비가 필요하죠.

집 짓기는 보통 하루나 1박 2일 정도 봉사하는데 일 시작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현장에 투입돼요. 누구는 못질만, 누구는 콘크리트 붓는 일만 하는 식으로 분업화되어 있고요.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으니 겁내지 말고 시작 해보세요. 처음 한 번이 힘들지, 한번 시도하고 나면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도 만나고 봉사의 희열도 느끼고, 그러다 보면 주위에 도와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걸 몸으로 느끼죠. 물론 그 한 번이 힘들어요. 마음이 딱 왔을 때 하면 되는데 우린 그걸 못하죠. 하지만 상대방은 도움이 절실한데 비 온다고 눈 온다고 바쁘다고 안하면 누가 그들을 도울까요?” 아이의 첫 스승은 아버지다. 영표의 첫 스승은 열심히 땀 흘리며 세상을 데우는 마음의 훈기를 아들에게 전염시키고 있다.
www.habitat.or.kr

해비타트가 무엇인가요?
해비타트 Habitat for Humanity는 1976년 미국에서 설립된 국제 NGO로, 집 짓기와 집 고치기를 통해 집이 없는 저소득층의 환경을 보듬고 개선하는 것에서 시작해, 그들의 삶을 일으켜 세우는 단체입니다. 해비타트 운동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홈 파트너(수혜 가정), 후원 파트너, 자원봉사 파트너가 함께 땅과 건축 자재를 마련해 땀 흘려 집을 짓는다는 것이죠. 홈 파트너는 건축 원가로 집을 마련하고 장기간에 걸쳐서 상환하면서 자립하게 됩니다. 홈 파트너로부터 회수하는 건축 대금은 새로운 홈 파트너를 위한 집 짓기에 다시 쓰입니다. 해비타트의 여러 프로그램 중 자녀를 둔 가족이 참여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

‘패밀리 빌드 Family Build’에 참여해주세요. 해비타트 마니아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 해비타트 집 짓기에 참여할 10가족 20~40명을 모집합니다. 문의 070-4060-1005(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

해비타트 지구촌 프로그램
10~15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5~10일 동안 해외 현지에서 집 짓기, 학교와 고아원 방문, 전통 공연, 역사 유적지 탐방 등의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 봉사의 마음뿐만 아니라 호연지기까지 기르게 하고 싶다면 자녀에게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세요. 물론 부모가 함께하면 더 좋겠지요.

(왼쪽) 아이티 대지진 이후 해비타 트는 난민을 위한 장기간 재건축 계획을 세웠다. 5년 안에 5만 세대를 돕는 것이 목표다.


1 몽골 울란바토르의 해비타트 집 짓기 현장.
2 우리나라에도 지어진 희망의 보금자리.

3 해비타트 는 2011년 1월로 전 세계 40만 세대의 집을 지었다.
4 대표적 번개건축 프로그램 인 ‘지미&로잘린 카터 워크 프로젝트’에서 봉사 중인 카터 전 대통령.


해비타트 키즈 빌더가 되어주세요.
집이 없어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는 지구촌 어린이를 도와주세요.
문의 02-2253- 9090 벽돌 회원(월 1만 원)/ 창문 회원(월 2만 원)/ 지붕 회원(월 3만 원)

‘키즈 헬멧’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
30명 이상의 키즈(만 3세~초등학교 6년)가 헬멧 모금함을 채워 기부하는 키즈 헬멧 캠페인. 참여를 원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및 학부모님들은 해비타트로 신청해주세요.
문의 02-2253-9090

후원금을 기다립니다!
집 짓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자원봉사 파트너도 필요하고, 보금 자리 마련의 기틀이 되어주는 건축 비용도 꼭 필요합니다. 한국 해비타트에서는 의미 있는 나눔에 동참할 후원 파트너를 기다립니다.
문의 02-2253-9090

 

 취재 협조 한국해비타트

 

글 최혜경 기자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