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재혼 가족_전문가 조언]최성애 박사의 재혼 부부를 위한 행복 지침서 무지개는 비 온 뒤에 뜬다
세계 최고의 부부 치료 전문가로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가트맨 박사는 재혼을 한 사람입니다. 그의 아내이자 워싱턴 주 최고의 부부 치료사로 선정된 바 있는 줄리 가트맨 박사 또한 불행한 첫 결혼을 끝낸 뒤에 존 가트맨 박사를 만나 두 번째 결혼을 해 30년 넘게 행복하게 지내오고 있습니다. 이혼한 사람의 75%가 재혼을 한다고 합니다. 또 43%의 결혼은 배우자 중 한 명이 재혼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물론 미국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이혼율이 미국과 엇비슷하게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재혼 가정의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재혼 부부가 어떻게 새롭게 더 큰 행복을 이뤄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복 도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행복한 재혼 부부가 되는 3가지 도구
가트맨 박사의 36년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려면 7단계의 ‘가트맨식 행복한 집 만들기’가 있는데 이를 다시 크게 셋으로 분류하자면 1)우호감 증진, 2)갈등 관리법, 3)감정 공감입니 다. 행복한 집 만들기 7단계 중 첫 네 단계는 ‘우호감 증진’에 해당하고, 다섯 번째가 ‘갈등 관리법’이며, 나머지 6·7번째는 ‘감정 공감’입니 다. 이 세가지 도구는 어떤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특히 재혼 가정에 적합한 예를 들어 한 가지씩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호감 증진 기술
1 사랑의 지도
어떤 관계에서든 서로의 내면세계를 아는 것은 관계의 기초이며 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특히 재혼 가정 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 가치관, 생활 방식, 문화 차이 등이 있어서 서로의 내면세계를 아는 것이 오해를 막고 신뢰감과 유대감을 키워가 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왼쪽)
이수동, ‘男子’, 캔버스에 유채, 40.9×53cm, 2010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 전 제게 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는 각자 한번씩 결혼을 했다가 아이 하나씩을 낳고 이혼한 뒤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동거 중에 임신을 해서 재혼한 부부였습니다. 이들은 재혼한 후 2년 동안 너무 싸우다 지쳐서 다시 이혼을 하려다가 겨우 두 돌도 안 된 아기를 또다시 엄마, 아빠 없는 아이로 만들기 싫어서 제게 부 부 상담을 받아보기로 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서로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친척 중에 가장 좋아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어릴 때 가장 자랑스러 워한 것, 가장 수치스러웠던 것, 요즘 가장 스트레스받는 일, 가장 두 려운 일 등을 서로 놀이식으로 ‘추측 게임’을 하면서 말해 보게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재혼 당시 서로의 ‘조건’을 맞추는 데 급급해 내면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결혼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어릴 때 가장 수치스러웠던 일이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 없는 애라는 말을 들었을 때”라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가장 자랑스러 웠던 것은 누나가 엄마 역할을 해주었을 때”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대뜸 남편에게 “미안해”라고 손을 잡으면서 용서를 청했습니다. 시누이가 마치 시어머니 행세를 하는 것 같아서 ‘시누면 시누지 왜 시어머니 행세하나?!’라며 오해하고 불쾌하게 여기며 따지고 싸운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또 남편은 아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다시 이혼해서 두 번째 아이도아빠 없이 키우게 될까봐”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부부 싸움할때마다 “이혼하면 되잖아!”라고 호통치던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면 서 다시는 이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고 “이번 아기는 끝까지 부모 역 할을 함께하자”라고 말해 아내의 불안감을 순식간에 녹여주며 서로 동지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사랑의 지도’에서 부부가 나누는 레퍼토리는 상대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가장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배우, 가장 좋아하는 색깔, 가장 아끼는 소지품등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지도는 친자녀뿐 아니라 혼합 가정의 자녀끼리도 해보면 서로 친밀감이 생기고 신뢰감도 커지게 됩니다.

