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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행복론] 생각'이라는 병

생각이 너무 많아 부질없는 걱정까지 떠안고 삽니다. 부정적 생각은 어찌나 꼬리에 꼬리를 잘 무는지, 한참을 생각하고 나면 그 시작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어느 학자는 이런 증상을 두고 ‘오버싱킹 over-thinking’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오버싱킹’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는 걸 아십니까? 왜냐하면 과거부터 엄청나게 축적되어온 생각이라는 잡음이 오감을 통해 느끼는 현실의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고, 실제로 이것을 ‘사고병’, 즉 ‘생각병’이라 부릅니다. 일본 쓰키요미지의 주지 스님인 코이케 류노스케는 그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을 통해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는 휴뇌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생각’이라는 병을 지니고 사는 가장 큰 이유로 ‘만 慢’이라는 번뇌를 지목합니다. 만이란, 남에게 좋은 이미지로 평가받고 싶어 걱정하며 조바심을 내는 탐욕의 번뇌를 뜻하지요. 상사가 “이제 슬슬 그 일을 해결해야지?”라고 물었을 뿐인데, ‘내가 일을 시켜야만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난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야’ ‘내 상사는 역시 나를 잘 모르는 바보야’ 등의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난무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결론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그렇다면 ‘생각병’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한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오늘 저녁, ‘생각하지 않는 식사 테이블’에 앉아보세요.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의 씹는 느낌, 맛, 촉감 이외의 것에는 모조리 신경을 끄는 것입니다. 어떤 영양소가 포함된 음식인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따위의 생각은 버리고, 오로지 혀의 감각만 집중적으로 따라가보세요. 이런 식으로 먹는 훈련을 하다 보면 지금까지는 인지하지 못한 사소한 현실이 있는 그대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울러 백해무익한 잡념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참고도서 <생각 버리기 연습>(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21세기 스) 사진제공 21세기북스

글 정세영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