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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기울여 들어보니]얼굴학자 조용진 씨 나는 동양의 다빈치를 꿈꿨다
열 살 무렵 선생님이 심어준 꿈 ‘다빈치 같은 예술가가 돼라’는 말을 붙들고 평생 얼굴과 뇌를 연구하며 살아온 조용진 씨. 다빈치처럼 그림을 그리고, 해부학을 공부하고, 발명하고, 노래하고, 독창적인 책도 쓰면서 산 이 괴짜의 60년 인생에는 갈피마다 충실한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 그는 과연 꿈을 이루었을까?

인생은 각운에서 힘을 줘 읽어야 하는 시인지도 모릅니다. 30평 남짓한 연구실에서 인체 해부도에 몰입해 있는 그의 옆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있지만 그 얼굴은 세상 모든 걸 다 보아버린 사람의 것처럼 평온합니다. 저렇게 평온한 눈 그늘은 생을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다감하게 웃어 보입니다. 동작구 사당동의 방앗간 2층, ‘조용진 얼굴연구소’에서 만난 그의 첫 얼굴입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 ‘얼굴’과 ‘다빈치’ 말고 다른 단서는 없습니다. 열 살 무렵부터 그에게 얼굴은, 다빈치는 삶의 지향점이었으니까요. 고작 한두 시간의 공부로 철학을 꿰뚫은 척하는 허당들의 세상에서 그가 ‘얼굴’과 ‘다빈치’에 바친 40년은 희귀한 것입니다. 그 몰두의 시간을 지금부터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시간을 담기에 두세 시간의 인터뷰가 가당키나 할까 싶지만…. 얼굴 박사 조용진의 ‘호기심 천국 인생’, 개봉박두입니다.


다빈치 같은 예술가가 돼라 “구한말에 나라가 망하고 나서 우리 가문은 충남 서천으로 낙향했어요. 그때부터 민가와 떨어진 산중에서 살다 내가 다섯 살 되던 해에 우리 집만 읍내로 분가를 했지. 그때 나는 난생처음으로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서천 옆 비인이라는 미군기지로 미군차량이 지나가는데 그때 차라는 걸 처음 본 거지. 흐흥. 딱 한 번 봤는데 그 장면이 필름에 찍히듯 머릿속에 통째로 입력된 거야. 문명의 자극 없이 살아 백지 상태인 내 뇌에 일생 처음 본 그 희한한 형태가 그대로 프린트된 거지. 근데 다섯 살짜리가 그걸 사진 찍은 것처럼 그려내는 거야. 나는 ‘아동화 시기’가 없었어요. 바로 투시원근법으로 그려냈지. 유추해보면 뇌 과학자들이 말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아니었을까. 한 번 듣고 기억하는 애들 있잖아(아인슈타인도, 고흐도 이 증후군이라는 주장이 있다). 비정상적인 건데, 그렇게 비정상적인 게 발동한 이유가 산골에서 주변과 교감 없이 지내다가, 말하자면 자폐적 환경에서 자라다가 강한 자극을 받아서죠. 그다음부터 대회란 대회에선 모조리 1등을 하면서 그림 잘 그리는 녀석으로 통했다고. 어른들이 ‘씨는 못 속인다’ 하시대. 조상 중에 창강 조속이라고 유명한 화가가 있었거든. 그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림을 잘 그리는 거다, 이 얘기야.

자, 그럼 내 인생을 뒤흔든 에피소드를 들려줄까. 그건 바로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한마디였어요. 창의적으로 열심히 하는 여선생님이었는데 가정방문 다닐 때 꼭 나를 데리고 다녔거든. 산길, 논길을 서너 시간씩 걸어가면서 ‘너는 그림에 소질이 있으니 다빈치 같은 예술가가 되거라’ 하셨죠. 다빈치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왠지 그 말씀은 따르고 싶었어. ‘극장 간판 그리는 화가가 아니고 예술을 하는 화가가 있단다. 너는 다빈치 같은 예술가가 되거라. 그러려면 해부학도 공부해야 한다’ 하셨어요. 그때부터 애들이 장난으로 개구리 껍데기 벗겨 닭한테 던져줄 때도, 어른들이 염소잡을 때도 열심히 봤지. 그때 학원사 백과사전이 처음 나왔을 땐데 그 백과사전 파며 다빈치가 누군지, 해부학이 뭔지 알아갔죠. 과학자이면서 미술가, 발명가, 수학자 그리고 가수인 다빈치를 따라 살고 싶어지더라고. 다빈치가 기체역학, 동물학에까지 관심이 많았다는 것도 백과사전 보고 알았지. 독학으로 공부해서 고1 때는 해부도를 그리는 수준까지 됐어요. 친구들 머리뼈를 그려주면서 ‘너 늙으면 이렇게 된다’ 했지. 흐흥.”

