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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읽는 글 아무리 예쁜 아이도 밥값은 해야해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내게 쓴 편지에 엄마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엄마 냄새’라 하대요. 나도 아이 하면 살냄새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달콤한 그 냄새! 정말 좋아요. 아침마다 귀엣말로 아이를 깨우면 웃음기 어린 얼굴로 부스스 눈을 뜨는데, 꽉 깨물어주고 싶지요. 아이에게서 풍기는 향긋한 살냄새는 하루 종일 촉촉하게 코끝을 자극해요. 엄마에게 아이의 어린 시절은 옹알이, 예쁜 이 몇 개, 뒤뚱거리는 걸음마, 욕심스레 장난감을 움켜쥐던 작디작은 손, 깔깔대며 장난을 걸어오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어요. 언제라도 날 행복하게 하는 것들입니다.

늘 웃으며 두 팔 벌려 맞는 아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밥값은 하도록 가르쳐야 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자 아이에게 일렀어요. “엄마 아빠가 일을 하고 밥값을 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너희도 이제 학생이 되었으니 밥값을 하렴.” 아이가 밥값 하기란 ‘학교에 열심히 다니기, 숙제 성실히 하기, 수업 시간엔 선생님만 쳐다보기’ 이 세 가지를 잘하는 거예요. 밥값을 하곤 그 나머지 시간은 맘대로 쓰고 놀아도 돼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지요. 그걸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학교 열심히 다니기를 잘해야지요. 또 숙제 성실히 하기. 숙제하기가 힘든 아이에게 혼자 하기 또는 잘하기를 요구하지는 않았아요. 받아쓰기 50점을 맞는 작은아이에게 100점을 맞아 오라거나 혼자 다 하라거나 하지 않았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혼자 하면 그다음 부족한 부분은 살펴봐주었어요. 50점짜리의 그해 목표는 60점이었어요. 무턱대고 100점 맞기로 정하면 지레 겁먹고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 쉬워요. 1개만 더 맞기, 목표가 낮으니 이루기 수월하지요. 그 다음 해엔 70점으로 목표를 높여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졸업 전 100점짜리 학생이 될 수 있었어요. 쉬운 숙제는 혼자 하고 나머지는 궁리하다 저와 함께했어요. 날이 갈수록 혼자하는 양이 많아지더니 오래잖아 뭐든 스스로 하는 아이가 되었지요.

선생님만 바라보는 것, 그것도 학생의 기본 태도지요. 집에서 푹 쉬고 숙제 등의 수업 준비를 잘해 가지고 선생님과 마주해요. 그러면 수업 시간엔 딴짓 안 해요. 뒤에 앉은 아이가 장난치며 쿡쿡 찔러도, 옆에 앉은 아이가 만화책 보여주며 키득거려도 보지 않아요. 오직 선생님만 봐요. 마치 ‘얼음 땡’ 놀이를 할 때처럼 말이에요. 수업 시작종이 치면 ‘얼음’이 되는 겁니다. 조용히 수업에 열중해요.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어떤 손동작을 하는지도 살펴요. 쉬는 시간 종이 치면 그때는 ‘땡’. 맘껏 흐트러져도 돼요.

우리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잘 놀고 푹 쉬었기에 수업 시간에 졸지 않았어요. 또 학원에서나 학교에서 겹치기로 듣는 것이 아니어서 학교 수업이 언제나 이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재미있었다고 해요. 선생님께 집중하고 수업 시간에 열중인 아이를 어떤 교사가 싫다 하겠어요. 그 덕분에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고3까지 끊임없는 사랑을 받았어요.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밥값 하는 봄을 맞이해 봐요. 아직 아이가 어리다고요? 어린아이들 밥값 하기도 있어요. 어린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고 많이 웃으며 잘 노는 것이 밥값 하는 거예요. 여럿이 모인 데선 좀 조용히 해주면 더 좋지요.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으로 행복한 삶 누리세요!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아마도 이 글을 쓴 서형숙 씨를 잘 아실 겁니다.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엄마 되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2006년 9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에 ‘엄마학교’를 짓고, 후배 엄마들에게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의 비결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엄마도 공감할만큼 쉽고 재미있게 자녀 교육을 설파하는 서형숙 씨는 여러 매체에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탓에 이번 달을 끝으로 <행복> 연재는 끝나지만 그의 저서 <엄마 학교>를 통해 훌륭한 엄마로 거듭나는 법을 마저 전수받으실 수 있습니다.

글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캘리그래피 강병인 담당 정세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