2 호감과 존중 대개 철없을 때 연애하다가 하는 첫 결혼과는 달리 재혼 때는 알게 모르게 실리적인 것을 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만큼 해주면 상대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또 재혼의 경우 남편이나 아내가 처가와 시댁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뿌리내리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첫 결혼처럼 결혼식 마치고 폐백 드리고 나면 자동적으로 ‘우리 사위’ ‘우리 며느리’라고 덥석 받아들이기보다는 ‘과연 우리 식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찰과 시험 기간을 더 오래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서로의 장점을 최소한 50가지씩 적어보고 서로 말해주며 자주 볼 수 있도록 집 곳곳에 붙여두면 뿌리 내리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쌓인 고마움과 호감이 보다 부드러운 행동을 유발하고 그러다 또 긍정적 감정이 쌓이면서 ‘사랑이 사랑을 낳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장점을 일가친척이나 주변 사람들 앞에서도 자주 표현하면 둘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면서 주변의 지지와 격려를 받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3 다가가는 대화 가트맨 박사는 부부 중 한쪽이 먼저 말을 걸 때에는 대개 그 안에 숨겨진 욕구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때 상대가 말 걸기에 대해 어떻게 응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올라갈 수도 있고, 낮 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여보, 이번 주말에 영화 보러 갈까?”라고 말을 걸었을 때 “나 영화 보는 거 싫어하잖아. 그리고 영화 보러 갈 시간 있으면 집이나 좀 치워라”라고 즉각 반박하거나 비판을 하면 ‘원수 되는 대화’가 됩니다. 말을 꺼낸 상대는 무안하고, 화나고, 슬프기조차 할것입니다. 만일 영화 보러 갈까 하는 아내의 제안에 남편이 “나 배고픈데 밥 좀 줘”라고 대답한다면 ‘멀어지는 대화’입니다. 상대의 말과 상관없는 주제로 대화를 바꾸거나 아니면 상대의 말 걸기에 담긴 욕구를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정서적 괴리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가가는 대화’를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당신 영화관 가고 싶구나?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데?” 이렇게 관심을 보이고 경청하거나 수용하면 말을 꺼낸 상대는 꼭 영화관에 함께 가지 않는다 해도 일단은 존중받은 기분이 들고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다음 말이 더욱 부드럽게 나올 것입니다.

다가가는 대화는 ‘감정 공감’에 필수이고, 새 가족이 합쳐질 때 우호감을 쌓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일단 새 구성원들 사이에 다가가는 대화를 하게 되면 적대감이 줄어들고 수용과 경청을 함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4 긍정적 감정의 밀물 현상 이렇게 서로의 내면세계를 잘 아는 ‘사랑의 지도’, 서로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며 호감, 존중, 감사와 배려를 자주 느끼고 표현하는 ‘호감과 존중’, 그리고 상대의 말 걸기에 ‘다가 가는 대화’를 하게 되면 둘 사이에 긍정적 감정이 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쌓여야 결혼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행복도가 높아질 까요?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긍정성이 부정성보다 최소한 5 배는 쌓여야 부부 갈등이 있을 때에도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기본이 된다고 합니다. 긍정성이 20배 이상 쌓이면 뚱뚱하든, 말랐든, 얼굴이 예쁘든 못생겼든,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도시에 살든 시골 에 살든, 첫 번째 결혼이든 재혼이든 상관없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동감 있고 행복하게 사는 ‘관계의 달인’이 된다고 합니다.


갈등 관리 기술
5 갈등 대처 기술
갈등 대처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부라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69% 정도는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가트맨 박사 가 신혼부부와 다양한 부부 3천 쌍 이상을 36년 동안 추적 연구하여 발견한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부가 술 문제로 다투고 다투다 좀처럼 해결이 안 돼서 이혼했다고 가정합시다. 새로 만난 배우자는 술을 안 마시니까 안 싸우겠지 생 각하겠지만 이번에는 서로 돈 쓰는 문제가 달라서 고질스럽게 다투거나 아니면 고부 갈등, 또는 식습관의 차이 등 또 다른 유형의69%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가트맨 박사는 이런 문제를 ‘영속적 갈등’이라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영속적 갈등을 풀려고만 하지 말고 서로의 입장을 들어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러면 영속적 갈등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어릴 때의 상처, 특별한 사연, 꼭 이루고 싶었던 꿈 등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무비판적으로 적 절한 질문을 하고, 다가가는 대화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머지 풀 수 있는 문제는 약 31%인데 이 또한 말을 꺼낼때 부드럽게 시작하고, 상대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며, 감정이 끓어오를 때 먼저 자기 진정을 하는 것. 그리고 비난, 방어, 경멸, 담 쌓기처럼 관계를 망치는 네 가지 독 중 하나라도 사용했을 때는 즉시 사과하거나, 인정하거나, 다시 말을 부드럽게 해보거나 하는 보수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비록 94%의 이혼 예측률을 가능하게 하는 비난, 방어, 경 멸, 담 쌓기를 했다 하더라도 87%까지 이혼을 예방할 수 있음이 증명 되었습니다. 이를 ‘화해 시도’ 또는 ‘보수 작업’이라고 합니다.

