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디자인진흥대회 산업포장 수상한 최시영 씨 디자인, 공간에 '삶'이 숨쉬는 비결
공간 디자이너는 ‘공간’이 아닌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는 애시스 디자인 최시영 대표. 척박한 인테리어 시장에서 디자이너를 브랜드 가치로 내세우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한 그가 국가 산업에 공헌한 과업을 인정받아 대한민국디자인진흥대회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디자인의 대중화로 사회와 소통하는 그를 만났다.


나눔과 자연의 소리를 콘셉트로 한 ‘퀸덤’은 골든 스케일 베스트 디자인 어워즈를 수상했다.

20년간 디자인계에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2월 7일 대한민국디자인진흥대회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한 애시스 디자인 최시영 대표. 수상을 축하한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혹시 월드컵 주경기장을 누가 설계했는지 알고 계시나요?”

‘건축가’가 설 곳 없는 사회를 통탄하며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류춘수 씨다. 안 그래도 요즘 방송과 신문에서 ‘설 곳 없는 건축가’에 관한 기사를 왕왕 볼 수 있었는데, 축하에 앞서 바로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었다. “준공식할 때 기념 축사에 건설 회사 사장의 이름은 나오지만 설계자 이름은 언급되지 않아요. 심지어 초대받지 못할 때도 있지요. 단순히 준공식에 참석하거나 박수를 받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중국광저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누가 설계했는지 알면서 상암 월드컵 주경기장은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저 ‘우리 문화 수준이 딱 그만큼이니까’라고 탓하고도 싶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디자이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생각을 곱씹을수록 바로 선진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포장(산업과 국가 발전에 공로가 인정되는 이에게 ‘나라’가 주는 최고의 상)’은 이런 상황에서 수상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왼쪽) 그린과 책을 테마로 한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관. 지난 2009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했다.
(오른쪽) 공간 디자이너 최시영 씨.


“국가에서 주는 상이다 보니 양식이 따로 있더군요.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 공로 부문’을 공문 양식으로 적고 거기에 대한 증빙 자료를 첨부하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애시스 디자인 직원들이 꼬박 한 달을 매달려 그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수상자 후보로 선정된것뿐인데, 이 많은 작업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작업을하면서 느낀 게 많았단다. 힘들었지만 그동안의 작업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적 사항 맨 첫 줄에 ‘대한민국 최초의 디자인 페어’를 꾹꾹 적어 넣으면서 처음으로 디자인 페어에 참여하던 때의 초심이 떠올랐다. “리빙디자인페어는 1994년 탄생 때부터 참여해 함께 성장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주체가 되어 전시 문화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어떤 작품을 했고 강의를 했는가를 넘어 세계화에 발맞춰 한국의 디자인을 알리고, 지방 문화 발전에 힘쓰고, 디자인을 대중화하는 데 한몫한 공적 사항을 하나둘 적다 보니 스스로 상을 주고 싶을 만큼 흥분되고 기대도 되더란다.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최시영 대표가 유일하게 포상을 받았다. “지난날을 스스로 정리하고 상을 받은터라 왠지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컸어요. 처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상을 받게 되었다고 알렸어요. 누군가는 이런 상을 자꾸 받아야 해요. 그래야 젊은 세대에게 동기부여가 될 테니까요.”


(왼쪽) 평택 장안 북 시티 모델하우스의 로비 전경.
(오른쪽)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갤러리 하우스 유미재는 AIDIA(아시아 실내디자인학회 연맹) 은상을 수상한 작품.


행동을 유발하는 ‘그린 디자인’은 계속된다 그는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화하는 데 솔선수범한 디자이너다. 천년전주명품 ONN의 디자인 고문을 맡아 전국 방방곡곡의 숨은 장인들의 작품을 발굴해 현대화하고, 한식 문화 전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G20으로 최근 몇 달간 이슈가 된 호텔 디자인 분야에서는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과 서울팔레스호텔 리뉴얼에 참여해 현대적 호텔 공간에 한지, 창살, 디딤돌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접목했다. 또한 2008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책을 테마로 한 아파트인 ‘북 시티’를 선보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리뉴얼한 서울팔레스호텔 스위트룸.

지난 20년간 굵직굵직한 활약을 선보인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행동을 유발하는 디자인’. 최근에는 가든에 주목하고 있다. 거실을 넓게 쓰기 위해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과는 반대 개념이다. 거실을 줄이고 덱 deck을 넓게 만들어 가드닝을 즐기는 것이다. 최근 판교에서 진행 중인 타운하우스에는 모두 텃밭을 만들고 지하까지 선 큰 가든 sunken garden(지표면보다 낮은 정원)으로 계획했다. 다음 계획은 ‘시골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란다. “영국 시골 동네에 가면 특이하게도 아이를 위한 핸드메이드 옷 가게가 많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러 오는 손자 손녀를 위한 옷 가게까지 생각한 거죠. 그걸 보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뭘 줄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매일 골프 치는 것으로 기억되기보다 텃밭에서 기른 싱싱한 당근을 캐서 케이크와 주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현대 주거 공간에 콘셉추얼한 ‘밭’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최시영 대표. ‘집’이 단순한 상품이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것을 피력해온 그의 의미 있는 행보가 기대된다.

최시영 대표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디 자이너&건축가. 1994년 서울리빙디자인 페어 ‘디자이너스 초이스’ 주제 전시를 시작 으로 2009년 ‘그린이란 아날로그적인 여유 다’라는 메시지까지, 아날로그적 정서와 자 연, 전통을 접목한 공간을 선보인다. 홍익대 학교 건축가와 건축도시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회장을 역임. 현재 애시스 디자인 대표로 호텔, 아파트 등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사진 제공 애시스 디자인(02-794-7924, www. livingaxis.com)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