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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가르쳐야 할 또 하나 효도부터 가르치십시오


모로 가면 어떻습니까? 홀로 지내시는 노모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세 아들이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건축가인 장남은 널찍한 정원이 딸린 집을, 돈 많은 둘째는 멋진 자동차와 운전기사를 보냈습니다. 가난한 목사인 막내는 앵무새에게 성경 암송을 훈련시켜 보내드렸습니다. 한 달 뒤 어머니가 세 아들을 불러놓고 말씀하셨습니다. “큰애야, 집은 좋지만 이 어미는 늙어서 방 하나면 충분하단다. 그리고 둘째가 보낸 자동차는 참 편하더구나. 그런데 밖에 나갈 일이 없어. 게다가 그 기사 양반 한 성격 하더라고.” 그러고는 막내의 손을토닥거리며 말씀하셨지요. “역시 우리 막내가 어미 속을 잘 알더구나. 고맙다. 네가 보내준 닭은 맛있게 삶아 먹었다. 토종닭이더냐?” 모로 가면 어떻습니까? 어머니만 좋다시면 그만이지요.
“효도는 입으로 하는 거란다” 중세 기독교 천년의 문을 연 위대한 성인이 있습니다. <고백록>이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성 오거스틴 St. Augustine. 그러나 그 이름앞에 ‘성 聖’이라는 극존칭이 붙기까지 그 어머니의 눈에선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청소년 시절의 오거스틴은 한마디로 ‘개망나니’였지요. 어렵사리 유학을 보냈더니 미신과 향락에 빠져 문란한 생활을 했고, 열여덟 살에 아이 아빠가 됐습니다. 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를 버려두고 그는 동거녀를 데리고 도망까지 칩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집 나간 아들을 기다리느라 도둑이 들끓는 동네에 살면서도 단 한번도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습니다. 이웃이 걱정하자 어머니는 “어느 날 아들이 돌아왔을 때 문이 잠긴 걸 보고 낙심하게 하느니 차라리 강도를 맞는 게 낫다”라고 대답했다지요.
‘눈물로 키운 자식은 결코 잘못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결국 오거스틴의 어머니는 아들을 밀라노로 데리고 가서 존경받는 교부 敎父 암브로시우스에게 가르침을 받게 했습니다. 이후 아들은 깨달음을 얻어 크게 반성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새사람이 된 아들과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그만 병을 얻어 객지에서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오거스틴은 통곡으로 어머니를 보내드린 후 학문에 더욱 정진해 훗날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고 합니다.
지난달, 생일상을 받았습니다. 늙어가는 아들의 추레함이 마음 쓰이셨던지 낼모레 팔순인 노모께서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셨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 아닙니까?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말씀드렸지요. “조금만 참으세요. 호강시켜 드릴 테니.”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효도는 원래 입으로 하는 거란다.” 그렇습니다. 그냥 입으로 효도하면 됩니다. 말로 천 냥 빚을 때우는 것이 바로 효도입니다. 베푼 은혜를 물질로 되받기를 원하는 어머니는 없습니다. 그저 입으로 ‘감사합니다’ 하면 될 것을, 자식들은 낯간지러워 그 말은 못하고 돈봉투를 내밉니다. 비싼 안마의자와 돌 침대를 들여놓습니다. 쓸데없이 돈 쓰지 마십시오. 대신 지금 빨리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 넣으십시오.
효자는 아버지가 만듭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친해야 합니다. ‘부자유친 父子有親’이 <삼강오륜 三綱五倫>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친한 집안은 화목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대다수의 아버지와 아들은 친하지 않습니다. 서먹하고 어색합니다. <우정의 무대> 명사회자였던 뽀빠이 이상용 씨가 말하더군요. ‘어머니 내 어머니’ 코너를 ‘아버지’로 바꿨다가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겁니다. 무대에 선 아버지가 반년 만에 상봉한 아들에게 고작 한다는 얘기가 “전화 자주 걸지 마, 임마”라고 하자 이 말을들은 아들이 “바쁘신데 뭐 하러 오셨어요?”라고 답하더랍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야 비로소 효도하기 시작합니다. 강한 아버지는 경계와 회피의 대상일 뿐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슬쩍 져줍니다. 팔씨름도 져주고, 퀴즈도, 축구도 져줍니다. 아버지를 이긴 아들은 한편으론 뛸 듯이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아버지가 살짝 불쌍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효자를 만드는 겁니다. 죽자고 아들을 이겨 먹는 머리 나쁜 아버지는 고생을 한참 더해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효 孝’라는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부모들이 금지옥엽으로 떠받들다 보니 받기만 했지 주는 걸 모르는 겁니다. 나중에 그 자식에게 밥 한술이라도 얻어먹을 요량이면 영어, 수학만 가르치지 말고 효를 가르치십시오. 그러면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효도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절대 없으니까요.


이규창(모그에듀케이션 코치, blog.naver.com/jace1123)

담당 정세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