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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기획] 전문가가 추천한은 '성탄 앨범'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보며 창문이 있는 곳마다 촛불을 켜둡니다. 호텔에 머물거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모두 그렇게 합니다. 세상과 통하는 모든 창과 문을 조금씩 열어놓고 그 앞에 초를 켜두는 일은 어두운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안타까워하며 불을 밝히는 성스러운 의식입니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렇게 순수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합니다. 여러분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만큼 의미 있는 성탄절도 없겠지요. 여기 라디오 DJ, 프로듀서, 작가 그리고 뮤지션이 추천하는 ‘크리스마스에 들으면 좋을 명반’을 소개합니다. 어둠 속에 촛불을 밝히고 이 노랠 들어보세요. 눈을 감고, 조용히. 그리고 노랫소리가 사라졌을 때, 살며시 눈을 뜨고 옆 사람에게 속삭입니다. “Merry Christmas!”


(그림) 김은기, ‘성탄절 아침에’,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2008


MBC FM4U <이상은의 골든디스크> DJ 이상은 씨 추천
존 레넌 (Lenon Legend)
단 한 곡, ‘Happy X-Mas(war is Over)’를 무제한 반복해서 듣게 될지도 모르지만 크리스마스에 듣는 존 레넌의 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사무칠 것이다. 그와 함께 반전 운동에 가담한 친구들의 육성,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외침, 전쟁 중인 세상을 향해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는 언제 들어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끌어 올린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친구들과 함께 오붓한 선술집에 앉아 이 음악을 듣고 싶다. 유행을 초월한 명반을 들으며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되새기고 싶다. 버브 (Urban Hymns) 언제부터인가 노래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편안하지 않다는 뜻이다. 부드러움을 간직한 아티스트는 남아 있지만 구조적으로 안정감이 있거나 취향이 확연히 드러나는 뮤지션은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늙은 것일까?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안정감이 흐르지만 모든 곡이 형식과 틀을 부수고 자유롭게 춤추는 버브의 (Urban Hymns)같은 앨범이 있는 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영혼을 울리는 현과 마음을 치유하는 기타,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를 지닌 보컬. 1997년에 나온 이 앨범은 찬송가 느낌을 주는 곡이 많아 ‘도시의 찬송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바로 그 느낌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린다.


뮤지션 이한철 씨 추천
안치환, 낯선사람들, 장필순 외 다수 뮤지션 <겨울노래>
밤사이 소복이 쌓인 눈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겨울 노래들. 안치환, 장필순, 더 클래식, 낯선사람들, 함춘호, 한동준, 조동진 등 잠깐의 트렌드와는 거리를 둔 ‘하나음악’ 뮤지션의 ‘감성 가득한’ 앨범이다. 함춘호의 기타와 아들상욱 군의 리코더가 함께한 ‘상욱이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의 크리스마스에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윤영배가 곡을 쓴 장필순의 ‘다시 눈을 뜰 수 없게 되면’은 굳이 겨울 노래라 부를 이유가 없을 정도로 크리스마스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그래서 더 멋지다. 잭 존슨 진정으로 ‘따뜻한’ 겨울 노래. 하와이 출신의 ‘여름 청년’이 부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궁금하지 않은가? 윈드서퍼, 환경운동가, 무공해 음악을 만드는 ‘에코 뮤지션’으로 불리는 잭 존슨이 부르는 ‘루돌프 사슴코’는 단연 최고다. 그가 만든 레이블 브러시파이어 Brushfire의 소속 아티스트 매트 코스타, 지 러브, 알로 등이 담백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해석해낸 주옥같은 곡들도 보너스로 담겨 있다.


MBC 2FM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작가 윤설야 씨 추천
비엔나 탱 ‘The Last snowfall’
크리스마스가 누구에게나 따뜻하기만 한것은 아니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거리와 외로운 방 안이 견딜 수 없이 힘들다면, 불러낼 술친구 하나 없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끝없이 내리는 눈을 상상하며 비엔나 탱의 노래를 들어보라.
대만 출신 여성 보컬의 청아한 음색이 송곳처럼 날카로운 추위와 마음속 깊은 곳의 설움까지 달래줄 것이다. 프리템포 ‘lmmaterial White’ ‘음악 좀 듣는’ 분들이라면 이미 MP3플레이어에 한두 곡쯤은 담겨 있을 일본 뮤지션 프리템포. 구름처럼 가볍고 솜사탕처럼 달콤한 프리템포의 무드는 차가운 계절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필수인 곡 ‘Immaterial White’는 따뜻하고 정겨운 신시사이저 소리가 귀에 맴돌면서 잊고 있던 지난겨울의 기억까지 되살려준다.