(왼쪽)그의 연구실에는 대조영, 김대건 신부, 모나리자, 2만 년 전 평양인, 이성계, 처용,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3백 개가 넘는 두상이 복원돼 있다.

참기름 바른 차돌멩이 같은 얼굴로 해부도를 들여다보는 소년 조용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백과사전을 우리도 보았지만, 꿈을 심어준 선생님이 우리에게도 있었지만 이 사람만 꿈을 좇는 학자가 됐습니다.

해부학에 미친 남자 “일단 다빈치처럼 화가가 되기 위해 홍익대 미대에 동양화 전공으로 들어간 후에도 독학으로 해부학을 공부했어요. 1학년 때는 해부학부터 제대로 파야한다는 생각으로 학과 공부를 안 해서 장학금은 늘 면제받았지만. 흐흥. 그때는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으니 유명한 해부학 책을 보고 똑같이 그리며 용어와 구조를 익혔어요. 그렇게 공부한 걸 대학 1학년 때인 11월 6일부터 다음 해 1월 6일까지 정리했는데, 그 스케치 묶음이 바로 이 ‘인체 미술해부’예요(그는 노트 앞장에 ‘승리를 지향하는 눈은 결코 곁눈질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그 노트를 은사인 김원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앞으로 내제자 하게’ 하셨지. 대학 2학년 때는 ‘미술해부학’이란 책을 만들기도 했어요. 친구들이 ‘너는 동양화가인데 뭐 땜에 해부학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 동양화 보면 도사님도 요만하게 그리고 마는데, 해부학이 뭐 필요하냐’ 했죠. 그러면 나는 ‘사람의 몸은 소우주여서 몸 안에 자연의 원리가 다 들어 있다.

소우주인 사람의 몸을 해부학적인 방법으로 규명해서 자연에 흐르는 미적인 진리를 풀어보겠다’ 했죠. 이름하여 부신해진 剖身解眞. 맞든 틀리든 젊을 때는 이런 말이 얼마나 멋있어, 으응? 닭 잡아먹고 나면 그 뼈를 그리고, ‘이 부분에는 중간 굵기의 털이 5mm 간격으로 난다’같이 닭 깃털의 흐름과 분포도도 조사해서 쓰고. 개 다리를 삶아서 뼈를 발라 목걸이를 만들어 걸고 다니고. 그게 너무 예쁜 거야. 그 뼈 하나하나가 형태적으로 그렇게 완벽할 수가 없는 거야. 자연에 경탄한 나머지 신비주의자가 될 지경이었지. 그렇게 해부학에 빠진 채로 홍익대 미대 대학원까지 마친 1972년, 가톨릭의대에서 해부학 조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그때까지 그려놓은 해부도를 면접에서 보였더니 덜컥 합격했지. 1972년 4월 23일 오전 10시, 생애 첫 인체 해부를 한 날이에요. 너무 재미있는 거야. 으으응. 매일 집에 가서 오늘 새로운 지식을 몇 개 얻었나 세어봤잖아. 해부학 책은 모두 용어로 돼 있어서 셀 수가 있거든. 보통 하루에 50~60개의 지식을 얻더라고. 시체를 해부하고, 해부학자들과 이야기하고, 세계적인 해부학자가 쓴 책을 읽고. 그땐 앞에 있는 사람들이 다 뼈로 보였다니까. 흐흐흥. 만 7년 6일을 해부학 조교로 일했어요. 다빈치보다 해부를 많이 하려고 그런 거지.”

누군가는 그 나이에 매양 허탕을 밟고 살며, 누군가는 평생 몰두할 청운의 뜻을 찾아냅니다. 그가 들려주는 삶의 밀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의 강물 같은 이야기에 시간은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왼쪽) 대학 1학년 때 완성한 ‘말 해부도’. 천재적이다.


