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캠핑시대]이창주, 신성호 씨 두 가족 캠핑 일기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서린이는 아빠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캠핑을 떠나자고 말했다. 개울가에서 개구리 잡고 모닥불 앞에 앉아 현빈이랑 노는 게 좋다는 여덟 살 소녀는 일찌감치 캠핑의 매력을 알아차린 것 같다. 혼자가 아닌 둘이라 더욱 행복한 서린, 현빈이네 가족의 1박 2일 캠핑 속으로.


캠핑장 바로 아래 개울가에서 돌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딸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아빠.


사진가 이창주 씨는 3년 전 경치 좋은 곳에서 술 한잔 하자는 지인의 말에 무작정 캠핑을 따라 나섰고, 원시적인 삶으로 돌아간 그곳에서 만끽한 자연의 포근함에 매료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눈을 감으면 산이 보이고, 불을 끄면 모닥불이 생각난다는 ‘캠핑앓이’ 가 시작됐다. 그는 틈만 나면 캠핑퍼스트(cafe.naver.com/campingfirst), 캠핑앤바비큐(cafe.naver.com/campingnbbq) 등 캠핑 관련 카페에서 정보를 수집하며 캠핑족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아내에게 캠핑을 가자고 하니 밖에서 어떻게 자고, 뭘 먹냐고 묻더군요.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으름장을 놓고 밤새 음식과 장비를 준비했어요. 캠핑이 처음인 아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화장실과 개수대 시설을 잘 갖춘 합소 캠핑장으로 모셨지요. 당시 다섯 살인 딸 서린이가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본 아내가 그제야 안심을 하더라고요. 그날 이후 세 식구가 틈만 나면 텐트를 들고 나섰죠.” 이맘때 즈음 신성호, 박지숙 씨 부부 역시 캠핑을 시작했다. 캠핑에 관심이 많던 신성호 씨는 캠핑 동호회를 통해 ‘방문 캠핑’을 신청했는데 오히려 아내가 캠핑에 반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방문 캠핑이란 캠핑 초보자가 고수들의 캠핑을 따라가 하루동안 캠핑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 이때 의자, 음식 등 기본적인것은 챙겨 가는 것이 에티켓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캠핑을 시작한 이창주, 신성호 씨는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캠핑 동반자다.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주말이면 아이들과 놀이동산, 미술관 등을 전전했지만 캠핑을 시작한 이후 ‘주말에 뭐하지?’란 고민이 싹 사라졌다고.TV앞을 떠날 줄 모르던 남편과 모닥불 앞에서 나누는 대화는 부부의 일상에도 잔잔한 변화를 가져왔다.

(왼쪽) 해먹에서 몸 부대끼며 노는 현우, 현빈, 서린이.


텐트를 완성하고 곧장 점심 먹을 준비로 바쁜 이창주, 신성호 씨 가족.

(왼쪽) 갖은 조리 도구를 담아두는 텐트 전용 서랍장.
(오른쪽) 불을 피우려면 차콜을 뜨겁게 데워야 한다.

(왼쪽) 화로에서 어묵탕이 팔팔 끓고 있다.
(오른쪽) 분주히 땔감을 손질하는 신성호 씨.


캠핑 3년 차, 취할 것과 버릴 것
이창주, 신성호 씨는 ‘첫 가족 캠핑’의 추억이 지금까지 캠핑을 이끈 원동력이라 말한다. 그만큼 어떤 계기로, 어떻게 캠핑을 시작하느냐가 중요한데 ‘캠핑을 떠날지, 바캉스를 갈 것인지’부터 정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신성호 씨네처럼 방문 캠핑부터 시작하거나 오두막이 있는 휴양림을 먼저 경험해보는 것이다. 이창주 씨는 텐트가 없어도 캠핑이 가능한 난지 캠핑장이나 중랑숲 캠핑장 등에서 워밍업해보길 추천했다. 징검다리 연휴로 도심 곳곳이 붐비던 지난 어린이날, 두 가족은 일찌감치 유명산 자락 푸름 유원지에 텐트를 펼쳤다. 보통 캠핑장 바닥엔 배수를 위해 돌이 깔려 있는데 이곳에선 잔디를 그대로 밟을 수 있어 날씨가 포근한 6월까지 추천하는 장소.

“제아무리 값비싼 텐트가 있어도 가장 좋은 건 자연 풍경이에요. 장비에 집착하기보단 자연을 공짜로 즐기는 여유로움을 만끽해 보세요. 캠핑 횟수가 늘어날수록 장비는 간소해지는데, 침낭만큼은 과감히 투자하는 게 좋아요. 무엇보다 잠자리가 편해야 다음 날 캠핑 활동이 한결 수월하답니다.”

(오른쪽) 유명산이 보이는 오토캠핑장 푸름 유원지.

(왼쪽) 점심 식사 후 잠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이 신성호 씨 부부, 오른쪽이 이창주 씨 부부.
(오른쪽) 이 향긋한 모닥불이 두 가족을 캠핑에 빠져들게 했다.

(왼쪽) 근사하게 차려진 저녁은 아빠들의 솜씨.
(오른쪽) 어두컴컴한 밤을 환하게 밝혀줄 랜턴.


두 가족이 함께 캠핑을 할 땐 사전에 각자 텐트의 종류나 크기를 조율한다. 무려 5개의 텐트를 가진 신성호 씨가 이날 선택한 텐트는 코베아 Kovea의 빅돔. 부부가 맨 처음 구입한 이 텐트는 실용적인 사이즈에 견고함까지 갖췄다. 이창주 씨는 캠핑 카페에서 특별 제작한 텐트를 공동 구매했는데, 스노픽 제품과 성능과 유사한 이 텐트는 가격(90만 원 대) 대비 훌륭한 기능을 자랑한다고. 여기에 두 가족이 함께 사용 가능한 거실을 만들기 위해 타프를 세웠다. 모닥불을 피우기 전까지 모든 것은 전야제에 불과했다. 해가 뉘엿뉘엿하자 장작에 불을 붙이고 음식 재료를 하나둘 화로에 올렸다. 캠핑을 시작하면서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이창주 씨는 자신이 직접 준비한 바비큐를 정성스레 구웠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잠들면 이때부터 어른들의 캠핑이 시작된다. 장비에 밴 장작 냄새가 그리워 창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던 사연부터 텐트 안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추억까지, 두 부부는 밤이 지나도록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들에게 캠핑이란 경험 자체가 기억되길 바랍니다. 조금씩 조금씩 쌓아둔 즐거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억지로 학습하는 자연 대신 스스로 만지고 느끼는 자연, 이보다 더 훌륭한 체험 학습이 있을까요?”

글 배효정 기자 사진 이창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