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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쓰는 가족 이야기] ‘남녀’가 아니라 ‘인간’의 결합 동성가족
이 시대의 가족 문화를 돌아보며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동성 가족’이라는 외로운 섬에 도착했습니다.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니 외롭고, 사랑을 사랑이라 외칠 수 없으니 외롭습니다. 거울을 보는 것 같아 나와 같은 ‘성, gender’을 사랑하게 됐지만 세상은 그들의 팔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음지에 숨을 수밖에 없어 정확히 얼마만큼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지만 우리나라에도 250만 명이 넘는 동성애자가 존재합니다.‘남녀’가 아니라 ‘인간’의 결합이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도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가족’을 이루고 삽니다
인간은 그 누구도 완전한 이성애자나 완전한 동성애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성적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있다면 저마다 1에서 10 사이 어디쯤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동성 가족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남녀가 만나 아이를 낳고 혈연 공동체를 이루는 것만을 가족으로 규정한다면, 이 세상에는 죽을 때까지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산을 이룰 것이다. 사회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지금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성 소수자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입 밖에 내는 순간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기 때문에 지구 상에 얼마나 많은 동성애자가 살고 있는지 정확히 산출할 방법은 없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음지에 숨어 산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국인 100명 중 1명은 자신과 같은 성(gender)을 가진 사람을 사랑한다. 그 수치는 해마다 늘어 최근 5년 사이엔 무려 12%나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체 인구의 약 5%가 동성애자라고 산출된다. 250만 명이 넘는 숫자다. 놀랍게도 동성애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데, 이 말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도 동성애자가 존재했다는 뜻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그런 사실이 언급되었다. “우리 학교 가사 선생이 다른 학교 미술 선생하고 그렇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은 점잖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두 모른 척을 했었지. 어느 가을에 두 사람은 사표를 내고 육지로 올라가 한 사람은 미술 공부하고 한 사람은 양장점 차려 뒷바라지를 했다더구먼. 쭉 둘이 같이 살다가 화가가 몹쓸 병에 걸려 그만 죽었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어.” 손자가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한 할머니가 바닷가에 앉아 허공에 대고 읊은 대사다. 겉으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뿐, 우리 주변에는 ‘동성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애착을 형성하고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동성의 커플만으로 구성되거나 그들의 생물학적 자녀, 입양 자녀, 의붓자식, 심지어는 이전 연인으로부터 형성된 구성원과 함께 사는 공동체 가족.’ 동성 가족은 현재 합법적으로
결혼이 허락되거나 법률상 동일한 호적 내에 존속할 수 없지만, 엄연히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동성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법적 보호 장치 없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동성애자 가족 구성권 운동’이 그 대표 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이나 공동체를 구성하고, 어떠한 공동체라 하더라도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동성애자 가족 구성권은 동성애자 역시 이성애자와 동등한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크게 세 가지 권리를 주장한다. 그 첫 번째는 ‘동성혼’이다. 동성 파트너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동성법은 현재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다. 1989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가 차례로 동성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했다. 두 번째는 ‘파트너십’이다. 동성애 가족 구성권 운동의 본질은 현재의 가족 이데올로기와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양한 가족의 평등을 요구하는데, 이를 위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많은 국가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동성 커플에게 파트너십을 부여하고 있다. ‘가정적 동반자 관계’ ‘시민 결합’ ‘시민 연대계약’ 등이 그 예다. 세 번째는 ‘공동체 가족’. 현실적으로 동성애자들은 혈연이나 애정 관계에 놓여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동성애자 친구끼리,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함께, 동성 커플이 함께 또는 동성 커플과 그 친구들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가족이 가능하며, 또한 실재한다. 이들은 단순히 ‘같은 집에 산다’는 의미에서의 하우스메이트 housemate일 뿐만 아니라 서로를 보살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으며 가족으로서의 의식을 지니며 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최익견 디자인 안진현 기자 자료 제공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참고 자료집 <동성애자 가족 구성권 자료집>참고 도서 <Is it a Choice?><성적 다양성-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게이 컬처 홀릭><대안적 가족제도>참고 사이트 www.cine21.com, www.yes24.com


글 정세영 기자 사진 민희기(인물), 박광수 기자(책)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