그는 베이징원인의 두개골 형태와 구조 등을 연구해 두상을 복원해냈다. 가끔 초상화도 없고, 두개골도 남지 않은 조상의 얼굴을 복원해달라는 가문의 요청이 들어온다. 그때는 그 성씨의 얼굴 특징을 조사한 다음 한국인의 일반적 얼굴 특징을 제외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조용진의 호기심 천국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얼굴 연구로 이어진 게 의대 말년인 1978년 즈음이에요. 백화점에 갔는데 점원이 날 일본인으로 보는 거야. 나 같은 토종을 왜 일본인으로 본 걸까, 얼굴로 국적을 식별하는 기준이 뭘까, 대체 한국인다운 얼굴은 뭘까. 호기심이 마구 발동했죠. 그걸 알아내려면 현상을 객관화해봐야 하거든. 한국인의 현상 곧 현재 상태가 뭔지 알아내야겠어서 먼저 얼굴을 측정하는 방법을 연구했지. 얼굴 재는 법은 인류학자들이 이미 했지만 대개 50군데 이하를 측정해요. 그것도 변화하지 않는 뼈를 주로 하지(사실 뼈도 계속 변화하지만 변화량이 비교적 적다). 나는 화가니까 얼굴 표면의 형상을 연구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과학 장비가 나오더라도 바뀌지 않을 방법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1985년까지 ‘연구 방법’을 연구했어요.
내가 고안한 방법은 지도처럼 2m 등고로 높낮이를 그리는 등고선 촬영 장치로 얼굴을 찍고 특수 자로 얼굴을 5백 군데 측정해서 각 부분의 길이, 비율, 형태를 측정하고 수치화하는 거예요. 얼굴을 3차원으로 ‘계량’하는 거지. 그렇게 전국을 돌며 2만여 명의 얼굴을 측정했어요. 그런 다음 지역형, 씨족형 등 1백여 종의 한국인 얼굴을 복원한 두상을 만들었지. 그러고 나자 곳곳의 가문에서 조상의 얼굴을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들어왔어요. 한데, 공부는 남이 한 것을 빼먹는 게 가장 이득 있는 거거든. 이 얼굴학은 남이 연구해놓은 게 없으니 빼먹을 게 있나. 연구 방법도 만들어야 하고 그 방법이 옳은지도 판단해야 하고, 그만큼 경비나 노력도 많이 들죠.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기 위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심원 상에 있는 중국, 일본, 태국, 위구르, 네덜란드 등을 돌았는데, 유전 형질이 잘 보존된 오지를 주로 돌다 보니 고생도 했지. 남들이 ‘그런 것 해서 뭐해’ 손가락질할 때 아내만이 날 밀어줬어요. 재미나서 하는 일이라 정작 난 힘든지도 몰랐고. 흐흥.”

이후 동경예술대에서 미술해부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얼굴 박사님’은 뇌를 연구해 베이징원인(기원전 50만 년경의 고인류 화석), 도쿠가와 이에야스, 6천 년 전 통영에 살던 무명씨 등 수백 개의 두상을 만들었고, <악학궤범>을 토대로 처용 탈을 복원했습니다. 미스코리아 1백28명의 신체 조건도 측정했습니다(우리는 한국적이지 않은 얼굴을 미로 받아들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우주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얼굴이 얼마만큼 붓는지 분석하기 위해 ‘2008 한국 우주인용 모아레 장치’라는 걸 발명해 우주인 이소연 씨와 함께 우주선에 탑재했습니다. 발명가 다빈치의 뒤도 잇게 된 겁니다. 그러는 사이사이, 오래 연구하려면 작은 숨통이 있어야겠다 싶어 노래도 불렀습니다. 다빈치가 유명한 가수였다는 걸(다빈치가 남긴 그림은 열두 점뿐이고 완성작은 서너 점에 불과하다. 그는 가수를 하며 생계를 이었다) 알고는 성악도 공부했다지요. 우리 시대의 참미인이 무엇인지 연구해 <미인>이란 책도 펴냈습니다.

“얼굴을 연구해보니 사람 얼굴이 다 달라 보이지만 그게 큰 차이가 아니더라고. 머리끝의 발제점에서부터 턱밑 설골점까지 얼굴 중앙의 연장선 길이를 곡선으로 재면 265mm예요. 얼굴이 큰 사람도 작은 사람도 거의똑같아. 얼굴이 크다라고 인식하는 건 뇌에서 증폭해서 해석하는 거지, 자로 재보면 5mm 이상 차이가 안 나요. 본질적으로 사람은 같다는 거지. 그런데 우린 이 미세한 차이 가지고 예쁘다, 못생겼다 판단하는 거야. 사실 예쁘다는 것도 예쁜 게 아니라 예뻐 보이는 거거든. 미인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미모관이 존재하는 거지. 그렇다면 어떤 얼굴이 미인이냐. 미인하고 보통 사람하고 얼굴을 재보면 2~5mm의 근소한 차이밖에는 안 나요. 그렇다면 정말 미인이란 무어냐? 미인은 쾌감을 주는 존재예요. 이 사람과 결혼할 욕심을 부릴 처지도 아니고, 나한테 돈을 갖다주지도 않는데 괜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뇌에서 쾌감이 생겨나면 미인이에요. 바로 우리 머릿속에 형성된 미모관에 잘 부합하면 미인인 거지.

