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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퍼포먼스가 하나 된 음악극_보고, 듣고, 느껴라
설탕과 프림이 골고루 들어간 다방 커피가 커피 중에 제일이라면 음악, 퍼포먼스, 미술, 문학이 골고루 섞인 음악극도 공연 중에 으뜸이다. 풍성한 공연 소식이 들려오는 봄, 가족 구성원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음악극 몇 편을 소개한다.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는 익숙한 말이지만 음악극이나 총체극 같은 용어는 정확히 어떤 개념의 공연을 의미하는지 알쏭달쏭하게 들린다. 지금까지의 공연 형태 중 가장 진화한 버전인 음악극은 단순히 음악이 흐르는 공연이 아니라 연극적 요소, 음악적 요소, 회화적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를 취한다. 물론 발레나 오페라, 뮤지컬 등도 이러한 요소를 포함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음악극 안에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음악극이 가장 광범위한 공연 형태로 인식되는 것은 음악이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 문화의 전방위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에서 관객에게 물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거나 오페라 무대에서 클래식 음악이 아닌 팝송을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음악극에서는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또한 음악극은 무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도 그 형태를 찾아 볼 수 있다.

(왼쪽)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사실적인 무대 장치로 관객은 음악극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음악극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시골에서 치르는 장례 행렬을 떠올리면 된다. 가마채를 잡고 상여를 멘 사람들, 영정 사진과 향로, 상주의 곡소리….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제례 의식이나 수렵 무가 음악극의 기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신제 洞神祭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시기의 음악극은 제사를 위한 춤이나 놀이, 그와 결합한 하나의 종합 예술 형태를 띠고 있다. 일상적 삶의 모습이 극화된 줄거리를 통해 시나 노래, 무용과 합쳐진 혼합극.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서는 이러한 혼합극의 한 형태로 오페라가 성행했다. 19세기 독일의 오페라 작곡가인 바그너는 음악만을 중시한 오페라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시ㆍ음악ㆍ무용ㆍ회화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종합극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서양 음악극의 원류인 ‘뮤직 드라마 music drama’이다. 그렇게 발달한 음악극은 현대에 와서는 퍼포먼스, 미술, 의상, 조명을 포함한 무대와 대본이 결합된 극적인 요소가 음악에 녹아들어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주는 공연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러시아의 미학자 코시노프 Koshinov는 음악극을 “신체, 음향, 언어로 이루어진 종합예술”라고 부르는가 하면, 비평가 진중권 씨는 “음악적이고 극적인 요소뿐 아니라 시, 문학, 미술, 무용이 긴밀하게 내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완벽한 종합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또 최근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이 활발해지면서 교육부에서 동화, 동시의 내용 또는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극화하거나 노래극으로 구성한 창작극을 ‘유아 음악극’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음악극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공연자와 관람자가 분리되지 않고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관람객은 음악극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노래와 동작을 통해 다양한 표현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서울대 작곡가 교수이자 음악극 단체 TIMF 앙상블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작곡가 최우정 씨는 “음악극은 타인의 경험을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음악극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자는 자신의 심리 상태나 감정을 재빨리 인식하는 능력이 향상 되고, 심리적 통찰력도 풍부해지죠. 분노나 흥분, 우울, 불안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에도 음악극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의 경우 음악극을 통해 집중력이나 창의력이 발달하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도 음악극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게 되죠”라고 조언한다. 음악극은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강화되고, 무대장치가 좀 더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시나 회화 같은 순수예술을 음악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주는 감동이 더 크다. 국악이나 판소리가 주류를 이루는 공연부터 어린이를 위한 동화극까지 3세대가 같이 볼 수 있는 공연이 많다는 점도 감동 포인트. 자, 여기 몇 편의 음악극을 소개한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무엇을 보러 가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예술적 경험에 관객은 더욱 열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확신이 없을 때야말로 우리는 고정된 지각 구조를 뿌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엔 살롱 하나, 집 한 채, 호텔 방 하나가 있지만 그것이 뭔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보게 될 것은 듣는 것만큼의 경험일 것이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길 원한다.”
_하이너 괴벨스

