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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읽는 글]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설

나이 한 살 더 먹는 설입니다. 떡국을 먹어 한 살 늘기도 하지만 365일 건강하게 살아야 기분 좋은 새해를 잘 맞을 수 있지요. 기쁜 추억이 쌓인 설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그런 추억,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차곡차곡 쌓으면 황홀한 인생이 됩니다.

우선 설엔 때때옷을 입어야지요. 남영신 선생님의 <우리말 분류사전>에 의하면 ‘때때옷이란 여러 색을 곱게 넣어 만든 어린아이의 옷’이랍니다. 보통 색동옷이라고도 하지요. 생각만으로도 눈이 스르르 감기고 웃음이 절로 나는 때때옷을 입고 어른들께 세배드려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 아이의 아이가 이만큼 자라 세배하는 것이 대견한데 고운 때때옷까지 입은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하시지요. 부모 마음도 마찬가지로 흐뭇합니다. 아이들도 새날, 새 옷으로 기분을 좀 내면 화사해진 자신의 모습에 뭔가 큰일을 한 듯 뿌듯해하지요.

전 아직도 20여 년 전 딸아이가 한복에 조바위를 쓰고 아장아장 걷던 기억, 어린 아들이 바지, 저고리, 마고자, 조끼, 전복에 복건을 쓰고 도령처럼 의젓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어려서부터 명절에는 꼭 한복을 입혀 키웠더니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한복 입는 것을 즐겨요. 보통때야 청바지에 간편한 옷을 입지만 국제 행사 등 큰 행사에 갈 때 맨 먼저 챙기는 것이 한복이지요.딸아이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울릴 때 한복을 입었는데 인기 최고였어요. 한복으로 당장 돋보인 데다 비슷한 얼굴의 동양인 가운데 누구나 기억하는 아이가 됐거든요. 아들은 모두 정장을 입는 고교 졸업식 때 우리나라 정장이 좋다며 한복을 입었어요. 많은 이의 찬사를 받았을 만큼 훌륭했지요.

참 신기하게도 한복을 입혀놓으면 왁살스러운 아이도 다소곳해져요. 걸음걸이며 태도가 눈에 띄게 차분해지는데, 특히 차를 대접해주면 딴 아이가 내 앞에 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예요. 차가 우러나는 동안 살피며 기다리고 차색과 향을 음미하기도 하고 눈을 감고 맛도 볼 줄 알아요.

명절에 한복과 세배, 차 마시기만큼 좋은 또 하나의 풍습은 윷놀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로 놀기를 좋아해 마을마다, 집집마다 윷놀이로 시끌벅적한 겨울을 보내지요. 옛 어른들은 윷판 이름이 머리에 들어 있어서 판을 펼치지 않고도 신나게 윷을 놀았어요. 판을 그려놓고 윷놀이를 해도 좋지요. 아이와 머리 맞대고 하는 놀이인데 무엇인들 재미없겠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윷놀이를 하다 보면 고 녀석들 꾀가 다 읽혀요. 또 해마다 자라는 아이가 보이지요.

아기일 땐 윷을 한가락씩 겨우 내던지던 아이가 좀 자랐다고 덥석 두 손으로 움켜쥐고 놀더니 꼬마 장군이 된 다음엔 이기려고 씩씩거리는 모습이라니…. 물론 더 자라서는 말판을 놓고 어떻게 가면 더 빨리 갈지 궁리하는 게 마치 바둑 고수가 수를 읽는 수준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명절 풍속을 배우는 것보다는 실제 해보는 것이 더 좋지요. 때때옷, 세배, 윷놀이로 신명 나는 설, 맘껏 누려봐요!

글 서형숙(엄마학교 대표) 담당 정세영 기자 캘리그래피 강병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