그리고 왜 사람 얼굴 보면 어떻게 살았는지 다 보인다잖아. 한 화가가 예수 닮은 모델을 그리고 몇 년 후에 유다의 모습을 닮은 간악한 모델을 찾았더니 같은 사람이었대요. 그게 맞는 거더라고. 표정을 만드는 근육과 신경섬유는 연결돼 있어서 시시각각 감정 변화가 얼굴에 나타나거든. 그 근육을 오래 쓰면 굳어지는 거고. 좋은 생각을 3일 하면 좋은 얼굴로, 나쁜 생각을 3일 하면 나쁜 얼굴로 바뀌어. 곱게 늙으려면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야. 일생 얼굴과 뇌를 연구하며 살아보니 깨닫는 게 하나 있어요. 사람은 본질적으로 같은 재료로 구성돼 있어요. 능력이나 성품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면 그건 이 사람의 그 유전자가 발현됐느냐, 발현되지 않았느냐의 차이지 그 유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더라고. 그 이야기는 ‘사람이 할 바는 결국 노력이다’ 이거예요. 내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35명의 얼굴과 뇌를 조사했잖아. 세계 1등인 사람들이거든. ‘분명 그들에겐 하늘로부터 받은 재능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연구했는데 금메달을 따는 사람은 코치가 하라는 대로 끝까지 하는 성실한 사람이었단 말이죠. 나는 생물로서의 몸을 평생 연구했지만 오히려 인간은 정신적 존재라는 걸 깨달았어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 어떤 교육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감춰진 유전자도 발현되고 자기가 가진 천분도 펼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얼굴 이야기, 뇌 이야기라면 늘 눈빛에서 새잎이 돋는 예순한 살의 어른이 내놓는 빛과 소금 같은 철학입니다. 좋은 마음 먹으며 성실하게, 곱게 살아야겠습니다.

화석 인간이 된 다빈치 “사실 이거는 솔직한 얘기인데, 예순 살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게 있어요. 기왕 동양의 다빈치가 되기로 했으면 1백 년 후, 5백 년 후를 내다보고 5백 년 후의 다빈치로 추앙받을 수 있게 준비하고 노력했어야 하는데, 나는 5백 년 전 이탈리아 사람을 흉내 내면 되는 줄 알고 평생 다빈치가 한 걸 그대로 따라 한 거예요. 그림 그리고 해부학 공부하고 발명하고 노래도 하고 독창회도 열고, 독창적으로 연구한 책도 여러 권 내고. 생각해보면 나는 5백년 전의 화석 인간이 된 거지.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인생이 다 흘러가버린 후예요. 슬픈 얘기지.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도 없고, 나는 평생 재미있어서 산 거니까 뭐….”
서글픔이 그 얼굴을 잠시 스쳐 지나갑니다.‘화석 인간’이란 말이 녹처럼 마음에 가라앉습니다.
“근데 난 꿈이 하나 있어요. 동양인형 해부도보 東洋人形 解剖圖譜를 죽기 전에 내 손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 우리나라 의대에서 쓰는 해부도보는 독일의 메디컬 아티스트가 1920년대에 만든 거거든.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한국형 해부학 도보를 잘 만드는 게 내 남은 꿈이에요. 한데 이것도 내 호기심 때문이지. 흐흐흥.”
여전히 붉은 꿈과 연애하는 사람. 자신이 치열하게 산 건 소명의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저 삶이 준 ‘자신의 길’에서 신나게, 열심히 산 흔적일 뿐이라는, 이 겸손한 사람. 그를 상대로 짧은 질문과 긴 답의 게임을 마친 후 든 생각은 그는 필적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겁니다. 밥도 집도 안 되는 일에 일생을 몰두하며 자신을 담금질하고 풀무질해온 몽상가. 어른이라기엔 너무 순수하고 아이라기엔 너무 심오한 예순한 살의 천재 .

(왼쪽) 미인이 되고 싶다면 해부학적, 인류학적으로 미인의 비밀을 밝힌 <미인>을 꼭 들여다보길.