힐리어드 앙상블의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중세와 현대를 조명하는 특색 있는 레퍼토리를 숭고한 목소리와 정제한 음악으로 선보이며 클래식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4인조 아카펠라 그룹 ‘힐리어드 앙상블’이 유럽 최고의 음악극 거장으로 꼽히는 작곡가 겸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와 만났다. 연극, 퍼포먼스, 콘서트를 결합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제목부터 심상찮다.
<그 집에 갔지만, 들어가진 않았다 (I went to the house, but did not enter)>는 괴벨스의 기존 작품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줄거리 없이 75분 동안 힐리어드 앙상블의 아카펠라와 시 낭독으로 전개된다. 괴벨스가 사랑한 사뮈엘 베케트, 모리스 블랑쇼, T.S. 엘리엇의 작품을 주제로 자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이 과정은 작은 살롱, 거대한 벽돌집, 쓸쓸한 어느 호텔 방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괴벨스는 힐리어드 앙상블의 아카펠라 선율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비디오 영상이나 무대 이미지를 사용해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3월 26일~27일 LG아트센터 에서 열린다.
문의 02-2005-1427

코러스를 강조한 신개념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그동안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출가로 활동해온 서재형 씨가 소리와 음악, 움직임과 이미지로 치밀하게 조직한 신개념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를 선보인다. 시인 소포클 레스가 쓴 전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을 바탕으로한 이 작품은 음악과 춤을 비롯한 퍼포먼스적 요소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재형 씨는 과감하게 일반 객석을 텅 비운 채 무대 위에 객석을 만들고, 미니멀한 무대 세트 위에 빛과 영상으로 이미지를 조합해냄으로써 단순하고 평면적 공간을 입체적으로 탈바꿈시켰다. 극작가 한아름 씨가 고전에 기반해 최대한 절제한 언어로 다시 쓴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는 최우정 교수가 만들어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또 배우들은 가장 원초적 표현 수단인 몸짓으로 인간의 본능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번 작품은 특히 코러스에 비중을 두어 기존의 ‘오이디푸스’가 지닌 비극성과 관념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그 광기와 처연함을 보다 강렬하게 전달한다. 4월 26일~5월 1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02-2005-1427

피아노 독주와 극음악의 모음
TIMF 앙상블 프렐류드

‘프렐류드 prelude’는 무용극, 뮤지컬, 연극, 음악극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5개의 프렐류드(전주곡)까지 극음악을 한데 모은 공연이다. 공연에 사용한 모든 곡은 TIMF 앙상블의 예술감독이자 작곡가인 최우정 씨가 만든 것으로, 클래식뿐만 아니라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 곡이 대부분이다.
최우정 씨는 클래식, 연극, 실험적 음악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등 여러 분야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온 작곡가로 각 분야의 다양한 요소가 두루 섞여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탄탄하고 세련된 기법의 음악을 추구하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거슈윈이나 번스타인의 뮤지컬 음악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달콤한 모음곡을 들려준다. 이 공연 역시 단순히 음악에만 국한한 작품이 아니라 조명과 영상, 무용 등 다채로운 장르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4월 15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문의 02-3474-8317

장애인 극단 Nalaga’at의
<빵만으론 안 돼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극 축제이다. 세계 유수 단체와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이 축제는 오는 5월 10일 개막해 5월 28일까지 의정부 예술의전당과 의정부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며, 프랑스ㆍ러시아ㆍ미국ㆍ호주ㆍ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초청한 80여 개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빵만으론 안 돼요>는 시청각 장애가 있는 배우들로 구성된 이스라엘의 날라 갓 장애인 극단 (The Nalaga’at Deaf Blind Theatre Ensemble)이 만든 공연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창단한 이 극단은 정부와 기업, 민간의 후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악극 <빵만으론 안 돼요>는 11명의 배우가 실제로 빵을 구우면서 각자의 순수한 꿈과 삶에 대한 정직한 태도를 감정으로 표현해낸다. 공연 중 무대에서 북장단 소리가 자주 들리는데, 이는 새로운 장면의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으로 장애인 극단만의 독특한 무대 표현법이다. 이 음악극의 관계자는 “어떤 배우는 북을 치는 손을 볼 수 없고, 어떤 배우는 북소리를 들을 수 없죠. 그래서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만들게 된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75분의 공연 시간 동안 무대 위의 배우들이 빵을 완성한다는 점도 이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5월 10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왼쪽) <빵만으론 안 돼요> 75분간의 공연이 끝나는 순간, 배우들이 만든 빵도 완성된다.
문의 031-828-5895

