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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 둘이 행복하게 사는 우리는 무자녀 가족

처음에는 사랑으로, 나중에는 아이 때문에, 늘그막에는 정으로 사는 게 부부라고요? 이 이야기 속에는 ‘세상이 뒤집혀도 아이가 있다 면 우리 부부는, 우리 가정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숨어 있다는 걸 아시나요? 대한민국 가족에게 아이는 절대 신앙, 종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믿음은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없는 다른 가족을 배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무례하고 무책임한 말을 내뱉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없다고 하면 생판 모르는 사람도 ‘그 좋은 걸 왜 안 낳느냐’고 간섭합니다. 친인척이나 지인들도 지나가는 말로 “그래도 낳아야지”라며 말끝을 늘립니다.

“애를 안 낳으면 예순이 돼도 철 안 든 거고, 어른 아닌 법이지”라는 가히 폭력적인 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한국은 전 사회적으로, 일상적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는 사회 같습니다(저출산 문제는 좀 다른 이야기니, 여기서는 그 딴죽을 걸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우리 사회에서 아이 없는 사람은 ‘불쌍하거나’ ‘이기적이거나’ ‘불안정하거나’ 이 셋 가운데 하나로 ‘찍힙니다’. 이혼소송 부부의 45.7%가 ‘무자녀’(2009년 <사법연감>)라는 통계라도 나오면 단박에 들이대며, 이것 보라며 무자녀 부부에게 출산을 독려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엔 생각보다 아이없이 부부만 사는 삶을 충실하게, 행복하게 꾸려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불임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이유에서거나, 아이 낳기를 미루다 ‘생체 시계’가 멈춰 아이를 못 낳게 됐거나, ‘둘이 행복하게 살다 가자’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무자녀 부부가 된 경우입니다. 그 사정이야 어떻든 이들은 편견과 달리 아이라는 관계의 징검다리가 없이도 상당히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녀가 결혼과 가정을 완성시키는 필수 조건인가, 결혼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이 만난 두 쌍의 무자녀 부부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당신이 무자녀 부부라면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그러하다면, 그리고 그들을 불쌍하거나 이기적인 이들로 ‘찍어온’ 무례한 간섭쟁이였다면 꼭 들어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왼쪽) 오순환, ‘민불 民佛’,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193×130cm, 2000

 

 

작품 이미지 제공 오순환(화가) 캘리그래피 강병인

기획과 구성 최혜경 기자 디자인 안진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