조용진 교수가 밝힌 미인의 비밀

인류학적 계통에 따라 미인을 나누면

1 남방계 미인형 1만 2천 년 전부터 2천 년 주기로 동남아시아에서 한반도의 서남해안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의 유전형질을 많이 가졌다. 해부학적 특징으로는 눈이 크고 눈썹이 길고 진하며 피부가 희지 않은 편이고 모발은 굵다. 이들은 전통 미인형을 밀어내고 새롭게 등장한 현대 미인형이다.
2 알타이 북방계 미인형 시베리아 바이칼호 서쪽에서 빙하기를 지내고 비교적 늦은 시기인 2천5백 년 전에 한반도로 이주한 형이다. 피부가 희고 키가 크며 뼈가 가는 편. 중안이 길기 때문에 성숙하고 고상한 인상을 풍긴다. 쌍꺼풀이 없고 입술이 얇은 편.
3 퉁구스 북방계 미인형 시베리아 바이칼호 동쪽에서 빙하기를 지내고 1만 년 전부터 내륙을 통해 남하해온 형이다. 한국인 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은 가장 한국인다운 미인형에 속한다. 얼굴이 동그란 편에 눈썹이 흐리고 짧으며, 쌍꺼풀이 없고 코와 입이 작다. 서양인이 보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형.
4 중간계 미인형-통일신라 시대 이후, 남방계형과 북방계형의 결혼으로 많아진 얼굴형. 해부학적 특징은 북방계와 비슷하나 훨씬 부드러운 인상이다. 쌍꺼풀이 없거나 얇게 있다. 산업사회 이후 원거리 결혼의 증가로 이런 미인형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용모와 인상에 따라 미인을 나눠보면 며느릿감과 아냇감이 달라요!

1 고상한 미인형 고상한 인상의 미인으로 평가를 받은 고순위의 합성 얼굴이다. 전체적으로 알타이 북방계 미인형 요소가 많아 해부학적 특징으로 보자면 쌍꺼풀이 없고 중안이 길다.
2 화려한 미인형 ‘고상하다’와 대치되는 개념이다. ‘섹시하다’와 통하고 친근감, 한국적, 전통적 인상과 거리가 있다. 눈의 안쪽 흰자위가 많이 보이고 눈 사이가 넓다. 중안이 전체적으로 돌출해 있으며 하안이 홀쭉하고 긴 편에 속한다.
3 며느릿감 미인형 50대 이상 여성들이 생각하는 며느리감 고순위의 합성 얼굴이다. 아냇감 미인형과 약간 차이가 있는데 고상한 미인형과 친근한 미인형에 가깝다.
4 아냇감 미인형 해부학적 특징으로 볼 때 화려한 미인형과 가까운 얼굴. 따라서 젊은 남자층은 아냇감의 조건으로 고상미와 여성미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이 자료는 조용진 교수의 저서 <미인>에서 발췌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보다 많은 미인의 연구 자료가 <미인>에 수록돼 있습니다.


내 얼굴을 판정해보세요!


현대 한국 미인은 이렇게 생겼다!
현대 한국 미인은 남방계형 특징을 많이 띠고 있다. 눈썹이 길고 쌍꺼풀이 있으며 눈이 크다. 눈이 크다는 건 안구가 크다는 것이고 그 말은 두개골의 안와(눈구멍뼈)가 크다는 것이다. 자연히 두 눈 사이가 약간 멀다. 또 안와가 크기 때문에 아래 눈시울의 만곡(활 모양으로 굽음)이 더 크다. 이마는 볼록하고 이마의 가로폭이 넓다. 또 하안(얼굴 아랫부분)이 작고, 입이 안쪽으로 들어간 옥니가 많다. 입술은 두껍고 콧등이 높은 대신 코가 짧다.

가장 한국적인 미인은 배우 최지우?
극단적인 남방계형이나 극단적인 북방계형은 한국인 중에서 미인으로 꼽히기 어렵다. 시각적으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시각적인 쾌감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우리가 말하는 미인형은 한국인의 평균에 가까운 형이다. 배우 이영애 씨는 북방계형 미인이고, 채시라, 한가인, 손예진 씨 등은 남방계형 미인의 대표다. 가장 한국적인 미인은 최지우 씨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호불호가 아니라 데이터로, 대중의 눈으로 꼽은 것. 역대 한국 남자 배우 중 가장 한국적인 미남 배우는 김진규 씨라고 할 수 있다. 최무룡 씨는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1차형 남방계다. 그 아들인 최민수 씨 역시 남방계형. 장동건 씨는 얼굴 유전자형으로 보면 남방계형이고, 조승우, 차인표 씨도 남방계형이 조금 더 우세하다. 이정재 씨는 북방계형이다. 현재 한국의 연예계는 남방계가 대세다. 눈・코・입이 커야 화면에서 시선을 끌기 때문. 우리나라 사람 중 20%밖에 안 되는 남방계가 한국 연예계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글 최혜경 기자 사진 하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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