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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행복론] 돈 '잘' 쓰는 인간, '호모 코뮤니타스'가 되자

연말이 되니 '돈 문제'로 속이 시끄럽습니다. '들어올 일'은 없고 '나갈 일'만 태산입니다. 수명 짧고 돈 못 벌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직업 탓을 할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내년에는 허리띠 졸라매고 가계부라도 써볼까 합니다. 그런데 한편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매달 적금 한 푼 안 넣고 버는 돈을 다 쓰는데, 왜 늘 돈에 허덕일까? 강남 '된장녀'의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출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니 요즘 아이들은 끊임없이 '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절실하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게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에 3백만 원을 버는 인간이나 1천만 원을 버는 인간이나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똑같습니다. '돈의 노예'가 된 인간에게 결코 '풍요'란 없기 때문입니다.

(왼쪽) 유병록, '동전과 구피', 순지에 수묵, 과슈, 60.5*72.7cm, 2010

앎과 삶의 일치를 꿈꾸는 지식인 공동체 '수유+너머'의 고미숙 씨는 그의 저서 <돈의 달인, 호모코뮤니타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돈의 달인, 즉 '호모 코뮤니타스'란 돈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을 뜻한다. 사이좋게 지낸다는 건 돈에 '먹히지' 않고, 돈을 통해 삶을 창조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데 왜 '호모 코뮤니타스'인가? '코뮤니타스 communitas'란 라틴어로 공동체라는 뜻이다.
화폐는 탄생 이래 늘 공동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화폐가 공동체적 삶의 다양성을 먹어 치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19세기 사회학자들은 코뮤니타스를 특별히 '화폐에 대항하는 공동체'라고 명명했다. 화폐의 '식성'에 맞서 삶의 창조성을 지켜내고자 한 것이다. 돈의 달인과 호모 코뮤니타스가 마주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 마주침에는 특유의 긴장과 스릴이 넘친다." 
자, 그럼 돈과 '사이좋게' 지내는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화폐에 대항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정당당하게 돈을 버는 것이 우선입니다. 뒷짐지고 서서 더 많은 돈이 내 통장으로 들어오길 바라지 말고, 내 손과 발을 움직여서 열심히 일하십시오. 그렇게 번 돈을 저축해서 알토란 같은 결실을 이루십시오. 돈을 쓰면서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져야 진정한 '호모 코뮤니타스'입니다.

글 정세영 기자 작품 이미지 제공 유병록(화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