북청사자놀이와 설화의 만남
<북청사자야 놀자>

우리 문화유산에는 탈을 도구로 하는 민속놀이나 민속 예능이 적지 않지만 이것을 소재로 한 공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뭄 현상에 단비처럼 내린 공연이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은 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 씨와 함께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공연에는 함경도의 북청사자놀음, 황해도의 봉산탈춤, 강령탈춤, 경기도의 양주별산대놀이, 경상도의 오광대놀이 등 우리나라 전통 탈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음악극 첫 부분에 등장하는 네 처녀가 사방신을 위해 춤추는 장면과 무녀가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달라고 축원가를 부르는 장면은 봉산탈춤의 사상좌를 변이한 것이고, 사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북청사자놀음에서 따왔으며, 남녀의 갈등이나 양반에 대한 풍자는 양주별산대놀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전통 탈춤을 현대 가면극이나 실험극 형태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퉁소ㆍ북ㆍ징ㆍ장구 등 다양한 전통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 4월 17일까지 열린다.
문의 02-2261-0514

동성애 가족사를 그린 신체극
<욕망의 파편>

4명의 등장인물이 자신과 타인 간의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판타지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 <욕망의 파편>은 프랑스의 음악 극단 도자듀 Dos A Deux가 만든 음악극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영감을 받은 두 남자 앙드레 퀴티와 악튀 리베로는 도자듀를 창단하고, 연구와 안무 작업을 함께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제스처 연극’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안무가 가미된 연극적 제스처와 원근감이 있는 오브제 그리고 신체 움직임의 확장이 주류를 이루는 이 작품은 신체극이라고 부를 만큼 인간의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오라에 집중한다. 동성애자인 아들과 아버지, 그들을 염려하는 집사 그리고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장님. 어둠 속에서 등장한 배우들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 얼어붙은 마음을 열고자 하는 욕망, 살고자 하는 욕망 등을 자유롭게 혹은 처절하게 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을 집중시킨다. 5월 13일 ~14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031-828-5895

세기의 걸작 <마라와 사드>
러시아의 최고 연출가 겸 배우인 유리 류비모프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음악극 <마라와 사드>.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하는 이 작품은 지적인 급진주의자 마라와 개인주의자 사드의 갈등을 통해 당시 프랑스 사회문제를 극대화하고 있다. 작가인 사드는 자신이 쓴 작품을 각본 삼아 정신병원 환자들을 데리고 공연을 하는데, 그들이 선보이는 노래와 탭댄스에 취해 관객은 한시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유리 류비모프는 러시아의 타강카 극장을 창설한 인물로 <세계를 뒤흔든 10일간> 등 전위적 작품을 선보여왔기 때문에 더욱 기대된다. 5월 27일~28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031-828-5895

그림을 무대 위에서 재현해낸 음악극 <화선 김홍도>
국립극장이 지난해부터 야심 차게 준비한 <화선 김홍도>가 올여름 관객을 찾아온다. 미술관에서나 감상할 수 있었던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매우 흥미롭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김홍도의 풍속화와 신선화를 소재로 그림 속에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음악과 춤으로 표현해낸다는 점, 김홍도가 본 풍경과 인물을 실제로 감상하는 것처럼 리얼리티를 살려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립극장장 임연철 씨는 “화가 김홍도와 그의 작품이 무대 위에서 활인화(분장한 사람이 적당한 배경 앞에 가만히 서 있어 마치 그림 속 인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로 펼쳐지면서 관객은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경험하게 될 것 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극본 배삼식, 음악 강상구, 안무 국수호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합류해 더욱 기대되는 공연이다. 7월 6일~16일 국립 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02-2280-4114
글 정세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