MBC FM4U <이주연의 영화 음악> 작가 안현민 씨 추천
<프레리 홈 컴패니언 A Prairie Home Companion> OST “Yes, she can sing!” <맘마미아>를 보셨다면 메릴 스트립이 어떻게 노래하는지는 다 알고 계실 거다. 훌륭한 배우들은 노래조차 멋지게 연기한다. <프레리 홈 컴패니언>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다 그렇다. 로버트 올트먼 감독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이 영화는 삶과 죽음, 웃음과 눈물, 다툼과 화해, 린지 로한과 메릴 스트립을 한데 넣고 멋지게 버무린 뒤, 컨트리와 포크와 가스펠로 양념을 했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우디 해럴슨과 존 C. 라일리가 부르는 ‘Whoop-I-Ti-Yi-Yo’를 들으며 웃다가, 메릴 스트립과 릴리 톰린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르는 ‘Goodbye to My Mama’에 눈물짓게 된다. 흥겹다가도 쓸쓸하고, 성스러우면서도 한없이 인간적인 지구 상의 모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데이비드 번&브라이언 이노 ‘Home’ 데이비드 번과 브라이언 이노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Everything that Happens will Happen Today)에 실린 곡. 브라이언 이노가 쓴 멜로디에 데이비드 번이 가사를 붙이고 목소리를 더했다. 이런 노래를 두고 포크 일렉트로닉 가스펠이라고 부르는데, 장난 같은 작명이지만 과연 그렇게 들린다. 크리스마스를 그다지 경건하게 보내지도, 그렇다고 흥청망청 보내지도 못하는 사람으로서 그 두 가지가 섞인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포만감이 느껴진다.


인디 밴드 ‘가을방학’ 정바비 씨 추천
플릿 폭시스 (Fleet Foxes) 교회 문턱에도 안 가본 사람일지라도 인생의 어느 한순간 우연처럼 ‘홀리함’에 경도되는 순간이 있다. 철들어 다시 읽어 내려간 <신약성서>의 적지 않은 부분도 비신앙인과 예수가 조우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나는 적어도 예수가 자신의 생일에 캐럴송만 흐르길 바라는 꽉 막힌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8년 출시한 데뷔 앨범 (Fleet Foxes)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대형 음반사와의 계약을 거부하고 독야청청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플릿 폭시스. 홀연히 광야로 향하던 예수의 모습과 그들의 행보가 중첩된다. 심지어 보컬 로빈 펙놀드는 수염이 덥수룩한 것까지 예수를 닮았다! 앨런 잭슨 (Honky Tonk Christmas) 1990년대 컨트리 슈퍼스타인 앨런 잭슨의 크리스마스 앨범이다. 연인이 떠나버린 크리스마스를 술집에서 보낸다는 내용의 ‘Honky Tonk Christmas’,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Merry Christmas to Me’, 그리고 불후의 명곡 ‘Please Daddy(Don’t Get Drunk This Christmas)’까지 기분이 축 처질 법한 소재들을 신나게도 노래했다. 크리스마스도, 컨트리 음악도 따지고 보면 다 합중국에서 건너온 문화이니, 잘 어울리는 조화다.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PD 한재희 씨 추천
마그나 카르타 (Seasons)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울 테고, 솔직히 이 고색창 연한 통기타 소리를 좋아하기 힘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더욱이 캐롤도 아니다. 비발디의 사계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한 음반인데, 내 귀에는 꼭 겨울을 위해 만든 음반으로 들린다. 어쿠스틱 악기와 세 명의 보컬이 고루 섞여 아기 이불처럼 포근하고 잘 익은 와인처럼 풍성하다. 조니 미첼 (Blue) 어둡고 우울하기로 유명한 음반인데, 웬 악취미인지. 온 세상이 빛을 강요하는 때일수록 외로움은 더욱 커지는 법이라는 생각에 추천해본다. 쓸쓸함을 이기는 방법은 서로가 다르겠지만 이 음반은 쓸쓸함을 ‘즐길 줄 아는’ 분들에게만 권하고 싶다. 도입부에 징글벨을 변주한 ‘River’가 흘러서인지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반이다. 노랫말을 보면서 들으면 더 좋다. 상처받고 갈망하며 살아가는 자아가 가지는 울림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

글 정세영 기자 작품 이미지 제공 금은기(화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