(왼쪽) 이수동, ‘늘봄 사랑’ 중, 캔버스에 유채, 53×72.7cm, 2008

감정 공감
마지막 두 단계는 ‘꿈 이루기’와 ‘함께 만드는 우리 집 문화’입니다. 우 리는 모두가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공감을 못 받을까봐 표현 을 잘 못할 뿐입니다. 하지만 부부가 꿈에 대해 서로 말하고 들어줄 수 있으며 나아가 서로의 꿈을 존중하고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둘의 관계는 어떠한 풍파도 견뎌낼 수 있습니다. 꿈이 있으면 희망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6 꿈 이루기는 특히 재혼 가정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둘 다 한번씩 아픔을 겪었고, 어쩌면 고통과 상실을 통해 첫 번째 결혼 때 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더욱 명료하게 깨달았을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꿈 이루기를 말 하려면 서로 충분한 우호감을 쌓은 상태여야합니다. 신뢰가 밑바탕이 되지 않는 관계에서는 마음속 꿈을 꺼내기가 매우 두렵기 때문입니다.
각자 어릴 때의 꿈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안에 두 사람 이 가장 이루고 싶은 꿈, 또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인생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일 등을 말하고 서로를 격려 한다면 부부의 결속력은 매우 공고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부부는 서로의 꿈을 말하던 중에 서로 꿈이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어릴 때 부모님 을 잃어서 외롭게 자랐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충분히 주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했고, 그러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아버지가 재혼하여 새엄마 밑에서 힘들게 자랐기에 자신의 자녀에게는 친자식이든 의붓자식이든 차별 없이 잘해주고 싶고, 배다른 형제자매 사이도 잘 지 낼 수 있도록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서로의 꿈을 말하고 들은 그 부부는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앞으로 함께 더욱 노력하기 위해 의기투합 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 이수동, ‘화양연화’, 캔버스에 유채, 18×14cm, 2009

7 함께 만드는 우리 집 문화는 재혼 가정에 있어서는 더 욱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첫 결혼에서는 자연 발생적으로 두 이질 문화가 합쳐졌을지 모르지 만 특히 어느 정도 나이도 들고, 첫 결혼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습관, 가치관, 가풍, 종교적 차이 등을 모두 새롭게 조명하고,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집 문화와 가치관이 더 중요하냐, 더 잘났냐, 더 옳으냐가 아닙니다. 그렇게 싸워봤자 해결 되기는커녕 더욱 실망스럽고, 절망스럽고, 후회할 만 한 일만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녀에게 어떤 문화적 유산을 주고 싶은 지에 초점을 맞추면 의외로 쉽게 양보와 타협의 접합점 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절에 차례를 지낼 것 인지, 교회에 갈 것인지, 해외여행을 갈 것인지 등으로 부부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을 때, 이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명절에 어떤 추억을 갖고 어떻게 보내면 좋겠느냐로 이야기를 풀어나 가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녀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에 대해서는 서로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다투기보다는 평화롭게 이 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만드는 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나 또는 저녁에 서 로 얼굴을 마주했을 때 인사를 할지, 어떻게 인사를 할지, 음식을 각 자 따로 먹을지, 하루 한 끼라도 함께 먹을지,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 는 전화나 휴대폰을 받지 않도록 할지 말지, 집 안에 텔레비전을 어디에 둘지 등이 모두 가정의 문화입니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 공유가 있 어야 합니다. 무조건 한 사람의 의견만을 따른다면 ‘공유’하는 문화 가 아니라 반발심과 이질감만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함께 만드는 우리 집 문화’를 만들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 해야 합니다. 1.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함께 반복적으로, 습관적으 로 한다. 2. 가족 구성원이 모두 그 ‘문화’에 대해 알고 있다. 3. 그런 ‘문화’를 하는 ‘의미’를 공감한다.

이렇게 7단계로 재혼 가정을 꾸려나간다면 어쩌면 첫 결혼에서 놓친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되어 더욱 안정되고 만족도 높은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축복을 기원드립니다

글 최성애 박사(가트맨 공인 부부 치료사, HD가족클리닉 원장)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